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이 함께 방송대 입학을 고민 중이라면,
꼭 같은 과에서 공부해 보세요.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공감대가 생길 겁니다.
2026년 봄 안산시학습관 신·편입생 오리엔테이션 현장을 뜨겁게 달군 주인공들이 있다. 어머니, 아들, 며느리가 하하호호 담소를 나누는 모습에 학우들이 삼삼오오 몰려들었다. “어떻게 같이 공부하게 됐어요?”, “시어머니 모시고 살면서 공부까지 힘들진 않나요?” 등등 궁금함과 부러움이 섞인 질문이 쏟아졌다. 안산시학습관 교육학과 3인방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을까?
사실 방송대와 인연은 10년도 더 됐다
시작은 40대 백은옥 학우였다. 사실 백 학우에게 방송대는 두 번째 도전이다. 2008년 유아교육과에 편입했는데, 임신으로 ‘첫 학기 버티기’라는 산을 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컴퓨터 강사로 일했던 한 기관의 평가자가 학사학위가 없다며 ‘태클’을 걸었다. 반드시 제대로 된 학위를 취득하리라 마음 먹고, 막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던 2024년, 백 학우는 방송대 교육학과 1학년으로 입학했다. 동료 강사들을 포함해 4명이 함께였다.
먼저 방송대를 다니고 있던 선배 강사와 교류가 많아지면서 학생회 활동을 시작했다. 1학년 대표, 사무국장을 거쳐 현재 안산시학습관 교육학과 회장이라는 ‘학생회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다. 입학 3년 차, 백 학우는 “함께 입학했던 3명 동기 중에 남아 있는 사람은 없다”라며 웃었다. 대신 지금 그녀 옆에는 3학년 신랑과 1학년 시어머니가 있다.

한 살 연하 남편 김현 학우는 이번이 방송대와 3번째 만남이다. 국비 지원 IT교육 과정에서 만난 아내가 유아교육과에 입학할 즈음, 영어영문학과에 도전했다. “평소 영어를 배우고 싶었는데, 와보니 영어 기초가 너무 안 돼 있어서 어려웠어요. 직장 일이 바쁘기도 해서 포기했죠.”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김 학우는 2013년 컴퓨터과학과에 도전해 드디어 학사 학위를 땄다. 그런데 다시 방송대에 입학한 아내는 자신과 너무 달랐다. 모든 공부를 혼자 했었는데, 아내는 선배, 동기들과 함께 공부했고, 학생회 행사에도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아내를 본받고 싶었고, 아이들 키우는 데도 좋겠다는 생각에 교육학과 3학년 편입을 결심했다.
시어머니와 합가하며 방송대 가족으로
60대 중반 시어머니 조명숙 학우는 고등학교 졸업 후 어린 나이에 아들을 낳았다. 외동아들을 키우느라 수원에서 고깃집, 횟집을 했고 순댓국집을 제일 오래 했다. 2024년, 홀로 계신 어머니에게 아들과 며느리가 합가를 제안했다. 평소 ‘쿨’한 성격의 시어머니는 그해 여름, 훌쩍 커버린 어른 아들이 사는 안산으로 건너왔다. 맞벌이하며 아이 셋을 키우는 아들네에 손을 보태주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평생의 성실함으로 금세 한 청소년복지기관에서 일자리도 구했다. 하지만, 평생 자영업을 했기에, 계약직 일자리는 불안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공부를 하는 시어머니의 모습에서 배움의 열정을 알아챈 건 며느리 백 학우였다.
“충분히 공부에 소질이 있으시다고 느꼈어요. 방송대에서 공부하면 분명 다른 기회가 올 거라 확신해 어머님께 입학을 권했습니다.” 신랑도 거들었다. 처음에는 나이가 많다고, 너희 둘 다 나가면 세 아이 밥은 누가 차려주냐고 손사래 쳤던 시어머니에게 부부는 “더 연세 있는 어른들도 많아요. 저희가 있을 때 같이 해요. 어머니는 플래닝 능력이 뛰어나시니, 평생교육사에 도전하시면 멋질 거 같아요. 다음은 없습니다!”라고 설득했다. 일주일 후, 시어머니는 1학년 신입생이 됐다. ‘쿨’한 성격으로 저지른 ‘사건’이었다.
조 학우는 “며느리가 나보다 생각이 깊더라고요. 따로 살 때는 가족 모임 때 가끔 보면서 ‘어머님, 식사 잘하시죠?’, ‘오늘은 일 언제 끝나세요?’라며 안부 묻던 사이였는데, 이제는 ‘출석수업 언제예요?’, ‘MT 신청하셨어요?’라며학교생활을 살뜰히 챙겨줘요. 국가장학금도 받을 수 있다고 정보를 알려줘서 난생처음 받았다니까요?”라며 웃었다.

