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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농부가 되고 싶다면,
직접 겪어보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빨리
농부가 될 수 있는 길이다.

 

농학과는 방송대에서 인기 학과 중 한 곳으로 손꼽힌다. 그런데 여기서 ‘찐’ 농부는 그리 많지 않다. 농학과에는 귀농·귀촌을 준비하기 위해 찾은 학우가 대다수다. 농학과 학우들 중 30% 미만이 현재 농업 종사자이고, 나머지가 학우들이 농학 자체에 뜻이 있거나 예비 귀농·귀촌인에 해당할 것이란 학과 측 추산이 있다. 방송대 대학원 농업생명과학과 원우들도 비슷하다. 방송대 농학과 학부를 졸업하고 보다 깊은 공부를 위해 입학한 이들이다. 그런데 여기 지난 3월 방송대 대학원 농업생명과학과에 입학해 농사와 학업을 병행하고 있는 24세 청년 농부가 있다. 바로 경북 상주에서 샤인머스캣과 사과를 키우는 ‘주신그린농원’ 운영자 정경채 원우다. 지난 3일, 정 원우로부터 진짜 청년 농부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민선 기자 minsunkim@knou.ac.kr


농부가 되겠다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중학생 시절에 유튜브로 농업 쪽 콘텐츠를 많이 보면서 저절로 관심이 갔다. 농업의 전망이 좋아 보였다. 마침 농수산대학교도 알게 됐는데, 이 학교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였다. 농업 종사자가 될 수 있도록 전문적으로 육성시켜주고, 학비도 지원해주는 곳이었다. 산업곤충학과에 입학한 후 학사 학위를 취득해 졸업했으며, 졸업 전에 기회가 될 때마다 조금씩 준비해나갔다. 2022년도 6월에 군 전역을 하고 복학 전까지인 약 6개월 동안 농사를 준비했고, 지난해부터 전적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처음엔 과수학과도 생각했었는데, 어차피 농부가 되면 처음부터 배울 것이란 생각에 약간의 변화구를 줬다. 조금 낯선 분야를 공부하고 싶었다. 마침 곤충이 떠오르는 트렌드여서 산업곤충학과를 택했다.

아직 다닌 지 3개월밖에 안됐지만, 방송대 대학원 생활은 어떤가
방송대 대학원 농업생명과학과는 농수산대학교에서 배운 지식들을 더욱 전문적인 분야로 확장시키고 싶어 입학했다. 바쁜 농사일을 하며 대학원 공부를 병행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이번 학기에「농학최신기술」과「최신자원식물연구」두 과목을 수강해 듣고 있다. 평소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농사일에 잘 활용하는 편인데,「농학최신기술」과목도 이런 최신 기술들을 배울 수 있을까 해서 수강했던 것이다. 그런데 과목 담당이신 김태성 교수님께서 첫 줌 미팅 때 “여러분들은 낚이셨습니다”라고 하셨다. 알고 보니 교잡한 새로운 작물, 육종 등 생명과학을 바탕으로 새로운 농법, 유망한 작물 등에 대해 배우는 과목이었다. 학생들이 난감해하자, 교수님께서도 매해 강의평가에서 보는 내용이라 이 반응이 익숙하다고 하셨다. 대학원 원우·동문들이 실제로 만나 교류도 활발한 것 같은데, 요즘 한창 농사일이 바쁜 철이라 나는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첫 농사에서 벌써 수확량이 대단했다던데, 어떤 농장인가
우리 농장은 주작목으로 사과, 샤인머스캣을 키우는 흔한 농장이다. 또 이미 상주에 샤인머스캣 농사를 크게 하는 분들이 많아서, 우리 농장이 크다곤 할 수 없다. 우리 농장은 삼대가 같이 하고 있다. 할아버지께서도 다른 일을 하시다 은퇴하시고 2007년에 고향 상주에서 농사를 시작하셨다. 할아버지께서도 농사에 ‘농’도 모르는 상태에서 농사를 배우셨다. 할아버지께선 작물에 대한 이해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셨다. 먼저 작물을 확실히 이해하고 그에 맞춰 농사를 해야 한다고 하셨다. 이런 할아버지의 철학이 저의 철학이 됐다.


