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에게 인간의 본질은
사회적 관계들의 총체다.
즉 노동이 인간의 본질이며
사회의 토대를 구성한다.
마르크스는 인간이 노동을 통해
자연과 결합할 수 있고 자연을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과
사회를 변화시킨다고 주장했다.

19세기 유럽의 역사는 부르주아의 경제적·정치적 지배 이념인 자유주의, 국민국가의 건설을 추동한 민족주의와 함께 근대 사회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사회주의 이념과 그 운동을 통해 개관할 수 있다. 사회주의는 서양 각국의 사회적·경제적 토대뿐만 아니라 정치적·문화적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든 변혁을 주도했다.
사회주의의 의미
‘사회주의(socialism)’라는 용어의 어원인 라틴어의 socius는 ‘동료’, ‘친구’, ‘동지’, ‘친족’, ‘연합군’, ‘동업자’ 등을 의미하는 일반 명사이자, ‘함께하는’, ‘공동의’, ‘동료의’, ‘연합의’ 등의 의미를 가진 형용사다. 사회주의는 개인, 개별 등과 구별되는 공동 또는 공통을 의미하는 사회적인 것을 표현한다. 로버트 오언(Robert Owen)과 그의 추종자들이 1820년대에 단결과 상호 협력의 소규모 공동체 건설을 통해 새로운 사회 조직을 시도하면서 자신들의 사상을 ‘사회주의’로 명명했다.
사회주의와 마찬가지로 19세기의 역사적 산물인 자유주의는 오늘날까지 부르주아의 이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자유주의에서 자유의 주체는 개인으로 상정된다. 이와 반대로 사회주의는 정치 또는 사회를 구성하는 주체가 ‘개인들의 연합’이라고 이해한다. 일반적으로 자유주의는 재산에 대한 권리는 자연적으로 개인이 소유하는 것으로 간주하지만, 사회주의는 재산에 대한 권리를 개인이 아닌 사회 집단이 소유하는 것으로 본다.
사회주의와 엄격히 구분되기도 하고 혼용되기도 하는 ‘공산주의(communism)’의 기원을 찾기 위해선 중세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공동의’, ‘공유의’, ‘공통적’, ‘보통의’, ‘일반적인’을 의미하는 라틴어 ‘commúnis’에서 유래한 공산주의의 또 다른 어원은 ‘코뮌(commune)’이다. 12세기에 출현한 단어인 코뮌은 공동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작은 집단 또는 자치권을 가진 도시 공동체를 의미했다. 중세 말기 성 프란체스코(San Francesco d’Assisi)의 신앙 운동은, 성직자는 토지와 같은 재산을 소유하지 않는다는 ‘가난 사상’을 기초로 한다. 이 사상을 극단으로 몰고 간 일부 프란체스코 수도사들은 자신들을 ‘코뮤니스트’라 부르기도 했다. 공산주의는 재산에 대한 공동 소유에 기초하는 사회 공동체를 지향하는 이념으로 파악할 수 있다.
현재는 사회주의가 공산주의보다 좀더 포괄적인 용어로 인식되고 있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모두 자본주의와 자유주의를 비판하지만, 사회주의는 공산주의보다 훨씬 폭넓은 스펙트럼을 가진다. 일반적으로 사회주의는 개인을 사회의 기본 단위로 간주하는 여러 입장과 달리 사회의 집단적 성격을 강조한다.
초기 사회주의
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는 『유토피아에서 과학으로의 사회주의의 발전』(1880)에서 생시몽(Henry Saint-Simon), 푸리에(Charles Fourier), 오언(Robert Owen)의 공통점은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 무산 계급)를 대표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있다고 지적하며, 그들의 사상을 뭉뚱그려 ‘유토피아 사회주의’로 규정한다. 카를 마르크스(Karl Marx)와 엥겔스는 현실 세계에서 사회 변혁의 실제적 수단을 찾지 못하고 이상적 공동체와 같은 ‘공상적’ 이상으로 사회를 변혁시키려던 초기 사회주의 사상을 비판함과 동시에 그런 비판을 통해 자신들의 사상이 지닌 논리적·과학적 성격을 강조하기 위해, 공상적 사회주의로 알려진 ‘유토피아 사회주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나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유토피아 사회주의’라는 표현은 오언, 푸리에, 생시몽의 사유 각각이 지닌 고유성을 무시하면서 그들의 사상을 현실 감각이 결여된 공상으로 치부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마르크스주의
다양한 사회주의 이론과의 이론적·실천적 전투를 통해 정교화된 마르크스주의는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자본주의에 대응할 수 있는 미래 전망을 제공함으로써, 19세기 말에 이르러서는 세계 사회주의의 표준으로 인정받는다. 블라디미르 레닌(Vladimir Lenin)은 마르크스주의 사상의 주요 원천을 독일 고전철학, 영국의 국민경제학 그리고 프랑스의 유토피아 사회주의 사상에 대한 비판적 작업에서 찾았으며, 마르크스주의의 완성 또는 완결을 역사적 유물론과 변증법적 유물론으로 이해한다.