같은 과에서 공부하다 보니 대화 주제도 온통 수업 이야기다. 조 학우는 권영민 교수의「교육의 이해」가 인상 깊었다. 아이들이 일어나다 넘어지는 게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아이 입장에서는 뒤집기, 배밀이가 죽기 살기로 도전하는 과정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김 학우는 이동주 교수의「교육공학」이 그렇게 재밌다.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일이 자신의 직업인 프로그래머와 너무 닮아 있기 때문이다. 백 학우는 김의태 교수의「평생교육방법론」에 푹 빠져있다. 자격증 과목이라 해서 욕심을 내 1학년 때 멋모르고 수강 신청했다가 재수강 중인데, 실생활에 적용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요즘은 중간과제물 작성으로 바쁘다. 평생 외우는 공부만 하다가 ‘자기 생각’을 넣는 과제를 처음 접한 어머니를 위해 아들은 열심히 자판을 두드린다. 며느리는 “힘들다고 하시는데, 벌써 강의 두 바퀴 돌리셨고, 도서관 가서 참고문헌도 몇 번이나 대출해서 꼼꼼히 읽고 계세요. 열정이 정말 대단하세요. 저희보다 열심이시니, 이러다 조기졸업 하실 거 같아요”라며 웃었다.
할머니, 아빠, 엄마 함께 공부하는 모습에 달라진 아이들
집안 분위기도 달라졌다. 아빠 입학 소식에는 시큰둥했던 아이들이 할머니가 입학한다니 “오오! 할머니도? 멋져!”라고 소리쳤다. 엄마랑 자던 아이들이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엄마, 아빠, 할머니를 보며 “우리끼리 자자”라고 말하고, 중3인 큰 딸은 커피를 타오기도 한다.
조 학우는 “고맙다”는 표현을 꼭 하게 됐다. “학생회 일로 바쁜 며느리가 문자로, ‘어머니 오늘은 밥만 해주세요. 국은 제가 사갈게요. 감사해요’라고 꼭 고맙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저도 아이들이 ‘할머니, 이거 드세요’ 하면 ‘그래, 고마워’라고 꼭 말해 줍니다. 우리 시대에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애를 키웠잖아요. ‘숙제 안 하면, 너 밥 없어’라고 으름장을 놓는 게 당연했는데, 아들네를 보니 ‘숙제는 숙제고, 밥은 밥’이라고 분리하더라고요. 반성했죠. 다 배우면서 알게 되는 거 같아요. 결혼하는 부부들을 나라에서 몇 달이라도 교육을 시켜서 ‘부모자격증’을 주면 좋겠다니까요(웃음).”
서로 존대하는 예쁜 부부의 말투도 바뀌었다. 남편 김 학우는 학교 생활을 하며 ‘학우님’이라는 말에 울림을 느껴, ‘여보 물 좀 줘요’ 대신 ‘학우님, 물 떠다 드릴까요?’라고 말한다고.

세 사람은 각자 다른 꿈이 있다. 조 학우는 꼭 4년 만에 졸업한다는 마음도 내려놓았다. “힘이 들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모르는 건 당연히 자녀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고요. 창피하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자녀들에게 도움 받고, 의지하고, 학교에서도 도와주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차근차근 배우고 졸업해서 ‘나 대학 나온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 학우는 어머니 공부를 잘 도우며, 졸업하면 법학을 배워보고 싶다. 그래도 혹시 가족이 함께 방송대 입학을 고민 중이라면 꼭 같은 과에서 공부해 보길 권했다. “어머니는 추리·수사물을, 아내는 드라마를, 저는 과학드라마를 좋아해요. 다르죠. 그런데 같은 공부를 하니까 공감대가 커지더라고요. 같은 공부를 함께 하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어요.”
안산시학습관 교육학과 3인방의 시작점, 백 학우의 말이다. “만약 제가 학위 없다는 남의 말에 상처받고 선을 그어버렸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거예요. 도전은 지금이 제일 빠릅니다. 모든 결정은 타인이 아니라 자신이 해야 해요. 주변에 좋은 사람이 있어야 좋은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방송대에는 그런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거 꼭 기억하시고, 함께 공부하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안산=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