사람과 삶   

심양섭 동문(법 졸) : <경향신문>, <조선일보> 기자를 지내며 언론사에서 10여 년간 발로 뛰기도 했다. 요한 G. 람스도르프의 『부패와 개혁의 제도주의 경제학』(고려대출판부, 2017)과 같은 묵직한 책들도 번역했다. 일찍부터 학교 후원에 나서 2011년 발족한 ‘KNOU 리더스클럽’ 회원이기도 하다.

2월 22일(금) 오후 2시. 서울 구로구 고척로 28 예원빌딩 3층 기쁨홀에서 작은 행사가 열렸다. 졸업생 다섯 명이 참석한 ‘남북사랑학교 제2회 졸업식’이다. 김선화 이화여대(중어중문학과), 송정심 유한대(중국비지니스학과) 등 다섯 명이다. 졸업식 하루 전 서울 구로구 오류동의 한 건물 2-3층에 위치한 남북사랑학교를 찾았다. 한 일간지 탐사보도팀에서 탈북 청소년 문제를 취재하던 인연으로 결국 학교 ‘교장샘’까지 이른 우리대학 동문을 만나기위해서였다. 2004년 법학과를 졸업한 심양섭 동문(59세)이다.
심 동문은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나와 연세대 행정대학원을 마쳤다. 2000년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에 편입, 2004년에 졸업했다. 이후 성균관대 대학원 정치외교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평생교육시대, 고령화 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방송대의 잠재력, 발전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봅니다. 사회 각 부문에서 활동하는 방송대 동문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 ‘프라이드’를 가져도 좋을 것 같아요.”라던 심 교장은 알고 보니 3년 전부터 우리대학 행정학과 강사로 출강하고 있었다.


2006년부터 탈북 청소년 돕기 나서

다양한 이력을 지녔지만 “탈북자를 돕고 남북한 사람의 통일을 이루는 일에 여생을 바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는 그가 인생의 방향을 틀게 된 데는 2010년 탈북목사인 이빌립 열방샘교회 담임목사와의 만남이 크게 작용한다. 물론 기자시절 취재 중에 만났던 탈북 청소년들의 열악한 현실 문제가 도화선이 됐다. “그들이 우리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게임중독, 각종 범죄 일탈 등 열악한 상황에 있는 것을 알게 됐어요. 2006년부터 조금씩 이들을 돕는 일에 나서기 시작했는데, 열방샘교회와 함께 일하게 되면서 모든 게 바뀌었어요.(웃음)” 남북사랑학교가 출범할 때 심 동문은 ‘자원봉사’ 형태로 학교운영위원장 일을 했다. ‘풀타임’ 학교장을 떠맡은 건 만 2년이 채 안 된다.
물었다. 왜 잘 가르치는 학교냐고. 흥미로운 대답이 돌아왔다. “잘 가르치는 학교, 이건 사실 대학에서 나온 개념입니다. 그동안 원불교나 기독교 등 종교계에서 탈북 청소년 교육에 앞장서왔는데, 선교목적의 학교 운영인 셈이죠. 그런데 선교가 너무 앞서면, 제대로 된 교육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게 될 수 있거든요.” 선교목적 미션스쿨이더라도 학교인 이상, 교육의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는 게 그의 교육철학이다.
“일부에서는 저희 학교를 검정고시학원이라고 부르더군요. 남북사랑학교의 교육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시선이라고 생각해요. 전혀 다른 사회에서 들어왔기 때문에 한국사회의 일반교육에 적응하기 위해선 준비단계가 필요하겠죠. 검정고시 같은 게 그 준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 학교는 국·영·수 등 검정고시 과목만 가르치지 않아요.” 심 교장은 남북사랑학교가 음악, 미술, 컴퓨터 교육에 이어, 방과후활동으로 기타 연주, 피아노 교실을 운영하면서 무엇보다 ‘전인교육’ ‘인성교육’을 중시하면서 창의성을 키워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 동문은 적성과 흥미를 살려 취업하고픈 친구들은 취업으로 안내하고, 대학 진학을 원하는 이들에겐 실용적인 분야, 공학이나 수학, 간호, 교육 등으로 진학지도를 하고 있는 게 또 하나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한·중 가교 역할하는 인재 양성

그는 ‘인재의 다양성’을 강조했다. “탈북 청소년들이 지닌 장점이 뭔지 아세요? 순수하며, 손재주가 뛰어나고, 수학과 과학 분야에 재능이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농업과 노동 친화적이어서, 한국사회의 인재풀을 확장할 수 있어요. 장차 이들이 한국과 중국을 넘나들면서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지 않겠어요?” 그러고 보니 선생님들의 책상마다 중국어·한국어 교육 교재가 다양하게 꽂혀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남북사랑학교가 자리한 건물은 2층, 3층 각 30여평 규모다. 예배실, 초중고 검정고시반, 상담실 겸 교장실, 그리고 자원봉사 교사 사무실로 빡빡하게 구성돼 있다. “지금 25명 정도를 가르치고 있는데, 재정이 안정되면 50명 규모로 늘리려고 해요. 부모님들이 생업 때문에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 수 없거든요.” 학교에서 버스 세 정거장 떨어진 곳에 학생 기숙사용으로 사용하는 방 세 개짜리 빌라 두 채가 있다. 학생들이 늘면 기숙사도 키워야할 형편이다.
심 동문은 재정적 안정성을 고민하고 있었다. 올 여름 (사)남북사랑네크워크의 ‘탈북 남성 쉼터’ 사업이 종료되면 남북사랑학교도 정부 지원 신청을 할 수 있게 된다. “삼성 등 기업체나, 재단법인 바보의나눔 같은 곳에서 지원받기도 하지만 일회성이어서 한계가 있어요. 학교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지속적인 정부지원이 필요합니다.”
심 교장은 남북사랑학교가 한반도 통일시대의 작은 초석이 되길 희망하고 있었다. 한국사회에서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통일의 마중물’로 불리고 있다. “지금 3만2천여명의 탈북민이 존재하는데요. 이 마중물을 잘 활용해야 펌프물도 잘 나오지 않겠어요? 최근에 저희 학교가 서울대와 사회통합형 교류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통일 독일을 보세요. 여전히 서로 질시 배척하는 분위기죠. 우리도 예외가 아닐 겁니다. 72년을 떨어져 살아왔잖아요. 탈북민과 우리 주민들이 서로 잘 알고 대화하게 되면, 물과 기름처럼 겉돌지 않고 의미 있는 통합을 지향할 수 있다고 봐요. 그래서 저희는 이 ‘교류프로젝트’를 통일 후 남북한주민통합의 시금석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중등교사 2급자격증(역사)을 갖고 있는 심 동문은 교장 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역사를 비롯해 사회, 영어 등의 과목을 계속 ‘자원봉사’로 가르치겠다고 말한다. 60세를 앞둔 그의 머리 곳곳은 희끗희끗하게 물들었지만, 눈빛은 깊고 따스하고 무엇보다 젊게 빛났다. 후원: 우리은행 1005-181-337733 (사)남북사랑네트워크(전화: 02-2688-0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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