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대 사회복지학과가 마침내 큰일 하나를 벌였다. ‘사회복지연구소(방학동네)’를 만든 것. 학과 교수들과 선배시민협회 회원들인 ‘졸업생’들이 주축이 됐다. 초대 연구소장을 맡은 이현숙 교수는 “사회복지연구소는 차이가 편안히 드러나고 누구도 배고프지 않은 소크라테스의 사회라는 이상을 학습하는 동료들과 함께 일상이 되도록 상상하고 실천하는 것을 지향한다”라고 말했다. 사회복지연구소(방학동네)가 어떤 곳이며,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는지, ‘우정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이 연구소의 창립 의미를 이현숙 초대 연구소장에게 들었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사회복지연구소는 차이가 편안히 드러나고

누구도 배고프지 않은

소크라테스의 사회라는 이상을

학습하는 동료들과 함께 일상이 되도록
상상하고 실천하는 것을 지향한다


사회복지연구소를 만들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학생들이 졸업하면서 늘 했던 질문이 있습니다. “졸업 이후에 무엇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나요?” “배움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사실 졸업생은 모임을 지속하기 힘들고, 스터디 모임이 이어지기는 하지만, 대부분 친목 모임 수준으로 운영됩니다. 학과 교수님들과 졸업생들은 이런 현상을 안타까워했어요. 사회복지학과에서 ‘사회복지학은 시민들을 위협하는 사회적 위험에 함께 맞서는 이론과 실천이며, 사회적 우정을 바탕으로 더 나은 공동체를 형성하는 일에 참여하라’고 말해 왔습니다. 그런데 졸업은 각자 따로 혼자되는 것이며, 그러다 보면 학과의 배움을 잊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학과 교수님들과 졸업생들이 고심하던 중에 ‘사회복지연구소 방학동네’를 만들게 됐습니다. ‘방학동네’는 ‘방송대 학습동료 네트워크’의 준말입니다.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참여하고 졸업 이후에도 배움과 친교 그리고 함께하는 실천 방안을 모색합니다. 방학동네를 만들면서 우스갯소리로 방송대 사회복지학과에는 졸업이 없다고 말합니다.

특히 ‘졸업생’의 참여를 강조한 부분이 눈길을 끕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졸업은 새로운 시작인데, 사회에 나가면 학과에서처럼 함께 공동체문제를 고민하고 실천할 동료를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졸업생들의 광장을 만들자는 구상을 하게 됐습니다. 학과로서도 좋은 것이 졸업생들은 현장과 일상의 문제를 고민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학과의 공부, 즉 이론과 실천의 광장이 될 수 있습니다.

인상적인 부분이 ‘방송대 학습하는 동료들의 네트워크, 방학동네’에 기반해서 운영한다는 것인데요. 일반적인 연구소와도 확연하게 구별되는 점으로 보입니다. 왜 ‘학습하는 동료들의 네트워크’를 강조하는지요
사회복지학과는 학습동아리 민주주의를 이상으로 제시해 왔습니다. 일상의 도처에서 토론하는 시민들이 공동체 일을 논의할 때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고 본 거죠. 그래서 우리 학과와 졸업생들의 커뮤니티에서부터 학습동아리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이것을 도처에 전파하자, 이런 뜻에서 학습동료 네트워크를 구상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방학인 거죠. 토론과 학습을 놀이로 하면서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자는 것이죠.

‘학습하는 동료들과 함께 공동체에 참여하라!’라는 철학과 비전이 인상적입니다. 연구소가 지향하는 방향과 가치는 무엇인가요
사회복지연구소의 지향과 가치는 우리 학과의 모토에 나와 있습니다. 학부의 모토는 ‘이상이 일상이 되도록 상상하라’이고, 대학원은 ‘상상이 일상이 되도록 마을에서 실천하자’입니다. 줄여서 상상상, 상상마실! 사회복지연구소는 차이가 편안히 드러나고 누구도 배고프지 않은 소크라테스의 사회라는 이상을 학습하는 동료들과 함께 일상이 되도록 상상하고 실천하는 것을 지향합니다.
사회복지연구소는 학생들과 졸업생들을 모두 같은 ‘시민’ 으로 봅니다. 시민은 자기 목소리로 공동체에 참여하는 존재입니다. 따라서 시민들이 이렇게 자기 목소리로 공동체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목소리를 내는 연습과 토론이 필요합니다. 방학동네는 이러한 시민들의 공론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연구소가 학교로부터 어떤 지원을 받는지 궁금한데요
현재로서는 어떤 지원도 없습니다. 연구소 공간을 소장, 즉 제 연구실로 하면서 1년에 소정의 돈을 학교에 내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연구소가 외부 프로젝트를 받을 수 있다면 이에 기반해서 학교에 연구소 공간을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참여자들의 십시일반을 통해 운영하고자 합니다. 참고로 연구소장은 학과 교수가 임기에 따라 돌아가면서 담당하게 됩니다. 학과 교수님들의 토론과 공감대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또 사회복지연구소 탄생에 헌신적인 기여를 해 온 학부 및 대학원 졸업생 유희정 사무처장과 최규현 사무국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향후 연구소가 △연구 △학습 △페스티벌 △소금한가마니 △네크워크 △회원&후원 △소통 등의 각 부분에서 활동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연구나 학습은 이해되는데, 페스티벌이나 ‘소금한가마니’는 어떤 활동을 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네. 궁금증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우리 학생들에게는 아주 상식적입니다. 학과에서는 세상을 읽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시민들의 모임을 강조합니다. 이 모임은 일종의 축제입니다. 페스티벌! 학과가 추구하는 축제의 롤모델은 스웨덴의 알메달렌 시민정치축제입니다. 이 축제는 매년 6월 말 한 주 동안 개최됩니다. 이 축제는 스웨덴 총리를 지냈던 울로프 팔메가 1968년 고틀란드 알메달렌에서 휴가를 보내며 주민들과 토론한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알메달렌 축제에서는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비영리단체, 이익단체, 언론, 노동자, 학생들도 이 축제에 참여하며 공동체의 일을 논의합니다. 사회복지연구소는 이런 축제를 하고자 합니다.
소금한가마니는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가져왔습니다. 그는 우정을 나누려면 호의, 평등 그리고 소금한가마니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소금한가마니를 먹을 정도로 평등하게 시간을 함께 보내라고 합니다. 소금한가마니는 방송대 학생들의 우정의 시간을 지원합니다. 예를 들어 선후배의 대화를 통해 이론과 실천의 만남을 주선합니다. 제가 더 소개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은 네트워크입니다. 네트워크는 학습동아리의 형성과 운영을 지원합니다. 학과에는 다양한 경력과 관심을 가진 시민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 간의 모임을 만들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사회복지사 모임, 교사모임, CEO 모임, 기자 클럽, 취미 모임 등 관심 분야 또는 같은 현장에 있는 회원들이 모여 인식론적 호기심을 공유하고, 다양한 경력과 취미를 나눌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한마디로 학과 공부의 스터디가 학습동아리로 전환됩니다.

연구소에 참여하는 데는 어떤 자격이나 제한이 있나요
회원은 방송대 사회복지학과 학부 또는 대학원 졸업생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방송대 사회복지연구소의 홈페이지를 참고해주세요(한국방송통신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 ‘방학동네’ https://socialwelfareknou.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