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도전, 제50회 방송대문학상

현재 마음속 깊이 묻어두었던

문학의 불씨가 아직 꺼지지 않았다면,

지금 바로 원고지를 펼치길 권한다.

글솜씨가 아직 서툴다고, 혹은 시간이 부족하다고 주저할 이유는 전혀 없다.

‘방송대문학상’이 진정으로 기다리는 것은 겉만 번지르르한

매끄러운 수사가 아니라, 학우들의 치열한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진솔한 한 문장이다.

 

 

방송대출판문화원의 주요 사업인 ‘방송대문학상’은 방송대인의 창작 의욕 고취와 정서 함양을 위해 매년 개최되고 있다.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한 ‘방송대문학상’은 명실상부하게 교내를 뛰어넘어, 한국 문단에 끊임없이 문학적 숨결을 불어 넣는 거대한 ‘문학의 산실’이 됐다.
그 명성에 걸맞게, 매년 전국 학우들의 응모 편수 또한 신춘문예 급에 달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작품의 수준 역시 매우 높아서, 심사위원들이 매번 신춘문예를 심사하는 마음가짐으로 임한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방송대문학상’의 위상은 수상자들이 거둔 성과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수상자들은 매년 신춘문예를 비롯한 각종 문학상과 전문 문예지를 통해 당당히 등단하고 있다. 아울러 일부 대학원 진학 시 그 수준을 인정받아 가산점을 받거나, 문예지 응모 시 공인된 경력으로 참고되기도 한다. 이러한 대외적 평가는 모두 수상자들의 탁월한 문학적 역량이 이루어 낸 결실이다.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한 선배들
실제로 ‘방송대문학상’을 거쳐 기성 문단에서 눈부신 성취를 이뤄낸 동문이 많다.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다른 대학과 비교해도 훨씬 많은 수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학창 시절 ‘방송대문학상’이라는 무대를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했고, 이를 발판 삼아 우리 문학계에 굵직한 족적을 남기고 있는 동문이 많다. 필자의 기억에 남아있는 이들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이은용 동문(국문, 소설 부문 당선)은 ‘방송대문학상’ 수상 이후〈평화신문〉신춘문예에 당선됐으며, 동화 『열세 번째 아이』로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수상하며 아동·청소년 문학계의 스타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현재도 꾸준히 완성도 높은 작품을 발표하며 주목받고 있다.
김영탁 동문(국문, 시 부문 수상) 역시 ‘방송대문학상’ 수상 이후〈시안〉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현재는 활발한 문단 활동과 더불어〈문학청춘〉의 편집주간을 맡아 문단의 개성 있는 목소리들을 발굴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전흥규 동문(국문, 시·평론 부문 동시 당선)은 ‘방송대문학상’에서 시와 평론 부문을 동시에 석권하며 일찍이 주목받았다. 이후〈문장 21〉로 등단해 ‘최치원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평단에서 깊이 있는 시선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태정 동문(국문, 시 부문 수상)은 ‘방송대문학상’ 수상 이후〈유심〉을 통해 등단했다. 노동과 삶의 현장을 따뜻하게 대변하는 작품으로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고 서울문화창작지원금을 받는 등, 치열한 문학 정신을 묵묵히 이어가는 중이다.
이들은 지금까지 이룬 문학적 성과보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작가들이다. 앞으로도 치열한 작품활동을 통해 ‘방송대문학상’의 위상을 높이고, 나아가 방송대를 더욱 빛내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처럼 ‘방송대문학상’ 출신 문인들은 시, 소설, 아동문학에 이르기까지 문단 전방위에서 활약하며 학교의 명예를 드높이고 있다. 이들에게 ‘방송대문학상’은 문학적 열정에 불을 지핀, 생애 최고의 신호탄이었다.
물론 기성 문단에서 이들보다 더 눈부시게 거듭난 ‘방송대문학상’ 수상자들도 있다. 오히려 지면에 다 담지 못할 만큼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며 못내 아쉽고 한계에 부딪혔던 점은, 방송대 출신이라는 이력을 굳이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아 거론하지 못한 동문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방송대문학상’ 수상 이후 주요 일간지 신춘문예에서 시 부문 2관왕을 차지하거나, 시와 소설이 동시에 당선되는 등 경이로운 기록을 세운 동문도 존재한다.
자랑스러운 이름을 지면에 올리지 못하는 것은 못내 아쉽지만, 그 또한 그들의 선택이기에 의견을 온전히 존중하고자 한다. 마음 깊이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며, 어디에서든 이어질 그들의 치열한 문단 활동을 묵묵히 응원할 뿐이다(다만, 추후 기회가 된다면 우리 문단에서 여전히 방송대 출신 이력을 숨겨야만 하는 그 씁쓸한 배경과 이유에 대해 심도 있게 논해보고자 한다).

