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KNOU글로벌 봉사단 체험 수기

이태화 (교육 4)

봉사활동을 가기 전, 인터넷을 뒤졌다. 내가 가는 곳이 어떤 곳인지, 어떤 아이들과 만나게 될지 궁금해서다. 몇 장의 사진을 봤다. 아이들의 모습은 내 주변 사람들의 평균적인 모습과 달랐다. 내 이성과 달리 근육에 작은 긴장이 일었다. 나와 다름에 대한 경계심으로 인해 나타나는 몸의 자동 반응이었다.

이번 활동은 내게 낯섦의 연속이었다. 베트남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고, 베트남 사람과 단 한 번도 대화를 나눠본 적도 없었다. 고엽제 피해 아동들이 있는 시설로 봉사활동을 떠나지만, 고엽제 역시 책에서나 보던 개념이었을 뿐 그 실체는 내 삶과 동떨어져 있었다.

심지어 함께 한 봉사단 멤버들 역시 삶의 궤적이 다양했다. 활동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문화, 연령, 직업, 사고방식 등 모든 면에서 각양각색이었다. 서로 섞이려야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 같았다. 첫 날 활동을 마치고 침대에 누우며 이런 생각을 했다. “생각보다 활동이 길어지겠는걸?” 심리적으로 말이다.

얼마 후, 나는 생각했다. “벌써 활동이 끝났어?” 내 몸은 인천행 비행기를 타러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 있었고, 너무나도 빨리 흘러가 버린 활동에 아쉬움을 느꼈다. 단 며칠 만에 생각이 바뀌어버린 건 내가 봉사단 활동에 조금씩 젖어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내 노력 때문이 아니다. 경계심 가득한 나와는 달리 먼저 마음을 열고 인간 대 인간으로 다가와 준 주변 사람들 덕분이다.

아이들은 말도 통하지 않는 이방인들에게 먼저 다가와 미소를 건넸다. 생전 처음 본 사람임에도 마치 어제 못다 한 놀이가 남은 친구처럼 다가와 손을 내밀고 자신의 옆자리를 허락했다.

함께 활동을 하는 베트남 현지 담당자들과 학생들은 말이 통하지 않는 한국 봉사단원들을 위해 한국어와 영어와 베트남어와 손짓 발짓을 써가며 우리가 우리의 활동을 하는 걸 도왔다. 자신의 일은 자신의 일대로 하면서 말이다.

마지막으로, 함께 한 한국 봉사단원들은 선뜻 자신의 경험과 능력과 시간과 물건을 나누며 함께 공동의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왔다. 각양각색의 매력이 각자 빛을 발하면서도, 조금씩 물과 기름의 단호한 경계가 허물어져 갔다. 덕분에 나 역시 이번 활동에 녹아 들어갈 수 있었다.

짧은 기간이었다. 고엽제 피해를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감히 근본적인 해결을 건네줄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고 그럴 만한 능력도 내게는 없었다. 대신 이 기간만큼이라도 아이들이 한 번 더 웃을 수 있는 데 도움이 되자는 생각으로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고자 했다. 실제로 내가 얼마나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번 활동이 내게 도움이 된 건 분명하다.

다름에 대한 고정관념을 조금 더 내려놓고, 낯섦에 대한 경계를 조금 더 허물 수 있었다. 그런 틀에서 벗어났을 때 결국 나와 조금 다른 사람 역시 사람임을 알며 함께 어우러질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이런 경험을 선사해준 함께 한 모든 사람들과, 이런 기회를 만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써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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