지난해 샤인머스켓 출하량은 1만 2천390kg이었다. 많이 출하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면, 할아버지께서 해주신 조언을 바탕으로, 첫 농사인 만큼 남들보다 많이 작물에 관심을 줬고 비료도 철저하게 시기와 양을 계산해 맞춰 뿌려줬다. 말하고 보니 너무 교과서 같은 말인 것 같다. 출하량, 시비(뿌리는 비료)량은 챗GPT의 도움을 받아 계산했다.

농사일에 챗GPT를 쓰다니, 역시 청년 농부는 다르다
생산량을 계산한 것은 아니고, 출하량을 챗GPT로 계산할 수 있었다. 우리는 농협에 경매로 판매하도록 도매 물건을 보낸다. 이에 농협 쪽에서 과일 몇 kg이 얼마에 낙찰됐다는 것을 문자로 알려준다. 이 문자가 출하량을 계산할 수 있는 소스다. 문자 메시지를 보고 엑셀에 기입하는 것도 계산기로 계산하는 것과 맞먹게 복잡하다.


하지만 파이썬으로 코드를 짜서 활용하면 농협 문자들을 바탕으로 금방 올해 성적을 추출할 수 있다. 이를 챗GPT를 통해 문장으로 된 쉬운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사실 AI를 이용한 건 계산하기 귀찮아 꼼수를 부린 건데, 나중에 검산해보니 이는 믿을 만한 계산법이었다. 시비를 할 때도 면적당 얼마의 시비량이 필요할지 챗GPT로 돌려서 한다. 밭의 면적에 따라 필요한 비료 양은 얼마이며, 이 비료에 얼마의 물을 희석해 사용해야 하는지 등은 어차피 정해진 공식이 있다. 오히려 계산기로 계산하려고 하면 더 틀릴 수도 있다. 챗GPT는 내가 이상하게 말해도 잘 알아듣더라. 할아버지, 아버지께 보고를 드렸더니 계산이 깔끔하게 빨리 나와서 좋아하셨다. 결과가
1원 단위까지 정확했다.

농장 운영과 관련해,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현재는 농협 공판장이 상품을 사주니 거래가 단순한 것은 장점이지만, 수수료가 크니 아무래도 직접 판매하는 거에 비해 좋을 수가 없다. 앞으로는 온라인으로 판로를 넓힐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현하고 싶다. 새로운 품목을 시도하기 위해, 스마트팜 기술이 적용된 하우스 자재를 하나둘 들이고 있다. 센서를 곳곳에 심어, 스마트팜 컴퓨팅으로 온·습도 조절이나 영양액, 물 뿌리는 양을 때에 따라 알맞게 맞출 수 있다. 시중 스마트팜 업체를 통해 미리 짜여진 프로그램을 들일 수도 있지만, 농수산대학에서 배운 아두이노로 명령해 보다 섬세하게 조정하려고 한다.

농부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조언한다면
이건 나도 사용했던 방법인데, 무엇보다 청년 농부를 육성하는 귀농·귀촌 프로그램에 참여하길 권한다. 아무래도 몸을 써서 많은 활동을 해야 하다 보니 직접 겪어보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빨리 농부가 될 수 있는 길이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도 빨리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적성에 맞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청년농 귀농·귀촌 장기교육은 농협에서도 하고 있고, 다양한 기관에서 진행하고 있으니 찾아보길 바란다. 당시 나는 토, 일, 월요일을 할애해 총 500시간 이상을 수업에 참여했었다. 내가 참여했던 프로그램에는 30대 분들이 가장 많았다.


이후 직접 내 농사를 짓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선임대후매도’라는 농지은행 제도를 이용하면 좋다. 먼저 임대에 작물을 키워본 다음 후에 그 땅을 인수할 수 있는 제도다. 이외에도 정착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청년창업농을 대상으로 3년간 쓸 수 있는 바우처를 지급하는 정책도 있는데, 이게 아주 큰 도움이 된다. 요즘 한창 청년농을 장려하는 정책이 많은 시기여서, 농업에 관심 있는 청년이라면 이를 잘 찾아 활용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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