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박정화 동문 가족의 ‘함께, 또 따로’

경남 창원에 거주하는 박정화 동문은 45세가 되던 2015년 교육학과에 입학했다. 내친김에 2021년 대학원 평생교육학과까지 졸업했다. 이후 타 대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지금은 박사학위논문을 준비하면서 교육학과 평생실습지도교수로 윤여각 교수의 과목인 「문해교육론」 출석수업을 담당하고 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도 간신히 졸업했다고 말하는 그의 원래 꿈은 교원대에 진학해 교사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학진학 포기 각서를 쓰고서야 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결혼하고 가정을 꾸렸지만, 그의 꿈은 식지 않았다. 꿈을 놓지 않았던 그에게 방송대는 새로운 인생 환승로가 됐다. 그렇게 10년에 걸쳐 변화해가는 그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가족은 어떨까?

가족이 학과가 다르다 보니
타 전공과목의 흐름과 정보를 자연스레 접할 수 있어서 좋다.
-박정화 동문(교육)

방송대를 만나 새로운 학문을 배우면서 젊었을 때 뛰었던
가슴이 다시 뛰는 느낌이다.
-배천석 학우(농학)

어머니와 아버지가 방송대에서 공부하시는 모습을 보고,

그게 매우 좋아 보여 함께하게 됐다.
-배승원 학우(일본)

 

 

10년의 변화를 지켜본 가족의 선택
경찰 공무원인 남편(배천석)부터 변화하기 시작했다. 고령화 시대를 대비하고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는 걸 인식하고 있던 남편은 공부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 새로운 결심을 했다. 2023년 농학과에 1학년으로 입학한 것이다.
평소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경찰이 되겠다고 생각했던 큰아들(배승원)은 일반 대학 재학 중에 경찰 공무원으로 임용되는 바람에 학업을 마무리할 수 없었다. 농학과에 입학해 공부하고 있는 부친의 모습을 보고 직장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곳이 방송대라는 걸 깨달은 그는 2025년 일본학과 1학년으로 ‘패밀리호’에 탑승했다.
농학과에서 3년째 학습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배천석 학우는 “방송대를 만난 뒤 새로운 학문을 배우면서 젊었을 때 뛰었던 가슴이 다시 뛰는 느낌이다. 기회가 된다면 자라나는 세대를 위해 무엇인가 해보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며 학업과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가족 중 가장 많이 해외 여러 나라를 돌아본 배승원 학우도 “가족 구성원과 함께 학습한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대학교 재학 중에 공무원에 임용돼 ‘고졸 상태’였다. 사이버대학에 진학할까 고민하다가 어머니와 아버지가 방송대에서 공부하시는 모습을 보고, 그게 매우 좋아 보였다.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일본학과 공부가 흥미롭다”라고 귀띔했다.
박정화 동문은 “가족 모두 학과가 다르고 입학 동기도 달라서 더 좋다. 타 전공과목의 흐름과 정보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어서 그렇다. 같이 다니는 자체가 너무 좋다. 농학과와 교육학과 행사에 동행할 수 있고, 서로의 생활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져, ‘방송대 캠퍼스 패밀리’가 된 게 정말 기쁘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공부는 각자의 몫
‘패밀리호’의 리더는 박 동문이지만, 공부는 각자의 몫일 수밖에 없다.
“남편이나 아들 모두 제가 어떻게 공부해 왔는지 잘 지켜봤을 것이다. 학기 중에는 남편과 함께 집 앞 도서관에 가지만, 각자의 공부를 할 뿐이다. 힘들지만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만 보여줬던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지 조언이나 도움을 줄 수도 없고, 또 학과가 다르기에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경남경찰청 소속인 배천석 학우는 사실 열심히 공부하는 아내의 모습만 믿고(?) 농학과에 입학했지만, 이과 공부가 여간 만만한 게 아니었다. 그는 산림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어서 관련 과목 위주로 수강 신청해 이수하고 있다.
“사실 학업과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3학년이 된 지금도 그렇다. 매번 학기마다 위기가 있었지만, 아내가 있어서 도움이 되고 있다. 1학년 1학기 때는 정말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지나고 보니 다들 그렇게 이겨내는 것 같다. 교재와 강의 위주로 학습하면서 ‘틈새 시간’을 활용해 시험을 대비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소속으로 일하고 있는 배승원 학우는 아직은 업무가 바빠 학교 공부에 조금 소홀한 편이라고 말했다. 출석수업도 놓친 상태라고 털어놓았다. 그렇지만 애초 마음먹었던 ‘일본어능력시험(JLPT)’ 1급에 도전하겠다는 계획은 여전히 유효하다.
‘평생실습지도교수’가 알려주는 학습법
그렇다고 박 동문이 후배들에게까지 ‘공부 노하우’를 감추는 건 아니다. 지금도 출석수업을 진행할 때는 ‘학점보다는 평생학습시대에 맞게 폭넓은 학습 즉, 전체를 보고 부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챗지피티(ChatGPT)를 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질문을 잘 던지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한다는 그는 두 가지를 강조했다.
첫째는 과제물과 참고문헌 활용이다.
“과제물을 작성하면서 지식을 폭넓게 쌓을 수 있었고, 그 습관이 박사과정 수료까지 큰 도움이 됐다는 점이다. 선행 문헌을 보면서 이를 재구성해 과제물을 작성하다 보면 학부 과정이지만 대학원 공부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방학을 이용해 관심을 가진 과목을 골라 교재 뒤의 참고문헌을 탐색하고, 그것과 연결된 최신의 논문(학술지)을 탐독하다 보면 관련 학문 분야의 흐름과 변화를 알 수 있다.”
그가 강조하는 다른 하나는, 특히 대학원 진학을 염두에 둔 이들이 경청하면 좋을 내용인데, 바로 학술대회 참가다. 그는 수도권에서 열리는 학술대회, 심포지엄, 포럼, 세미나 등에 가능한 한 자주 참가하려고 노력했다.
“학점에 지나치게 치중되지 않는 학습이 평생학습자가 지녀야 할 자세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심포지엄과 세미나 등을 찾아 공부하는 과정에서 많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스스로 한계나 제한을 두지 말고, 적극적으로 부딪칠 것을 권한다.”

그리고 방송대의 의미
그렇다면 그의 가족에게 방송대는 어떤 의미일까. 박 동문은 “평생학습을 지향하는 가족, 정체되지 않는 기회가 있는 곳, 배움이 흐르는 곳”으로 정의한다. 배천석 학우는 “농학과 공부를 하면서 오히려 타 학문과 관련된 지식을 관찰할 수 있는 경험이 늘고 있다. 결국은 방송대는 ‘나를 변화시키는 터닝 포인트’가 됐다”라고 말했다. 배승원 학우는 아직 ‘어떤 의미’를 매길 겨를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천천히 방송대의 의미를 알아가겠다는 말이다.
이들 가족은 모두 4인으로 구성돼 있다. 둘째 아들이 아직 ‘패밀리호’에 승선하지 않았다. 박정화 동문은 “작은아들도 방송대에 입학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머잖아 그런 날이 오리라고 본다. 남편도 졸업 후 타 학과 편입 또는 대학원 진학을 계획하고 있다. 함께하지만, 각자가 방송대의 색을 만들어간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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