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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도서관의 힘겨운 도전은 사회변화, 예산, 정책 등의 유불리를 딛고

기본 사명을 지켜 나가야 함에 있었다.

인류의 정신 유산과 지적 결과물을 소중히 보존하고 공유하려는 도서관의 정신은

뉴노멀의 시대에도 여전히 표준일 것이다.

 

소름끼치게 놀라운 예언이라는 방송을 보았다. 9.11 테러, 호주 산불, 유명 농구 스타의 죽음부터 코로나19를 내다 본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었다. 현재진행형인 코로나19에 대한 예언에서는 소름까지는 아니어도 숨을 멈추고 몰입했다. 역시 예언이 빛나는 순간은 암울한 디스토피아가 현실이 됐을 때일까? 자극적인 신내림의 영역에서 눈을 돌려 보기로 했다. 이성적 사고와 합리적 근거로 추정 가능한 이야기. 조류의 방향성을 가늠하고자 애쓰는 세상으로.

연일 각국의 리더와 학자들은 코로나19 이후 선명하게 바뀔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이 강조하는 포스트코로나, 즉 뉴노멀은 대략 3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재택근무, 원격의료, 온라인교육, 캐시리스(cashless), 무인쇼핑 등이 본격화되는 언택트(비대면)가 첫 번째다. 이미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시행한 언택트의 사례들은 시스템의 보완, 안정화, 강화라는 수순을 예고하며 불가역의 방향을 잡았다. 일상 전반에서 가장 뚜렷하게 체감하며 우리의 습관과 생활, 문화를 바꿔갈 것이다.

두 번째는 탈글로벌리즘이다. 거대 자본은 값싼 노동력으로 생산 원가를 낮출 수 있는 최적의 공급 기지를 마련하기 위해 세계화를 이용했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생존의 위협 앞에서 기본 물자조차 구하기 어려워지자 전 세계로 분산됐던 제조 공장들이 간절해졌다. 언제든 반복될 수 있는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수익성보다 안정성에 공급 전략의 가중치를 둔다면, 로컬만한 생산 입지는 없을 터다. 지역 단위 자급자족과 비축의 생태계를 이루는 것이 급선무. 세계적 상호협력은 그 이후의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자 진보와 보수를 넘어 추진하고 있는 기본소득의 도래다. 대다수의 나라에서는 재난 극복의 전제를 달고 기본소득 이슈가 한창이다. 이 공통의 경험을 통해 일자리 급감의 구제책으로 지지받던 무조건적 기본소득은 빠르게 수면 위로 부상될 것이다. 기본소득이 경제적, 사회적 선순환의 초석이라는 가설 하에 다양한 모델링을 실험하고 또 성공적으로 증명한다면 물질적 풍요, 개인의 자유와 창의, 공동체가 슬기롭게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 가지 시대상으로 그려본 뉴노멀은 뜻이 무색하게도 새로운 무언가는 아니다. 오히려 연초에 쏟아진 2020 트렌드의 미래 전망이 코로나19 사태로 강제되고 가속된 것에 가깝다. 위기 대응 방법론에만 천착한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그리하여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가치, 새로운 보편 정서는 어떤 것입니다 라고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할 그것은 예측과 예언의 밖에 있기 때문이다.

곁눈질로 코로나19 이후의 거대한 바다를 관망하고, 작은 시냇물과 같은 내 자리에 돌아온다. 나의 일터, 도서관은 어느 때보다 강력한 조류의 변화를 앞두고 어떻게 방향키를 잡아야 할까? 새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휴관 중인 도서관에서 집중 서비스한 대출문헌복사, 도슨트의 과제물 전화 상담이 언택트의 시도였구나. 돌이키며 한 발 내딛은 기분이 든다.

AR, VR로 구현된 도서관에서 이용자가 자료를 열람하고 원거리 이용자와의 화상 상담이 일상화된 영화적 이미지의 실현도 멀지 않았다. 이용자 선택 시점에 따라 온-오프라인의 자유로운 전환이 가능한 자료 제공과 서비스의 출현도 유추해 본다. 기본소득으로 삶의 질이 높아져 전 국민의 평생 교육이 당연한 미래 속에서 더욱 다채로워질 도서관 자료와 서비스. 희망사항은 현실이 될까, 망상에 그칠까.

언제나 도서관의 힘겨운 도전은 사회변화, 예산, 정책 등의 유불리를 딛고 기본 사명을 지켜 나가야 함에 있었다. 인류의 정신 유산과 지적 결과물을 소중히 보존하고 공유하려는 도서관의 정신은 뉴노멀의 시대에도 여전히 표준일 것이다. 안전하게 지식을 향유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자료들이 가득한 공간에서.

오늘도 어김없이 코로나19 뉴스를 접하며, 가본 적 없지만 새롭고 의미 있는 어딘가로 우리 모두가 연착륙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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