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구원의 드라마로 평가받은 조르주 베르나노스의 최후작

정영란 명예교수(프랑스언어문화학과)가 최근 프랑스 소설가 조르주 베르나노스의 최후작으로 알려진『가르멜 수녀들의 대화』(문학과지성사)를 번역해 출간했다.


조르주 베르나노스의 유작이자 신앙과 인간 실존의 심연을 다룬 이 작품은 단순한 종교 문학을 넘어선 거대한 ‘구원의 드라마’로 평가되고 있다. 정 교수는 “역사 드라마의 틀 안에서 이 작품은 종국적으로는 죽음, 더 나아가 죽음 너머에서 생명을 구하는, 존재의 극변(極邊)까지 감행한 인간의 내적 모험이 고대하는 구원의 드마라를 보여주면서 인간 삶의 가치 지향에 대한 성찰로 독자를 이끈다”(옮긴이의 말)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역사적 사실과 잇닿아 있다. 프랑스대혁명에 이은 공포정치의 종식을 열흘 앞두고 가르멜 수도원 소속의 수녀 16명이 체포돼 트론광장의 단두대에서 처형당한 역사적 사건을 소환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작품이 지닌 핵심적인 의미망은 다층적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공포를 관통하는 ‘대속(代贖)’의 신비, 폭력과 부조리에 대한 저항, 보편적 실존에 던지는 질문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베르나노스는 원장 수녀의 고통스러운 죽음이 주인공 ‘블랑슈’의 평온한 순교로 이어진다는 설정을 통해, 누군가의 희생과 기도가 다른 이의 구원이 된다는 ‘보이지 않는 세계의 연대’를 극적으로 형상화했다.


또한 작가는 프랑스대혁명이라는 극한의 공포정치 속에서 수녀들이 선택한 무기는 총칼이 아닌 ‘자발적 가난’과 ‘자기 헌신’이었다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세상의 논리로는 패배(죽음)처럼 보이지만, 작가는 이를 통해 악과 교만을 이겨내는 초월적 현실을 드러냈다.


베르나노스의 이 작품은 가톨릭 신앙의 틀 안에 머무르지 않고, ‘죽음의 공포’라는 인류 보편의 과제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비겁함과 용기, 도망과 직면 사이에서 고뇌하는 블랑슈의 모습은 현대 독자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이 작품 『가르멜 수녀들의 대화』는 2024년 성인품에 오른 콩피에뉴 수녀들의 실화와 맞물려 더욱 숭고한 감동을 준다. 베르나노스가 임종 직전까지 다듬었던 문장들은 결국 ‘죽음 너머의 생명’을 향한 처절하고도 아름다운 찬가라고 할 수 있다.


영화제작을 위한 대사를 써달라는 주문으로 창작된 작품이기에, 구어체 대화의 ‘말맛’을 놓치지 않고 잡아낸 ‘번역의 힘’도 돋보인다.  한 가지 독서 팁을 덧붙인다면, 주인공 블랑슈가 느끼는 ‘숨 막히는 공포’가 마지막 순간 어떻게 ‘해맑은 자유’로 변모하는지 그 심리적 궤적을 따라가 보눈 것도 좋겠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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