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시간을 걷다, 모던 서울

경로: 남북통합문화센터(강서구) 통일부 북한자료센터(서초구)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마포구)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중구)  남북회담본부(종로구)  국립통일교육원(강북구)

 

잠정적 상태로 간주됐던 분단의 시간이 켜켜이 쌓이면서 분단 80주년을 맞이한 2025년, 남북의 교류와 협력을 위해 노력하면서 통일을 준비하는 몇 곳을 추려 봤다.

 

혐오 시설로 시작한 남북통합문화센터

서울 강서구에 있는 남북통합문화센터는 남북의 문화 차이를 넘어 통합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한 통일부 시설이다. 지금은 인근 주민들이 편하게 쉬면서 커피도 마시고 도서관도 즐겨 찾는 지역 문화의 공간이 됐지만, 센터 건립이 처음 추진된 2012년 지역 주민들은 혐오 시설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었다. 지역 주민을 센터 운영위원으로 참여시켜 함께 운영을 논의하는 과정을 거쳐 8년이 지난 2020년 5월 문을 열었다.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비롯한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기본 목적이지만 주민이면 누구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지역 문화 공간이다. 실제 프로그램 구성과 운영은 지역문화센터와 별반 다르지 않다. 북한이탈주민과 함께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 회원으로 가입한 후 참여할 수 있다.


남북통합 문화 행사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남북통합문화센터의 모든 시설은 개방돼 있고, 특히 1층 카페와 5층, 6층의 도서관이 인기가 높다. 5층 도서관은 놀이기구를 대여하고 어린이들을 위해 특화된 공간이고, 6층 도서관은 일반 자료실로 구성돼 있다. 도서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가입한 다음 신분증을 가지고 방문하면 회원증을 발급받아 이용할 수 있다.


오히려 지금은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시설이라기보다는 지역 주민을 위한 시설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불신과 우려 속에서도 다양한 문화 체험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남북 통합, 사회 통합의 모델로 자리 잡았다.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연구 기지

통일부 북한자료센터는 북한 자료를 전문으로 관리하는 통일부 조직이다. 북한 자료는「국정원법」에 의거한 국정원 훈령인 ‘특수자료 취급지침’에 따라서 관리한다. 이전까지는 북한 자료에 대한 접근이 일체 금기시돼 있었다.

 

 

탈냉전이 시작되면서 남북 대화가 시도됐고, 북한 자료가 일종의 정보 차원에서 관리되기 시작했으며, 마침내 1989년 광화문우체국 6층에 통일부 북한자료센터가 문을 열었다. 이후 2009년에 현 위치인 서초구 반포동 국립중앙도서관 5층으로 옮겼다. 국립중앙도서관으로 이전한 이후에는 디지털아카이브 시스템을 구축하고, 주요 북한 신문 기사 목록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공공도서관 협력을 통한 통일 인식 개선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통일부 북한자료센터는 종합 정보관인 통일정보자료센터로 이행하는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북한 자료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관리와 운영을 위한 공간의 절대 부족을 겪게 됐다. ‘통일 미래를 대비하고 디지털 환경 등 시대변화에 맞게’, ‘소장 자료들의 디지털화 비율을 높이고, 고도화된 디지털아카이브 시스템 구축을 통해 국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는 취지로 새로운 통일정보자료센터 건립 사업을 추진했다. 2022년 3월 고양시와 통일정보자료센터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신청사를 건축하고 있다.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 편찬 사업은 분단 이후

달라진 남북의 생활어를 조사한 후

『겨레말큰사전』을 공동으로 편찬하는 사업이다.
민족 공통성을 유지하기 위한 언어 연구라는 점에서

커다란 상징성과 의미를 갖고 있다.

 

남북 언어의 오작교

공덕역 4번 출구 앞의 지방재정회관 12층에 있는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는 남북이 합의한 『겨레말큰사전』 공동 편찬을 위해 조직한 남측 기구다.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 편찬 사업은 분단 이후 달라진 남북의 생활어를 조사한 후『겨레말큰사전』을 공동으로 편찬하는 사업이다. 문익환 목사가 1989년 방북해 김일성 주석과 합의한 사업으로, 한반도가 남북으로 갈리고 제도가 달라진 상황에서도 민족 공통성을 유지하기 위한 언어 연구라는 점에서 커다란 상징성과 의미를 갖고 있다. 남북 합의에 따라 안정적인 사업으로 진행하기 위해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법」도 제정했다.


2025년은 남북의 언어학자들이 2005년 2월 20일 금강산에서 한자리에 모여 민족의 단합과 조국 통일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민족어 공동사전 편찬을 위한 공동편찬위원회 결성식’을 개최한 지 20년이 되는 해이다. 처음 계획은 남북의 국어학자들이 분기별로 남북공동 편찬회의를 개최해 사전의 올림말을 공동 선정하는 작업을 통해 2013년까지 사전을 편찬하는 것이었다.『겨레말큰사전』편찬은 남측 편찬위원회와 북측 편찬위원회에서 공동으로 진행한다.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의 정식 명칭은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남측편찬사업회’다.


