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현대 명저 106선 해제

민주주의는 마음과 상상력의 교육 없이 법률과 제도만으로 평등을 구성하려고 시도해서는 안 된다. …… 연민과 사회제도들 사이의 관계는 쌍방 통행로이며 또 그렇게 되어야 하며, 우리는 온갖 다양한 사람의 삶 속에 시적으로 거주하는 자로서의 민주주의 지도자라는 이상을 추구해야 한다. 감정 없는 삶이 존재할 수 있을까? 흔히 인간의 삶을 가리켜 ‘희로애락’으로 표현하거니와, 우리의 삶은 작거나 큰 기쁨과 슬픔, 사랑과 미움, 희망과 불안, 연민과 시기심 등의 연속이다. 따뜻한 엄마 품속에서 느꼈던 행복한 기쁨의 감정이 삶의 원천이 되고, 불같이 뜨거운 사랑의 열정이 세상을 새롭게 한다면, 사랑하는 이의 상실에서 느끼는 깊은 절망과 슬픔은 우리의 원초적인 유한성을 절감하게 해준다. 또한 우리와 아무 관련이 없는 이들의 고통과 불행에 함께 슬퍼하는 것도 인간이고, 자식들의 무고한 죽음에 절망하는 부모들을 조롱하는 것도 인간이다. 감정만큼 다감하고 감정만큼 잔인한 것은 없는 셈이다.이렇게 감정이 우리 삶의 본질적인 요소를 이룬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양 철학사에서 감정이 늘 비판과 경계의 대상이었다는 점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플라톤이 『파이드로스』에서 마차의 비유를 들어 이성과 감정, 기개(또는 의지)의 관계를 설명할 때, 감정 내지 욕망은 인간을 무분별한 행동에 빠뜨리는 위험한 충동으로만 간주됐다. 또한 토마스 아퀴나스가 감정을 ‘성마르게 하는 것’과 ‘욕구하게 하는 것’으로 분류할 때, 감정 내지 욕망은 사람을 흥분시키고 탐욕스럽게 만드는 맹목적 힘으로 여겨졌다. 물론 서양철학사에서도 스피노자와 데이비드 흄, 애덤 스미스 같이 감정을 중요한 것으로 받아들인 철학자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서양철학사의 전반적인 흐름에 비춰보면 이는 주변적인 갈래였을 뿐이다. 따라서 현대 사상에서 감정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철학자를 찾기가 매우 어려운 것은 우연이 아니다.감정의 문제를 깊이 있게 응시이런 측면에서 보면 마사 누스바움의 『감정의 격동(Upheavals of Thought: The Intelligence of Emotions)』은 대단히 이례적이고 흥미로운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감정은 우리의 정신적ㆍ사회적 삶의 풍경을 형성한다”는 문장으로 시작해서, “우리가 사랑하는 개인들은 다져서 양념한 통조림 고기를 먹고 요강을 사용하는 등 일상적 삶을 살아가는 동시에 원대한 낭만적 갈망과 영혼에 대한 진지한 믿음을 갖고 있다”는 문장으로 마무리한다. 곧 감정은 인간의 삶의 터전이며, 인간을 숭고하게 하기도 하고 비루하게 만들기도 하는 힘이라는 것이다.3부로 이루어진 이 책의 1부는 ‘인정과 욕망’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데, 여기에서 누스바움은 감정을 새롭게 정의하려고 시도한다. 감정을 대개 비합리적이고 맹목적인, 따라서 동물적인 충동과 같은 것으로 파악해온 전통적 관점과 달리, 저자는 감정은 인지적인 것이며, 좋고 나쁜 것에 대한 도덕적 판단을 함축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감정은 “나 자신의 안녕에 중대한 의미를 가진 것으로 간주되는 어떤 외적인(통제 불가능한) 것과 관련해 현재의 사태를 등록하는 나만의 방식”으로 정의될 수 있다.저자는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사례를 통해 이러한 정의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외국에서 강연을 하던 도중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한 누스바움은 끝내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채 망연자실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녀는 오랫동안 슬픔과 고통을 느꼈고, 분노와 상실감에 시달렸다. 하루에도 수천 명, 수만 명씩 숨져가는 다른 사람들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 못하지만, 왜 그녀는, 또한 우리들 각자는 어머니 또는 우리에게 가까운 누군가의 죽음에서 이렇게 깊은 감정의 격동을 경험하는 것일까? 그것은 어머니를 비롯한 우리에게 소중한 누군가의 죽음은 바로 우리 자신의 본질적 일부의 소멸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순히 나와 다른 타자의 죽음이 아니라 나 자신의 본질적 일부의 상실인 것이다. 이러한 상실이 나를 슬픔과 고통, 상실감에 빠뜨리며, 그 죽음을 막지 못한 의료진과 나 자신의 무력함에 대한 분노와 자책 상태로 이끈다. 누스바움에 따르면 이러한 사실은 우리에게 감정의 핵심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감정은 우선 인간이 타자 없이 존립할 수 없는 유한한 존재임을 말해준다. 부모가 없으면, 친구가 없으면, 대화하고 거래하고 싸우고 어깨동무를 할 다른 이들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이처럼 인간이 본질적으로 타자 의존적이기 때문에, 인간은 타자들이 나에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우리에게 기쁨과 행복을 안겨주는 것을 우리는 중요한 것으로 여기며, 우리에게 슬픔과 고통을 낳는 것을 해로운 것으로 판단한다. 전자에 대해 우리는 사랑이나 연민 또는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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