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학과 사제동행의 대명사 ‘찾아가는 동아시아사랑방포럼’ 35회차가 ‘문학·유산·교육으로 만나는 오늘의 일본’을 주제로 지난 2월 23일 서울시 종로2가 학사다방 북카페에서 동문·재학생 등 9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열렸다.
오후 5시에 시작한 포럼은 2시간 30분 가까이 진행됐다. 멀리 일본에서 참석한 이들에서부터 부산에서 상경한 이들까지 지리적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아 보였다. 특히 일본학과 1회 졸업생들도 참석해 포럼에 관한 관심과 열정을 증명했다. 북카페의 한정된 공간은 뜨거운 열정으로 데워졌다.
『알다일』과 함께 진화하는 포럼
이번 포럼 역시 방송대출판문화원에서 출간하고 있는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전5권, 이하 『알다일』) 집필에 참여한 필자들이 발표자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이들 발표자들은 『알다일』과 함께 포럼의 진화를 추동하는 동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또한, 학계에 포진한 전문 연구자뿐만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깊이 탐구를 이어가는 이들에게도 발표 기회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포럼은 분명한 ‘현재진행형 사제동행’으로 읽힌다.
35회 포럼에서는 이혜영 일본언어문화연구가가 「문학관으로 읽는 일본문학―도쿄 문학관을 중심으로」를, 지계문 일본 비즈니스 컨설턴트가 「일본유산, 북전선(北前船)의 도시」를, 유춘미 주일한국문화원 세종학당 강사가 「21세기 일본에서의 한국어 교육 경험을 통해서 다시 묻다」를 각각 발표했다.
이혜영 일본언어문화연구가는 도쿄에 산재한 문학관을 통해 일본근대문학의 거인들을 시민들이 어떻게 향유하고 있는지를 살폈다. 발표자에 따르면, 일본 전체에 산재한 문학관은 764곳, 도쿄도에는 92곳, 도쿄시 구내에는 10곳이다. 발표자는 이 가운데 일본근대문학과, 모리오가이 기념관, 소세키 산방, 이치요 기념관, 다바타 문사촌 기념관, 무라카미 하루키 라이브러리 등 6곳을 소개했다.
지계문 일본 비즈니스 컨설턴트는 과거의 지역 유산을 미래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일본의 최근 경향을 소개했다. 구체적으로는 오타루와 도야마 지역을 중심으로 ‘다시마 로드’라는 지역 유산을 콘텐츠로 연결해 지역 소멸에 맞서며 새로운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사례의 시사점을 짚었는데, 흥미로웠다. 전통 유산을 지역 상생의 활로로 지렛대 삼아 미래 먹거리로 연결하는 노력에 의미를 매겼기 때문이다.
유춘미 세종학당 강사는 21세기 한류의 전개라는 큰 흐름 속에서 일본 교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한국어 공부의 변화 양상을 추적했다. 유 강사는 21세기 일본 한국어교육의 성격 변화를 ‘드라마·K-Pop 관심 문화 소비 언어→ 유학·취업 준비 시험 기반 학습 언어 → 관계 맥락 중심의 지속적인 언어 교육·AI와 디지털 언어 교육’으로 도식화했다. 특히 향후 10년 중요한 변화로 ‘관계 맥락 중심의 지속적인 언어 교육’을 꼽으면서 ‘사람을 남기는 교실’을 강조했는데, 이에 대해 총평을 맡은 강상규 교수·이경수 명예교수 모두 ‘관계성의 확장’의 중요성에 동의해 눈길을 끌었다.
“동아시아사랑방포럼에는 사람의 시간이 담겨 있다”
강상규 교수는 총평에서 “유춘미 선생님의 이야기가 기술적인 어떤 변화에 관한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고 관계의 이야기로 매듭지어져 놀라웠다. 사실 우리가 어떤 경이로운 세계를 느끼게 되고 그 경이로운 세계에서 우리가 갇혀 있는 어떤 경계를 넘어서는 그런 힘을 받게 되고 그러면서 관계를 열어가는 그런 뭔가를 만들어나갈 때, 우리의 가슴은 힘차게 뛰게 된다”라고 말하면서 “여러분들이 오늘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서 귀 기울여 듣고 거기에서 질문을 만들고, 그 질문을 우리의 삶 속에, 지금 여기 나에게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 거대한 변화 속에서 나는 어떻게 행동하고 생각할 것인지’ 이런 것으로부터 지적인 자극을 받는 시간이었기를 바란다”라며 발표자들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이경수 명예교수도 “동아시아사랑방 포럼은 숫자로는 35회이지만, 그 안에는 사람의 시간이 담겨 있다. 이해는 일방의 노력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움직임이다. 동아시아사랑방포럼은 2020년에 작은 걸음으로 시작했다. 그때는 한일 관계가 쉽지 않았고, 서로를 이야기하는 일조차 조심스러웠던 시간이었다. 모임 하나를 이어가는 일도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멈추지 않았다. 서로 배우고, 나누고, 이해해 보자는 마음 하나로 자리를 지켜왔다. 그 시간이 쌓여 오늘 35번째 만남에 이르렀다”라고 회고하면서, “우리는 일본을 단순히 ‘아는 대상’으로 두지 않았다. 문학을 통해 마음을 읽고, 도시를 통해 시간을 이해하고, 교육을 통해 미래를 성찰하며 그 결을 천천히 따라가 보았다. 그 과정 속에서 저는 느꼈다. 우리가 일본을 더 깊이 이해하려 할수록, 일본 또한 한국을 더 따뜻하게 바라보게 된다는 사실을. 이해는 일방의 노력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움직임이다. 알면 다르게 보이고, 다르게 보이면 관계는 조금씩 달라진다. 알면 다르게 보이고, 다르게 보이면 관계는 조금씩 변화한다. 지식이 정보로 머무르지 않고, 지혜가 되어 우리의 시선을 넓혀 주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의미를 매겼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