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나를 좋아한다는 젊은 학우에게 ‘방송대도 출석수업 20점을 반영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학우는 내가 졸업할 때 졸업 배지를 달아준 친구다. 검은색 바탕에 유난히 눈에 띄어 가끔 사람들이 ‘무슨 배지냐’고 물어본다. 나는 자랑스럽게 방송대 배지라고 말한다.
벌써 십여 년 전이다. 방송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등록하고 3년만에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땐 영광스러운 졸업장을 땄다고 축하를 받았지만 훗날 이력서에 잠깐 기재될 뿐 ○○대학원 졸업생이라고 말하면 쑥스럽다. 왜냐하면 졸업하기 어려워야 자랑스럽지 누구라도 등록해 기간 내에 쉬이 졸업하게 되면 자랑거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언젠가 ○○사이버대에 등록했다. 학기말 시험이 모두 오픈 테스트이자 과제물 제출이었다. 졸업은 따놓은 당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설령 졸업하더라도 ○○대학을 졸업했다고 자랑하게 되면 조롱받기 십상이다. “학비만 내면 다 졸업하는데 그게 자랑거린가?” 하게 되면 대답이 옹색해진다.
나는 지금까지 방송대에서 8개 학과를 섭렵했다. 어느 장소에 가든지 ‘방송대생’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방송대는 졸업하기가 어려운 대학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다. 그것은 바로 방송대에 존재하는 F학점의 위력 때문이다. 조금 과장을 보태 얘기하면, 우리나라의 모든 4년제 대학교, 사이버대, 각종 대학부설 평생교육원은 입학과 동시에 졸업장이 눈앞에 보인다. 그만큼 상대적으로 방송대를 졸업하기가 녹록지 않다는 얘기다.
나는 매학기마다 6개 과목을 등록하는데, 그중 한 과목은 F학점을 받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래도 걱정을 하지 않는다. 얼마든지 자신의 노력으로 재시험의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나이가 80세에 이르지만 방송대에 다니는 모든 학생은 학점 앞에 평등하다. 고령자라고 하더라도 우대하지 않는다. 똑같이 시험을 본다. 솔직히 나에게 6개 과목은 버겁다. 그러다 보니 한 개 교과는 포기해야 한다. 물론 번호를 잘 찍으면 최소한 8~12개 정도 답을 맞힌다. 물론 그것은 선택형 문항의 맹점이기도 하다.
앞으로 졸업하기 쉽도록 출석점수 20점을 반영한다면 전혀 교재를 보지 않고도 졸업을 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방송대의 특성이 없어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공부를 전혀 하지 않더라도 졸업장이 보장되는 방송대라면 내 가슴에 다는 금색의 배지도 떼어 내야 할 것 같아 왠지 씁쓸하다.
김상문 생활과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