‘순수 방송대 출신’ 문인들도 활약 커
‘방송대문학상’이라는 틀을 넘어, 오직 우리 대학이 길러낸 ‘순수 방송대 출신’ 문인들의 눈부신 활약을 전하고자 한다. 타 대학의 문예창작과를 거치지 않고, 오직 방송대에서 문학의 뼈대를 세워 우리 문단의 중심에 우뚝 선 선배들의 존재는 재학생들에게 커다란 자긍심의 원천이다.
먼저 차주일 시인(국문)이다. 차 동문의 행보는 단연 독보적이다.〈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그는 ‘윤동주 젊은 작가상’, ‘박두진 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평단과 독자의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현재는 문학 전문지〈포지션〉의 편집주간을 맡아 한국 문학의 중심에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박미산 시인(국문)의 이력도 감동을 준다. 54세라는 뒤늦은 나이에〈세계일보〉신춘문예로 등단한 그는 ‘조지훈 창작 지원상’, ‘세종문화예술대상’을 수상하며 깊이 있는 작품활동을 펼쳐왔다. 이에 그치지 않고 우리 대학의 홍보 모델로 활동하는가 하면, 모교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10여 년간 강단에 서며 후학 양성에 힘써온 이력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황영경 소설가(국문) 역시〈농민신문〉신춘문예 소설 당선으로 필력을 인정받은 뒤, 제15회 김만중문학상 소설부분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우리 대학을 졸업한 후 대학원 박사과정을 거쳐 대학교수가 된 그는, 현재 정년퇴임하고 후배들에게 창작 재능 기부뿐만 아니라 그 외의 작가 모임을 이끌며 소설 집필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뿐만 아니라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나태주, 박라연, 최명길, 방현희 등 내로라하는 시인과 소설가들이 우리 대학의 이름을 빛내고 있다.

마음의 불씨 살려 용기 있게 도전하길
앞서 소개한 방송대 출신 문인들의 눈부신 활약을 보며 부러운 마음이 드는 한편, ‘나도 이번 방송대문학상에 한번 도전해볼까?’ 하는 설레는 기대를 품는 학우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내 주제에 무슨 응모를 하나’ 싶어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하려는 학우들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다. 지금 한국 문단의 중심에 선 선배 문인들 역시, 처음에는 지금의 학우처럼 아주 평범한 밑바닥에서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들이 남들보다 대단히 특출나서가 아니다. 단지 망설이지 않고 용기 있게 뛰어들었고, 끝까지 도전했기 때문이다.
현재 마음속 깊이 묻어두었던 문학의 불씨가 아직 꺼지지 않았다면, 지금 바로 원고지를 펼치길 권한다.
우리가 걷고 있는 이 길은 수많은 문인 선배가 앞서 걸어가며 든든하게 다듬어 놓은 위대한 문학의 길이다. 그러니 글솜씨가 아직 서툴다고, 혹은 시간이 부족하다고 주저할 이유는 전혀 없다. ‘방송대문학상’이 진정으로 기다리는 것은 겉만 번지르르한 매끄러운 수사가 아니라, 학우들의 치열한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진솔한 한 문장이다.
선배들이 닦아놓은 눈부신 길을 이어받아, 이제는 재학생 여러분이 우리 방송대를 빛낼 주인공이 될 차례다. ‘방송대문학상’이라는 위대한 도전에 당신의 뜨거운 심장을 바쳤으면 한다. 학우가 내딛는 위대한 첫걸음을 온 마음으로 응원한다.

방송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을 졸업했다. 방송대문학상 희곡 부문 가작을 수상했으며, 1997년〈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돼 문단에 등단했다. 『서울엔 별이 땅에서 뜬다』 등의 시집을 냈다. 방송대 문학 동아리인 풀밭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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