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동문 3인의 특별한 기록

방송대는 성인 학습자들에게 단순한 학위 수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열린 교육, 평생 학습’이라는 대학 이념은 학습자들에게 사회적 책무와 나눔의 철학을 동시에 심어주기 때문이다. 최근 이러한 방송대의 교육 철학을 지역 사회 현장에서 실천적 모델로 구현해낸 소중한 결과물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영일 KNOU경남평생교육위원회 위원장과 이경미·김은경 위원이 공동 집필한『배워서 남 주고 남 주며 배우자』(윤여각 감수, 퍼플)는 방송대 동문들이 지역 사회의 주체로서 평생교육의 길을 어떻게 개척해 나갔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다. 이들이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 책의 의미 등을 살폈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이영일·이경미·김은경 동문,
3년 간의 경남 18개 시·군 현장 모니터링 기록
“스스로 어른이 되어 길을 낸

방송대인들의 위대한 사건” (윤여각 교수)

 

 

이들이 펜을 든 이유는 명확했다. 기존의 동문회 활동이 단순히 졸업생 간의 친목과 교류에 머무는 것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진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라는 치열한 질문 끝에 이들이 내린 결론은 바로 ‘평생교육’이라는 본질적 방향이었다. 이미 지역 사회의 다양한 곳에서 활동하고 있던 이들은 자신의 전공과 경험을 지역과 나누는 ‘봉사’를 삶의 방식처럼 실천해온 ‘준비된 학습자’들이었다.

18개 시·군 돌며 만난 평생교육의 민낯
이러한 인적 기반은 ‘KNOU경남평생교육위원회’ 설립으로 이어졌고, 2023년 2월 6일 방송대와 경상남도 간의 상호업무협약(MOU) 체결을 계기로 실천적인 활동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이 책은 지난 3년 동안 지역 현장에서 겪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선택의 과정을 기록해, 후배 학습자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사명감의 산물이다.
책의 중심부인 제2부와 제3부에는 2023년부터 2024년까지 경남 전역을 직접 발로 뛰며 기록한 ‘살아있는 지식’이 가득하다. 저자들은 단순히 성과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현장에서 평생교육이 어떻게 구체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백서’를 완성했다.
저자들이 모니터링 과정에서 확인한 가장 두드러진 문제는 인력이었다. 어떤 군 지역에서는 담당 부서가 단기간에 세 번이나 바뀌며 업무의 연속성이 끊겼고, 담당 공무원들은 당장의 행정 업무에 치여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현실을 토로했다. 특히 평생교육사들은 본청과 떨어진 곳에서 근무하며 소통의 부재와 고용 불안정성으로 인해 “기획보다는 관리에 급급하다”라는 탄식을 내뱉기도 했다.
그럼에도 저자들은 지역별 특색이 살아있는 성공 사례를 찾아낼 수 있었다. 예컨대 이렇다. 하동군은 5가지 유형으로 사업을 체계화한 ‘하동아카데미’를 통해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실현했다. 김해시는 소상공인과 협력해 강의실을 벗어난 현장 학습을 구현하고, 19명의 평생학습매니저를 적극 활용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양산시는 지역 축제인 ‘삽량문화축전’과 평생학습박람회를 연계해 주민 참여를 극대화했다. 함안군도 관내 군민뿐만 아니라 지역 직장인들에게도 수강료를 지원하는 차별화된 포용 정책을 펼쳤다.
저자들은 이러한 활동을 통해 “동일한 법과 지침이 적용되더라도 그것이 지역의 인적 자원과 학습 문화에 따라 구현되는 모습은 천차만별”이라는 점을 깨닫고, 이를 바탕으로 ‘경남형 평생학습 모델’ 개발과 용어 통일의 필요성을 강력히 제안했다.


“후배들이 딛고 나갈 소중한 이정표 제시”
이 책이 갖는 학술적·사회적 무게감은 감수를 맡은 윤여각 교수(전 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의 평에서 더욱 뚜렷해진다. 윤 교수는 방송대 졸업생들이 친목 모임을 넘어 지역 발전을 도모하는 ‘사건’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윤 교수가 주목한 점은 저자들의 ‘어른다운 태도’다. 다른 사람이 해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우리가 하자”라고 직접 나선 이들의 태도는 공동체의 진정한 리더인 ‘어른’의 모습이라는 게 윤 교수의 평이다. 특히 그는 이들의 활동을 ‘막 깔아놓은 거친 디딤돌’에 비유했다. 비록 그 활동이 완벽하지 않을지라도, 시행착오 자체를 성장과 성숙의 재료로 삼아 후배들이 딛고 나갈 소중한 이정표를 놓았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배워서 남 주는’ 차원을 넘어 ‘남 주며 배우는’ 단계로 나아감으로써 학습의 전단과 후단이 선순환을 이루게 한 점은 평생교육이 지향해야 할 본질적 가치라고 강조했다.
책의 결론에서 저자들은 경남 18개 시·군 모니터링을 통해 도출된 구체적인 정책 제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의 제언을 요약하면, △전문성 강화(평생교육사의 전담 인력을 증원하고 전문직으로서의 임기를 보장해 업무 단절 막기) △학습 생태계 구축(읍·면·동 평생학습센터를 활성화하고, 공급자 중심(top-down)에서 주민 자발적(bottom-up) 학습 문화로 전환) △정보 접근성 강화(지자체마다 상이한 홈페이지 용어를 통일하고 학습자가 쉽게 정보를 찾을 수 있는 통합 플랫폼 구축) △대학 연계(방송대 프라임칼리지 등 원격 교육 지원 체계를 고도화해 교육 성과가 지역 인재 양성과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도록 설계)로 압축할 수 있다.

세 동문이 말하는 ‘배움과 나눔’의 철학
행정학과를 비롯해 5개 학과를 졸업한 이력의 이영일 위원장은 “이번 책은 지역과 대학이 함께 만들어온 협력의 과정을 정리하는 의미 있는 마무리였다. 지역 사회 내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방송대의 역할이 더욱 확장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방송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평생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경미 위원은 “집필 과정 역시 수많은 시행착오와 성찰의 연속이었지만, 그 어려움이 곧 성장의 경험이었다”라고 회고하며, 삽화 작업에 참여한 딸과의 경험을 통해 나눔의 가치가 가족 안에서도 실현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방송대 대학원 평생교육학과를 졸업하고 평생교육 강사로 현장을 누비는 김은경 위원도 “이번 집필 과정에서 배움은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연결될 때 비로소 순환된다는 것을 거듭 깨닫게 됐다”라며, 동료들과 함께 낯선 길을 한 걸음씩 내디뎠던 특별한 경험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배워서 남 주고 남 주며 배우자』는 방송대 동문들이 헌신적으로 일궈낸 평생교육의 뿌리가 지역 곳곳에서 어떻게 열매 맺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든든한 이정표다. 이들이 놓은 ‘거친 디딤돌’은 이제 경남을 넘어 전국 평생교육 현장에 새로운 질문과 해답을 동시에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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