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호시노 도모유키의 인간탐색

호시노 도모유키는 일본 내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를 잇는 유망한 젊은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오에 겐자부로는 소설 『책이여, 안녕』(2008)에서 자신의 문학적 후계자로 그를 지목하면서 국가를 흔들리게 하는 규모의 소설을 쓰고 있다는 말을 덧붙여 화제가 됐다. 고령사회의 어두운 단면 속에서 사회시스템이 취해야 하는 윤리적·제도적 방안, 소비자본주의의 폐단을 넘어서려는 노력 등에서 새로운 유형의 인간을 상상하도록 안내하고 있는 그를 ‘호시노 도모유키의 인간 탐색’이란 이름으로 <KNOU위클리>가 지면을 만든 것은 2021년 6월 7일(제91호)이었다. 월 1회 소개된 연재는 2023년 6월 5일 제18회(제171호)를 끝으로 작가의 개인 사정으로 잠시 중단했다. 다시 돌아온 그의 연재를 이어간다.

 

이 칼럼을 읽어주셨던 여러분, 오랜만입니다. 약 2년 만에 다시 연재를 시작합니다. 여러분은 잘 지내셨습니까? 먼저, 칼럼을 중단했던 경위를 밝히고자 합니다.

2년 전 칼럼을 중단했던 이유
2년 전 7월, 이 칼럼의 제19회 원고를 중간까지 썼을 때, 어머니가 뇌병변으로 쓰러지셨습니다. 아홉 번째 칼럼에서 치매로 시설에 들어가 계신 어머니와 나눈 대화를 쓴 일도 있었는데 그 어머니가 뇌병변으로 구급차에 실려 입원하시게 된 것입니다.
수술을 했지만, 혈전이 심장에 이르렀고, 일시 심정지 상태가 됐습니다. 혈전을 녹이는 약을 투여했더니 심장은 다시 움직였지만, 뇌병변을 일으킨 우뇌는 더 이상 기능하지 않았고, 이후로도 의식은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의사가 선고했습니다.
몸 상태가 안정된 어머니는 멍하니 눈을 뜨고 계셨지만, 어디에도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물론 불러도 반응이 없었습니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라고 했습니다. 그런 상태에 직면해, 19회째의 이 칼럼을 연기해 달라고, 편집부에 부탁드렸습니다.
어머니는 치매를 앓기 전, ‘병원에서 삽관한 채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될 때까지 살고 싶지 않다’라고, 항상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현실은 그 바람을 외면한 채, ‘병원에서 삽관한 채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를 강요받고 있었습니다. 저는 죄책감을 씻을 수 없어서, 어머니가 바라던 인생의 마지막을 맞게 해 드릴 수 없는지, 깊은 고민의 늪에 빠졌습니다. 물론,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너무 고민이 깊다 보니, 면회하러 가는 길에 자전거가 자동차에 치일뻔한 사고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피폐해진 저는, 그 무렵 연재하던 신문소설을 완성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상태여서 이 칼럼을 재개할 여유를 잃어버렸던 것입니다.
그 후, 어머니는 확실히 의식이 돌아왔다고는 할 수 없지만, 컨디션이 좋을 때는 눈을 마주칠 수 있을 만큼 회복하셨습니다. 담당 의사는 이 이상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니 ‘종말기 의료 기관’으로 옮기라고 말했습니다. ‘종말기 의료 기관’이라는 말은 불편하지만, 임종을 기다리는 고령자를 위한 시설입니다. 저에게는 이것이 만인을 위해 바람직한 임종 방식인가에 대한 선명한 의문이 있습니다. 일본의 평균수명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이 사회를 행복한 장수사회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지, 충실한 인생의 존재 방식을 생각하기보다 그냥 그냥 죽음으로부터 눈을 돌리고 생을 연장할 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섬세하고 어려운 테마는 다른 기회에 이야기하겠습니다.
어쨌거나, 지금은 한 달에 2회 정도 면회 가는 것이 일상이 됐습니다. 빈집이 된 본가의 유지 보수도 큰 문제입니다. 여동생과 분담해 간호를 계속하고 있지만, 최근에 여동생이 우익적 배타주의자가 되어 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어 관계가 나빠진 바람에, 이 사실도 제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이렇게 요 2년은 세상에 보조를 맞추듯이 제 신변에도 어두운 사건들이 겹치고 있었습니다만, 물론 다 나쁜 것은 아니어서, 즐거운 일, 기쁜 일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작년 9월에 정말 오랜만의 한국 방문은, 허무 일변도에 빠져 있던 저를 구원해 주었습니다.
작년 9월, 광주에서 제5회 아시아 문학 페스티벌이 열렸고, 저는 거기에 일본 대표로 참가했습니다. 또, 비슷한 시기에 서울에서는 홈리스월드컵도 개최됐습니다. 박서준, 아이유 주연의 영화 「드림」에 나오는, 바로 그 홈리스월드컵입니다. 저는 평소에 일본 팀의 연습에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대회에도 응원 차 참가하게 됐습니다.