남북 관계가 경색되기 이전까지는 1년에도 몇 번씩 공동 편찬 회의를 개최하면서 상당한 진척을 보았다. 2005년 2월 제1차 남북공동회의(금강산)를 시작으로, 2015년 12월 제25차 남북공동회의(중국 다롄)까지 총 25회의 편찬회의를 개최했다. 이후로는 남북 경색이 길어지면서 사전 편찬에 필수적인 회담이 중단된 상황이다. 남북 회의가 열리지 못하는 동안, 편찬위원회에서는 남북이 합의한 내용을 중심으로 편찬 사업에 남은 작업을 진행했다. 남북이 분담 집필에 합의한 원고와 남측에서 집필한 남측분 원고 및 북측분 원고를 2021년 3월에 임시 제본으로 제작해, 국회의사당에서 전시회를 갖기도 했다. 또한 남북 언어를 학습할 수 있도록 남북 언어문화 학습자료를 제작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남북 언어문화 학습자료는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자료를 다운받아 활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 사업을 진행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겨레말문화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겨레말문화학교 정규 강좌는 봄, 가을 두 학기로 운영하며 『겨레말큰사전』 편찬 성과를 중심으로 남북 언어와 교류 협력에 관한 내용을 교육한다. 별도로 운영하는 특별 강좌는 인문 교양 프로그램으로 남북 언어와 사회 문화 교류에 관계되는 주제로 진행한다.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남북 교류의 거점,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는 남북 교류·협력 활성화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한 통일부 사단법인이다. 2006년 남북이 경공업 및 지하자원 개발 협력 사업에 합의한 것이 시작이었다. 남한은 북한에 경공업 원자재를 제공하고, 북한은 남한과 공동으로 함경남도 단천시의 3개 광산(검덕, 룡량, 대흥)을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합의 이행을 위해, 2007년 5월에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가 발족했다.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는 2007년 설립된 이후 2007년 6자 회담 대북 에너지 설비·자재 제공사업 수행, 2008년 남북 군사당국 간 통신체계 개선 사업 개시, 2009년 남북교역·경협 관리 사업 개시를 통한 남북교류협력 지원 업무를 진행했다. 2012년 기타 공공 기관 지정을 계기로 현재의 위치인 중구 퇴계로 대연각타워로 이전했다.


2015년부터 대북지원사업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했으며, 2019년에는 남북교류협력 종합지원센터를 개소했다. 남북공동 유해발굴 자재·장비 지원사업, 남북 산림협력사업, 한강하구 공동조사 사업, 한강하구 민간선박 시범항행, 남북 및 국제사회 대북협력 온라인 소통채널 구축, 인도협력 민간 역량강화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남북회담의 역사를 간직한 남북회담본부

남북회담본부는 남북 대화의 실무를 총괄하는 통일부 조직이다. 1970년대 탈냉전의 기류를 타고 남북 대화를 위한 접촉이 있었고, 마침내 1971년 8월 20일 판문점에서 제1차 남북적십자회담이 열렸다. 이후 남북회담을 위한 기구로 1971년 9월 1일 대한적십자사에 남북적십자회담사무국이 설치됐고, 1972년 7월 4일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남북대화 전담기구로 중앙정보부에 남북조절위원회 남측사무국이 설치됐다. 1980년에 남북대화사무국으로 이름을 변경하고, 통일부의 전신인 국토통일원으로 업무를 이관했다. 이후 1992년에 남북회담사무국으로, 2006년에 남북회담본부로, 2023년에 남북관계관리단으로 변경했다. 이재명 정부에서 남북회담본부로 복원했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에서 종로02번 마을버스를 타고 가회동주민센터, 감사원을 지나면 ‘통일부’라는 정류장이 나온다. 이곳이 바로 통일부 남북회담본부다. 일반인이 잘 찾지 않는 위치, 두툼한 담벼락과 육중한 철문은 영화에 나올 듯한 풍경이다. 실제 남북 사이의 비밀 회담이 이뤄졌던 곳이고, 영화에서 종종 배경으로 사용되는 곳이다.

 


통일교육의 산실, 국립통일교육원

국립통일교육원은 통일 교육 사업을 총괄하는 통일부 조직이다. 남북 대화가 시작된 1972년 통일연수소로 개소했다. 1986년에 통일연수원으로, 1996년에 통일교육원으로, 2021년에 현재의 명칭인 국립통일교육원으로 바뀌었다. 강북구 수유동 4.19 묘지를 지나 크리스찬 아카데미와 붙어 있는 국립통일교육원은 북한산둘레길 3구간인 흰구름길의 종착점이자 시작점이다.

 

국립통일교육원에서는 통일에 관한 국민의 인식 및 이해 증진을 목적으로 학교, 기업, 지자체, 시민단체, 전문가를 대상으로 통일 교육 프로그램 운영, 통일교육 교재개발, 연구, 국제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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