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BOOK

이 책에서 말하는 ‘나쁜 교사’는 여러 가지 리스크를 감수하고
학생의 성장을 위해서 다양한 교육적 시도를 하는 교사입니다.
제가 만났던 많은 ‘나쁜 교사’들은 교육학과 관련된 이론을

반추하지 않더라도 수업, 평가, 교수법 등의 측면에서

위대한 스승들의 가르침을 자연스럽게 따르고 있습니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혹은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라는 옛말이 말 그대로 옛말에 불과한 오늘, 교권 추락과 공교육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이른바 ‘왕의 DNA’라는 표현으로 회자되는 학부모 갑질 사건 등 대중의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교육 현장의 비극적인 사건도 반복되고 있다.


지난 11월 방송대출판문화원(이하 출판문화원)에서 출간된『착한 교사 포기하기』는 교육 현실을 둘러싼 교과서적이고 피상적인 담론에서 벗어나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정면으로 직시하며 더 나은 교육에 관해 고민해온 교사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저자인 나세진 교사를 만나 ‘진정한 교육’에 관한 그의 고뇌를 들어봤다.

이현구 기자 zuibm@knou.ac.kr


실제 출간된 도서의 내용은 초고와 크게 달라졌다고 들었는데, 주제와 내용의 지향점이 바뀐 과정을 설명해주신다면
네, 초고의 제목은 ‘교육 지식 루미나리에’였는데 학교 현장에서 빚어지는 일들을 교육학적 관점으로 풀어내는 글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출판문화원의 장빛나 편집자가 이대로도 좋지만, 좀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메시지를 주는 방향으로 틀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편집자와 제가 처음으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을 때의 가장 큰 화두는 ‘공교육 정상화’였습니다.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을 비롯한 교직계의 이슈들을 반영한 시의적절한 결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출판문화원을 선택하신 이유는

여러 출판사에 초고를 보냈었는데, 저의 원고에 대해 가장 긍정적이면서도 비판적인 피드백을 제시해준 곳이 출판문화원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읽은『배움의 조건』을 펴낸 곳이기도 했고, 공무원이셨던 제 아버지가 재직 중에 방송대에 다니셨기 때문에 뭔가 운명 같다고 느껴졌어요.


‘긍정적이면서도 비판적인’ 피드백이란
제가 글을 쓴 취지에 대해 전반적으로 공감해주면서도 교사나 교육학자가 쓴 다른 책들과의 차별화를 위해서 주제와 내용은 물론이고 문체나 단어 하나까지도 세심하게 검토하고 의견을 제시해줬습니다. 초고 제출 이후부터 출간까지 원고를 몇 번이고 뜯어고쳤지만 그 덕분에 더욱 의미 있는 책이 된 것 같아요.


다소 도발적인 책 제목에 대해 선입견을 갖는 독자가 있다면, 그 오해를 풀기 위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제목을 통해서 독자가 궁금증을 느끼고 관심을 갖게 하고자 했는데, 만약 부정적인 첫인상을 갖게 된 독자가 있다면 책 전체의 맥락에 따라 착한 교사와 나쁜 교사의 진정한 의미를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착한 교사’는 여러 가지 교육적 시도를 포기하면서 민원을 피해 안정적으로 살아가려는 보신주의적 교사를 뜻하고, ‘나쁜 교사’는 여러 가지 리스크를 감수하고 학생의 성장을 위해서 다양한 교육적 시도를 하는 교사입니다.


교사들의 교권을 무시하거나 위협하는 일부 학부모 역시 과거엔 권위적이고 폭압적인 학교교육에 짓눌렸던 세대라는 관점이 인상적이었는데, 선생님의 학창 시절 경험은 현재의 교육 활동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어린 시절에 일상적인 폭력을 지켜보다 보면, 그것이 자신도 모르게 내면화되는 것 같습니다. 결국엔 나도 모르게 내가 싫어했던 방식으로 다른 학생을 지도할 가능성이 커지게 되죠. 이는 반두라(A.Bandura)의 사회학습이론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폭력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악순환을 교육자가 끊어내야 한다는 것을 독서와 훌륭한 선생님들과의 대화를 통해 깨닫게 됐습니다. '리바이어던과 교육자'라는 글에서 묘사했듯이, 저도 정말 인내하기 힘든 상황에서는 리바이어던이 되려는 유혹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큰 가르침을 주었던 여러 선생님들과 인류에게 위대한 지혜를 남긴 스승들을 떠올리며 마음을 부여잡습니다.