작년 9월에 정말 오랜만의 한국 방문은,

허무 일변도에 빠져 있던 저를 구원해 주었습니다.
작년 9월, 광주에서 제5회 아시아 문학 페스티벌이 열렸고,

저는 거기에 일본 대표로 참가했습니다.

또, 비슷한 시기에 서울에서는 홈리스월드컵도 개최됐습니다.

저는 평소에 일본 팀의 연습에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대회에도 응원 차 참가하게 됐습니다.

 

 

2024년 9월 한국 방문의 의미
그때, 이 칼럼의 번역자인 저의 절친, 김석희 선생과 6년 만에 재회했습니다. 이쯤에서 김석희에 대해, 조금 자세히 소개해 둘까 합니다. 본인이 이 글을 번역하려면 좀 쑥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석희는 고등학교 졸업 후 회사에 다니다가 늦게 대학에 입학해, 일본어문학을 전공했습니다. 결혼한 뒤 석사과정을 마치고, 아이를 키우면서 오사카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마쳤습니다. 제가 김석희를 알게 된 것은 김석희가 대학 교원이 되고 난 뒤인 2012년. 서울에서 3개월간 지낼 때였습니다. 밝고 아이디어가 샘솟는, 굉장히 섬세하고, 한계를 모를 만큼 노력가인 김석희는 나와 주파수가 잘 맞았습니다. 주파수가 맞는 사람끼리는 서로 말하지 않아도, 상대의 기분이나 생각이 직접적으로 전해지지요. 저와 김석희도 그랬습니다.
김석희는 조금씩 저의 단편 소설을 번역해 한국에 소개했고, 출판사와도 교섭하더니 2020년에 『인간은행』(문학세계사)을, 2023년에는 『식물기』(도서출판 그물코)를 간행했습니다.
코로나의 소용돌이가 시작되자, 김석희는 취미 삼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그것을 SNS에 소개하면서 팬이 늘어났습니다. 그러더니, 점차 본격적인 화가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2021년에는 저의 단편에 그림을 그려 넣은 『디어 프루던스』도 출판했습니다. 그리고 기어이, 올여름에는 대학을 떠나 전업 화가가 될 것을 선언하고, 작품집 『The Poetic』의 출간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김석희가 사는 방식, 멋지지 않습니까! 나는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호시노의 글 번역하는 건 계속할게’라고 말해 주었는데, 앞으로 자신을 위해 살아갈 김석희의 삶 속에, 저의 글도 포함된다는 사실이 또 하나의 감격이었습니다.
아무튼, 6년 만에 만난 김석희와는 쌓이고 쌓인 이야기가 한가득이었습니다. 김석희의 인생, 가족 이야기, 그림, 한국 사회에 대한 분석 등등. 내내 온라인으로 이어온 김석희와의 신뢰 망이 손으로 만져질 듯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그것은 따뜻해서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이걸 위해 한국에 왔구나 싶었습니다.

김석희는 인생을 살면서, 아마 저였다면 견디지 못하고 부서져 버렸을지 모르는 역경을 몇 번이나 겪었지만 부서지지도 않았고, 무언가에 자신을 내어주지도 않은, 김석희인 채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사실은 눈 부실만큼 귀하고, 기쁘며, 헤아릴 수 없는 존경의 마음을 품게 합니다.
김석희는 자신의 SNS로 이어진 커뮤니티의 친구들을 초대해서 제 작품의 독서 모임 같은 것도 기획해 주었습니다. 이것도 정말 온화한 기억으로 마음에 남을 모임이었습니다.
아시아 문학 페스티벌에서도 김석희가 나의 통역을 맡아주어, 우리는 함께 광주로 이동했습니다. 광주로 내려가는 기차에서도 김석희와 계속 수다를 떨었지만, 이야기는 끊일 줄을 몰랐습니다.
그리고 아시아 문학 페스티벌에서 또 저의 운명을 바꿀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데, 이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번역 김석희]

1988년 와세다대학 문학부를 졸업했다. 1997년『마지막 한숨』으로 제34회 문예상을 수상했고, 2000년『깨어나라고 인어는 노래한다』로 제13회 미시마유키오상, 2003년『판타지스타』로 제25회 노마문예 신인상을 수상,『오레오레』로 오에 겐자부로상,『밤은 끝나지 않는다』로 요미우리문학상,『호노오』로 다니자키 준이치로상을 수상했다. 대표 소설집『인간은행』,『디어 프루던스』등이 국내에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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