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ㆍ취업   ‘방송대 학습으로 연 커리어 성장기’ 공모전 수상자 박성희 동문(청교·사복 졸)

타 대학 물리학과를 졸업한 박성희 동문은  15년 동안 학원에서 과학을 가르쳤다. 초등학생 대상 보습학원에서 시작한 강사 생활은 대입을 앞둔 고3까지로 확장됐고, 특목고 기숙사 사감으로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청소년들의 성장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게 됐다. 가족의 폭력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아이, 어린 시절부터 맞벌이하는 부모와 관계가 제대로 맺어지지 않아 우울증을 앓는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면서도 결국 “이 점수로는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다”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게 되는 현실을 무겁게 돌아보게 됐다. 성과를 내야 하는 반복적인 지식 전달에 지칠 무렵, 아동, 청소년들이 자신의 힘으로 한 걸음 걸어갈 수 있도록 옆에서 길을 함께 찾아주는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청소년상담사가 되기 위해 방송대 청소년교육복지상담학과 2학년에 편입했다. 

 

‘지도할 대상’ 아닌 ‘이해할 존재’
청소년교육복지상담학과에서 수업을 들으며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적응을 못 하는 가여운 아이’, ‘지도해야 할 대상’에서 ‘이해해야 할 존재’로 바뀌었다. 이는 졸업 후 편입한 사회복지학과 수업에서 선명해졌다. 트라우마와 비폭력 대화에 대해 배우면서, 학생들의 행동을 개인의 문제로만 바라보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복지역사」 수업을 들으면서 박 동문은 암기과목이었던 세계사를 사회적 약자의 관점에서 새로 보게 됐다.

 

인지훈 교수의 「시민론」, 「분배와 평등」 수업에서도 지금까지 단순히 개인의 선택, 노력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사회 구조와 제도, 노동과 분배와의 문제와 연결돼 있다는 걸 배웠다. 박미진 교수의 「돌봄과 노동」을 들으면서는 누군가를 돌보는 일, 가족을 위해 감당해 왔던 일처럼 사회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많은 노동들이 사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현실을 되돌아보게 됐다. 단순히 기억에 남는 강의가 아니라, 세상과 삶을 바라보는 기준이 바뀌게 된 것이다.

 

다양한 레포트 작성 또한 큰 배움이 됐다. 논문과 자료를 검색하고, 관련 서적을 찾아 읽으며,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다양한 사회복지 현장을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방법을 배우는 것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그 안에서 누가 더 많은 일들을 감당하고 있으며, 무엇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지 질문하게 되면서, 그렇게 박 동문의 목표는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일하는 사회복지사로 구체화했다.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필수 10과목과 선택 7과목 이상을 이수해야 하고, 현장 실습 160시간을 완료해야 한다. 박 동문은 청소년교육복지상담학과 재학 시절 대부분의 과목을 이미 이수했다.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다 보니 『비폭력 대화』, 『나쁜 마음은 없다』, 『감정이 서툰 어른들 때문에 아팠던 당신을 위한 책』, 『삶의 덫에서 벗어나 새로운 나를 열기』 같은 관련 서적을 탐독했고, 자신의 결핍됐던 어린 시절을 마주할 수 있었다.

 

160시간 실습에서 배운 것들
새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사회복지협회에 등록된 기관 목록을 살피며 실습처를 물색했다. 하지만, 직장과 학업을 병행하는 상황에서 시간 조율이 쉽지 않았다. 집과 가까운 간석동의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어렵게 실습을 시작했다. 센터장은 첫 실습에 나선 그에게 “개입하려 하지 말고 먼저 관망하라”는 당부를 했다.

 

어느 날 후원금으로 한 아이의 학원비를 전달하러 갔는데, 학원 선생님께서는 아이가 산만하고 관심을 많이 받으려고 행동한다고 귀띔했다. 어쩌면 타인의 도움을 당연하게 여기는 아이일 수 있겠다는 선입견을 품었는데, 센터로 돌아와 다른 사회복지사에게 들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아이는 아버지를 병으로 잃고 어머니와 단둘이 생활했는데, 어느 날 집에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를 찾아 나섰다가, 차 안에서 생을 마감한 어머니를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이었던 것. 박 동문은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만으로는 한 사람을 이해할 수 없고, 그 행동 뒤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삶의 과정과 사정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고, 섣불렀던 판단을 깊이 반성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앞으로는 첫인상이나 타인의 평가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다양한 관점에서 한 사람을 이해하는 사회복지사가 되자고 다짐하게 된 실습이었다.

 

사회복지사 2급을 취득하고는 본격적으로 일자리를 찾아야 했다. 여러 강의에서 ‘젊은 사람이 채용 가능성이 높다’라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기에, 적극적으로 취업을 준비했다. 집은 인천, 직장은 분당이었는데, 그는 원하는 근무지역을 ‘제주도’로 정하고, 주소 이전까지 했다. 채용 정보는 ‘사람인’, ‘워크넷’ 사이트를 수시로 확인하면서 본인의 경력과 자격에 맞는 공고를 찾아 지원했다. 사감으로 일하고 있었기에, 휴무일과 면접일을 조정하면서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총 7차례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

 

수확 없이 번번이 면접에 떨어졌지만, 박 동문은 그럴수록 더 적극적인 태도로 다가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불과 한 달 전 서류 탈락했던 한 센터에 재공고가 올라온 걸 확인한 후, 전화를 걸어 다시 응시해도 되는지 물어볼 정도였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문을 두드린 면접장에서 나눠준 10개의 질문지에, 자신의 경력과 방송대에서의 공부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지역아동센터 활동과 어떻게 맞아떨어질지에 대해 최대한 긍정적으로 또 열정적으로 답했다. 현재 박 동문은 창밖으로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제주 종달지역아동센터에서 생활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매일매일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새로운 행정 업무를 소화하면서, 지난 여름에는 아이들과 서울 롯데월드를 방문해 즐거운 시간도 보냈다.

 

“몇년 후면 정년을 바라보는 나이입니다. 사회복지사를 준비할 때 주변에서 ‘그 나이에 새로운 적성으로 사회복지 일을 할 수 있겠냐’, ‘나이 많은 사람을 채용해 주는 기관이 있겠냐’는 걱정을 많이 했지만, 그건 그들만의 걱정일 뿐이었습니다. 목표를 정하고 한 걸음씩 실천하다 보면 분명 기회는 찾아옵니다. 특별한 사람이 아닌 저도 현장에서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 사회복지사로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사회복지사를 꿈꾸는 분이라면, 자신의 속도로 꾸준히 걸어가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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