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17.지리학

필자는 21세기에 주목해야 하는 지리학 흐름으로 신지역지리학, 비판 지리정보과학, 지리적 스케일(scale)을 제시한다. 이들은 각각 20세기 지리학인 지역지리학, 공간분석, 마르크스주의 지리학과 연결된다.  미셸 푸코(Michel Foucault)에 따르면, 19세기는 시간의 시대이고, 20세기는 공간의 시대다. 푸코가 이 말을 어떤 맥락에서 했는지는 논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공간적 전환(spatial turn)이라는 말이 다양한 분야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는 것은 공간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지리학은 공간, 지역, 장소를 다루는 전통 학문으로서 이와 같은 학문적 요청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이 글은 지리학의 20세기를 몇 가지 주요 흐름을 통해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21세기 지리학을 상상해본다.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20세기 세계화의 진전으로 지리학이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를 살펴보자.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세계가 하나의 마을과 같이 가까워지면서 먼 나라의 특별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지리학이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섣부른 의견들이 나타났다. 하지만 우리는 시공간 압축(time-space compression)으로 서로 다른 공간들이 함께 존재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실제로 체험했다. 이는 공간의 차이를 발전, 후진성과 같은 시간의 위계적 관계로 더는 얼버무릴 수 없게 만들었다. 공간을 통해 사회를 읽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세계화는 공간의 소멸이 아니라 공간의 재발견을 초래했다. 참고로 이 글은 인문지리학을 중심으로 지리학의 20세기를 살펴본다. 사회과학(인문지리학)과 자연과학(자연지리학)이 서로 얽혀있는 종합학문으로서 지리학을 있는 그대로 다루지 못하고 인문지리학만을 살펴보는 것은 전적으로 필자의 능력 부족 때문이다.개성 기술에서 법칙 추구로1950년대 이전까지 지리학의 핵심은 지역지리학이었다. 인간의 다양한 활동들을 지역이라는 특정한 공간적 범위를 기준으로 체계적으로 기술하고, 이를 바탕으로 그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을 파악하고 해석하려고 노력했다. 리처드 하트숀(Richard Hartshorne, 1899~1992)은 지리학만의 고유 영역으로 지역성을 제시한 다음 지역성을 부분의 합으로 대변될 수 없는 총체성으로 규정한다. 지역성은 지역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개별요소들의 단순 합이 아니라 이와 같은 요소들이 서로 맞물려서 지역적 차별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가리킨다. 그리고 지리학은 지역간 현상적 차이가 아니라 그와 같은 차이들이 구조적으로 통합된 지역 그 자체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하지만 지역의 고유성과 특이성에 대한 지역지리학의 강조는 지리학을 일반적 사회과학으로 정립시키려는 일군의 젊은 지리학자들에게는 극복해야 할 장애물로 여겨졌다. 프레드 쉐퍼(Fred Schaefer)의 논문 「지리학에서 예외주의」 발표 이후 지리학의 학문적 성격을 두고 하트숀과 쉐퍼의 예외주의 논쟁이 벌어졌다. 먼저 쉐퍼는 지역을 연구하는 학문으로서 지리학이 법칙을 추구하는 사회과학과 달리 개성 기술적 접근법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예외주의로 규정했다. 그리고 그는 지리학이 실증주의적 사회과학이 되기 위해서는 설명적 법칙을 추구하고 새로운 지리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쉐퍼의 주장에 대해 하트숀은 크게 반발했지만, 지리학의 큰 흐름은 이론지리학을 지향하는 쉐퍼의 의견으로 기울었다. 지리학에서 개성 기술에서 법칙 추구로의 전환은 1950년대와 1960년대 계량혁명(quantitative revolution)에 의해 촉진됐다. 쉐퍼는 공간 현상을 지배하는 법칙의 설명을 새로운 지리학의 목적으로 제시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방대한 공간자료와 이를 분석할 수 있는 정교한 계량기법이 필요하다. 이 모든 일이 계량혁명이라는 이름 아래 지리학에서 일어났고, 계량혁명을 거쳐 공간분석이 지리학의 중심에 들어섰다. 공간분석은 지역지리학에 대한 반작용으로 공간적 분포패턴을 지배하는 법칙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달리 말해서, 계량화가 가능한 공간적 속성(거리와 위치)으로 사회적 현상을 설명하고자 했다.물리적 공간에서 사회적 공간으로1960년대 후반 이후 지리학 내부에서 실증주의적 공간분석에 대한 회의와 비판이 제기됐다. 사회와 공간의 분리를 전제한 다음 물리적 공간으로 사회적 현상을 설명하려는 공간분석의 근본적 한계가 지적됐다. 사회현상을 추상적으로 분석할 뿐 사회문제에 대한 구체적 개입이 어려웠다. 흑인 민권운동과 베트남전 반전운동으로 사회문제에 경각심이 높았던 미국의 일부 지리학자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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