본래 ‘공산주의자 동맹’이라는 정치조직의 강령으로 작성된 『공산당 선언』(1848)은 ‘지금까지의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라고 규정하면서 역사에서 행위 주체를 개인이 아닌 계급으로, 그리고 역사의 연구대상을 계급이 서로 대립하고 투쟁하는 사회로 분명하게 제시한다. 마르크스는 『공산당 선언』에서 비약적인 생산력 발전을 통해 이전 사회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번영을 이뤄낸 자본주의가 필연적으로 붕괴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체제의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이 붕괴의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생산의 규모가 커지면서 생산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생산의 사회화가 진행되지만, 생산 수단은 여전히 소수의 부르주아가 독점하는 것이 모순을 낳는다. 『공산당 선언』의 핵심 테제는 필연적으로 일어날 자본주의의 붕괴가 사회주의로의 이행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의 정수는 역사적 유물론에서 찾을 수 있다. 마르크스에게 인간의 본질은 사회적 관계들의 총체(ensemble)다. 즉 노동이 인간의 본질이며 사회의 토대를 구성하고, 인간은 노동을 통해 자연을 자신의 현실로 만든다. 마르크스는 인간이 노동을 통해 자연과 결합하고 자연을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과 사회를 변화시킨다고 주장했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인간의 생산에는 두 가지 관계, 곧 물질적 관계와 사회적 관계가 있다.
먼저 생산은 인간이 자연에 노동을 가해 자연을 변화시킴으로써 자신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활동이라는 사실로부터 물질적 측면이 나타난다. 생산 활동의 물질적 특성은 생산 조직과 도구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생산 활동은 필요한 것을 생산하기 위한 협력적 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과정이며, 인간은 생산 과정과 생산물의 처분, 곧 분배와 판매 과정에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한다. 마르크스는 생산의 물질적 측면을 ‘생산력’, 그리고 사회적 측면을 ‘생산관계’라고 부르며 이 둘의 대립과 통일을 통해 인간 사회의 역사를 설명한다.
사회의 경제구조로 이해할 수 있는 생산관계와 인간 노동의 숙련과 기술로 이해할 수 있는 생산력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어느 한편이 다른 편을 일방적으로 지배하는 관계가 아니다. 사회의 물질적 생산력은 일정 단계까지 발전하면 그때까지 내부에서 운동해 온 기존의 생산관계, 혹은 그것의 법적 표현인 소유관계와 대립하며 모순을 일으키게 되며, 생산관계는 생산력 발전에 대한 질곡으로 변화하고, 이로부터 사회혁명이 발생하게 된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적 운동 법칙을 밝혀낸 『자본론』에서 ‘노동가치론’을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원리로 제시한다. 노동가치론은 시장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가치는 그것의 생산에 소요된 사회적 노동시간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르크스는 노동이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가치를 사용가치라 부르고, 사용가치는 노동 산물이 가진 유용함에 있다고 말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생산물은 시장에서 판매되기 위한 상품으로서 생산된다. 상품은 사용가치와 함께 교환가치를 가진다. 교환가치는 한 종류의 사용가치가 다른 종류의 사용가치와 교환되는 양적 관계를 나타낸다. 사용가치가 한 상품이 다른 상품과는 구별되는 고유한 것, 곧 인간의 특정 요구를 충족시키는 그 상품의 유용한 가치를 나타낸다면, 교환가치는 서로 다른 상품들이 공통으로 지녀 서로 교환될 수 있는 가치를 반영한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각각의 상품이 지닌 서로 다른 가치의 양은 상품을 생산하는 데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에 따라 결정되며 교환이 이뤄진다.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본가는 상품을 시장에 판매하고 나서 최초에 투자된 화폐보다 더 많은 화폐를 획득하게 된다. 마르크스가 잉여가치로 명명한 이 초과 화폐 또는 이윤은 어디에서 발생하는가? 마르크스주의의 강력한 설득력은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핵심적 원리인 잉여가치의 발생에 관한 명확한 분석을 제공하는 데 있다. 마르크스는 노동자가 자신의 임금과 교환하기 위해 자본가에게 판매하는 것은 노동이 아니라 노동력이라고 설명한다. 노동력 역시 하나의 상품이기 때문에 교환가치와 사용가치를 가진다. 노동력의 교환가치는 노동자가 일상적으로 생산 현장에 출근해 작업을 하고 일과를 마치면 가정으로 돌아가는 생활을 지속적으로 반복하기 위해 요구되는 사회적 비용이며, 그 양은 노동시간에 의해 결정된다. 한편, 노동력 상품의 사용가치는 잉여가치를 생산하는 데 있다. 노동자는 노동력 상품에 대해 임금의 형태로 노동력의 가치를 지불받는다. 그러나 노동력 상품의 사용가치는 그 임금 이외의 가치, 곧 여분의 가치인 잉여가치를 생산해 자본가의 이윤을 생산하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노동과정에 대한 분석을 통해 잉여가치의 기원이 자본에 의한 노동의 착취에 있음을 밝혀낸다.
복수의 사회주의
20세기 들어 사회주의는 공산주의 국가의 출현과 사회주의 정당 그리고 노동조합 운동으로 전개된다. 러시아 혁명(1917) 이후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이 수립되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엔 동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지에서 사회주의 국가들이 속속 등장한다. 1949년에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되고 쿠바, 북한, 베트남 등에서도 사회주의 체제가 수립되면서 자본주의 진영과 사회주의 진영 간의 대립적 냉전체제가 확립된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래, 정치적 무대에서 공산주의는 사라지고 지적 무대에서 마르크주의의 영향력은 급속하게 약화됐지만 사회주의는 지리적·정치적 다양성 속에서 끊임없이 재평가되고 있다. 19세기 이래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사상가들과 세력들은 거대한 다양성을 이뤘으며 나름의 진전을 성취했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사회주의는 ‘복수의 사회주의’로 이해돼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