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으로 다른 사람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교육으로 그들의
삶에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을
미래의 목표로 삼았어요..
방송대에서의 배움은
그 목표를 구체화하고 실현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방송대 생활체육지도과 신설 첫해인 2021년에 입학해 2025년에 졸업했고, 올해엔 교육학과에 편입해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 50대 주정애 학우. ‘실버 강사’로서 보람을 느끼며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활동해왔다는 그가 방송대의 문을 두드린 계기는 무엇일까? 그리고 2개 학과에 연이어 적을 두며 무엇을 얻었을까? 주 학우를 만나 학업과 직업에 관한 그의 소신과 꿈에 대해 들었다.
실버 강사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퍼센트 이상인 ‘초고령사회’ 단계에 진입한 우리나라에서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실버 강사. 단일한 직업이라기보다는, ‘고령자들의 신체적·정신적·사회적 특성을 고려한 운동, 치매 예방법, 인지 능력 향상, 여가 활동 등을 지도하는 신종 직업군’을 포괄적으로 가리킨다. 최근 수요가 폭증하면서 여러 기관이 실버 강사의 범주에 해당하는 다양한 직종의 훈련 과정과 자격 시험을 운영하고 있다.
주 학우는 사회복지사·노인스포츠지도사·응급처치강사 등 다양한 자격을 취득한 후 복지관, 보건소, 노인대학 등을 오가며 실버 강사로서 왕성하게 활동했다. 하지만 현장 경험이 쌓일수록 머릿속의 ‘빈칸’이 넓어진다는 것을 느꼈다. ‘어르신들의 인지 기능은 왜 급격히 저하될까’, ‘낙상 위험을 야기하는 신체적 원인은 무엇일까’, ‘노년기에 특정 운동이 필요한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와 같은 근본적인 의문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방송대 생활체육지도과 신설은 새로운 출발을 독려하는 계시와도 같았다.
직장과 강의, 봉사로 바쁜 일상 속에서 방송대 공부까지 시작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주 학우는 ‘지금이 아니면 더 나은 때란 없다’는 생각으로 도전을 결심했다.
방송대에서 찾은 배움의 의미
주 학우는 학과 교재를 처음 펼쳤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하루 종일 어르신들과 함께 움직이느라 몸이 천근만근인데도 책장을 넘기던 손끝에선 미지의 세계를 탐색하는 에너지가 샘솟았다. 고요하고 질서정연한 교재 속의 글자들은 그가 실버 강사로 일하는 활기차고 왁자지껄한 현장과는 전혀 달랐다. 그 두 가지 세계의 간극이 너무 커서 당혹감을 느낄 정도였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현장에서 갖게 된 의문에 대한 답이 교재 속에 있고, 이론에서 얻은 통찰이 현장 실무의 기준이 되어감을 깨달았다. 주 학우는 이 무렵의 인식 전환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두 세계가 서로를 향해 흐르며 새로운 길을 만든 것 같았다. 배움이란 ‘서로 다른 결을 가진 경험과 지식이 만나 하나의 강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터디 모임도 큰 힘이 됐다. 교재 내용 요약하기, PPT 만들기, 예상 문제와 각자의 질문 공유하기 등 학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도움 외에도, 때로는 서로의 응원과 위로가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오늘 너무 힘들었다”라는 하소연에 “괜찮아요, 천천히 함께 가면 돼요”라고 답하던 순간들. 혼자였다면 고단함에 밀려 잠시 멈췄을 공부가, 함께였기에 흐트러짐 없이 이어졌다.
생활체육지도과엔 실버 강사의 활동과 관련 있는 교과목이 많았는데, 주 학우는 그중에서도 「노인체육론」이 가장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노화에 따른 신체 변화와 운동 시 주의사항을 이해함으로써 더욱 안전하고 효과적인 운동 프로그램을 설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들은 수업 내용 중에서 “생활체육 분야의 좋은 지도자란 운동을 잘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개인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성장을 돕는 사람”이라는 구절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는 그는 현장에서도 어르신 한 분 한 분을 깊이 이해하고 격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론 바탕으로 활동 영역 넓혀
주 학우는 생활체육지도과 수업이 실버 강사로서 활동 영역을 확장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한다. 「노인체육론」, 「운동생리학」, 「운동처방론」, 「스포츠심리학」 등의 교과목 내용은 생활스포츠지도사와 유소년스포츠지도사 자격 취득에도 직접적인 도움이 됐다.
최근엔 복지관에서 포크 댄스를, 문화센터에서 트로트 댄스를 지도하기 시작했다. “방송대에서 얻은 지식 덕분에 댄스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게 두렵지 않았다”라고 말하는 주 학우는 학과에서 배운 이론적 기초가 운동 강도 조절, 동기 유발, 건강 노화 등 노년기 생활체육의 취지를 실천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음악과 율동이 어우러진 포크 댄스와 트로트 댄스는 어르신들의 호응이 유독 큰 편이라고 귀띔한 그는 앞으로도 그 두 가지를 단순한 여가 활동이 아니라 노년층 참여자들의 정서적 안정과 건강 증진, 사회적 교류를 돕는 프로그램으로 보고 더욱 적극적으로 임할 계획이다.
포부와 미래
주 학우는 방송대에서 두 번째 학과인 교육학과 3학년에 편입하고 전북지역 교육학과 학생회장직까지 맡았다. 교육학과 편입을 결정한 이유는 생활체육지도과 수업에서 들은 인상적인 구절과도 관련이 있다. 일부 표현을 치환해, ‘교육이란 지식을 전달할 뿐 아니라 개인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성장을 돕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방송대 수업과 현장 경험은 그에게 ‘노화란 쇠퇴의 과정인 동시에 또 다른 성장의 과정’임을 일깨워줬다.
실버 강사로서 신체적 건강은 인지적 건강, 정서적 안정, 사회적 교류와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요소라는 것을 절감해온 주 학우는 “교육학과에서 인간의 생애주기, 상담 이론, 교수·학습 방법 등에 대해 배우면서 실버 강사의 역할에 대해서도 더 넓은 관점에서 바라보게 됐다”라고 말했다.
노인 건강 프로그램 지도에 머물지 않고 지역사회 평생교육 활동의 기획자가 되고싶다는 그는 이렇게 포부를 밝혔다. “생활체육과 교육학을 융합한 평생교육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다. 운동으로 다른 사람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교육으로 삶에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미래의 목표다. 방송대에서의 배움은 그 목표를 구체화하고 실현하기 위한 과정이다.”
이현구 기자 zuibm@kno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