이 책의 문체와 접근방식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직접 경험하신 실제 사례를 들면서 자연스럽고 문학적인 필체로 여러 교육학 이론을 소개하셨는데, 그것은 선생님의 등단 경험과도 관련이 있을까요
소설을 쓰면서 자리 잡은 습관들이 이 책에도 반영됐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소설가로 등단할 때와는 전혀 다른 글쓰기였기 때문에 많이 점들이 미숙했던 것 같습니다. 등단을 할 때는 이 글을 쓸 때보다 여유가 많았고, 무엇보다 깊이 숙고하고 검토할 시간이 충분한 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집자의 적절한 조언이 큰 도움이 됐어요.


국가와 인류 전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지향하는 교육에서는 수월성과 형평성 중 무엇을 우선시해야 할까요
수월성(잘하는 학생이 더 잘하게 하는 것: 영재교육, 우수 학생 프로그램, 경쟁 교육 등)과 형평성(모든 사람에게 교육 기회가 공정하게 분배되는 것)을 단순히 선택의 문제로 볼 수 없고, 두 가치를 어떻게 조화롭게 설계하느냐가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월성은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혁신과 전문성의 동력이 되고, 형평성은 모든 구성원이 최소한의 역량을 갖춰 사회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탱하는 기반이 됩니다. 어느 하나만 강조하면 지속 가능성은 흔들립니다. 따라서 기회는 공정하고 넓게 제공하되, 그 안에서 개인의 잠재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이 필요합니다.


교사는 보호와 존중을 받아야 할 감정 노동자인 동시에, 장기적 안목으로 민주 시민을 길러내야 할 주체라고 보는 점에서 교직에 관한 4가지 관점인 성직관, 전문직관, 노동직관, 공직관을 모두 절충적으로 수용하신 것 같습니다
책에서는 네 가지 관점 중에서 어떠한 관점에 비춰보더라도 교사의 도덕성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고, 질문해 주신대로 저는 4가지 관점을 절충적으로 수용하는 입장입니다. 교직을 이해하는 데는, 특정 관점으로 일도양단하기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교사들은 일반적으로 교육학 이론을 지속적으로 연구하는 편인가요
출판 시장에선 교육학 이론을 다룬 책보다는 교실에서 챗GPT활용하기, 교사 업무 자동화하기, 인공지능을 활용한 수업 등을 다룬 실용서가 더 많이 팔리는 것 같습니다. 저도 교육 현장에서 근무할 때 교육사상가들의 생애와 이론을 이야기해본 적은 거의 없어요. 하지만 제가 만났던 많은 ‘나쁜 교사’들은 교육학과 관련된 이론을 반추하지 않더라도 수업, 평가, 교수법 등의 측면에서 위대한 스승들의 가르침을 자연스럽게 따르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통해 교육자의 이상적 모델을 추구하려는 노력이 드러난다고 봅니다.

 

초등교육 현장에선 AI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요

발표 수업에서 학생들이 각자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준비할 때 예전엔 파워포인트로 기본적인 틀부터 시작해서 세부적인 디자인을 채워가며 완성시켰다면, 최근엔 CANVA라는 AI 툴을 활용해서 아주 간편하게 자료를 만드는 편이에요. CANVA 툴 사용법은 많은 학교에서 추천하고 있기도 하고요.

 

또 저는 각각의 교과가 반드시 서로 분절되는 게 아니라 서로 융합될 가능성이 있음을 아이들이 직접 체험하게 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 시도 중 하나로 구글의 인공지능 기반 음악 교육 도구 ‘크롬 뮤직랩’을 수업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칸딘스키’라는 서비스를 중심으로 미술과 음악을 넘나드는 융합 예술 활동을 함께하고 있고요.

 

또 챗GPT 같은 생성형 AI의 번역 기능을 활용해 현실 상황에 맞는 영어 대본을 직접 만들어보라고 하기도 해요. 다만, 거기에 그치는 게 아니라 AI가 이처럼 발전해서 번역까지 능숙하게 해주는데도 외국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에 대한 토론과 고민을 이끌어내려고 합니다.

 

하지만 AI를 교육에 활용하면서도 여러 가지 고민이 많습니다. 일례로, CANVA 덕분에 아이들이 부모의 도움 없이도 발표 자료를 간편하게 만들 수 있게 됐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프리젠테이션의 시각적 요소를 처음부터 고민할 기회가 박탈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어요. 스마트폰을 쓰면서 가까운 사람들의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않게 되고, 내비게이션이 일반화되면서 길눈이 어두워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 오히려 퇴화되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이죠. 그래서 수업에 여러 가지 AI를 활용하되, 아이들이 근본적인 의문을 품고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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