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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8일 아침,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야외 카페에서 사람들이 햇볕을 즐기는 사진이 뉴스에 실렸다. 그전 같았으면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넘겼을 그 사진 한 장이 아름답게 보였다. 꽃이 있고, 나무가 있는 곳에서 사람들이 모여 앉아 담소하는 모습이, 무너진 일상의 그리움을 담아냈다. 반복되는 일상이 아무 소득도 없이 곤혹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그 일상이 무너지고 나서야 ‘일상의 소중함’이라는 은혜에 감사하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우리나라는 세계가 부러워할 만큼 코로나19에 잘 대응했다. 높은 시민 수준, 고통을 나누려는 자세, 방역당국, 의료인, 마스크, 진단키트 등 ‘안전한 나라’로 우리나라의 이미지가 변경됐다. 이에 대한 기회비용을 따지면 효과는 천문학적 숫자에 이른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국민은 조용히 힘을 길렀던 것이다. 언제 우리가 세계로부터 이런 찬사를 받았던 적이 있었던가.

 

많은 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갇혀 지내다가 차츰 지쳐가기 시작했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동네 산길을 걷기로 했다. 마스크, 선글라스, 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 집을 나섰다. 쇠약해진 몸이지만 조금씩 알맞게 걷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벌써 꽃들이 다 지고, 봄도 연둣빛 속에서 가고 있었다. 어디선가 문득 진한 향기가 몰려왔다. 라일락이었다. 처음 맡아보는 향기인양 가슴이 저렸다. 우리의 삶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코로나19 이전과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마치 라일락 향기를 처음 맡아보는 향처럼 느꼈듯이 우리는 그렇게 새로운 일상을 맞이할 것이다.

 

나는 1942년생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도 나 자신에 대한 기도를 대략 세 가지로 계속했다. 첫째,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는 육체가 다 됐을 때에는 가차 없이 이 생명을 거둬가세요. 둘째, 지금 쓰고 있는 장편소설을 명작으로 끝맺게 해주세요. 셋째,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재산이 잘 해결돼서 주변 사람에게 나눠주고 뒤끝이 복잡하지 않게 떠나게 해주세요.

 

사람은 누구라도, 어떤 형태로든지 자신의 속을 털어놓아야 하는 존재다. 단 정직하게. 세상을 살아보니 그간 보이지 않던 것들, 이해되지 않던 일들이 조금씩 보이고 이해된다. 미치지 않으려면 속에 있는 것들을 털어놓아야 한다. 나는 미치지 않기 위해 글을 쓴다.

 

노년의 삶은 정서적 안정이 우선돼야 한다. 그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닌 만큼 꾸준히 노력해야 가능하다. 일생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70%만 사용해야 한다. 그것은 자신을 알고 욕심을 내려놓아야 하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자기 자신도 모르고 자신의 능력 100% 이상을 사용한 사람들의 노년은 대개 딱하다. 이미 딱한 사람이 됐을 때는 그 누구도 구원해 주지 못한다. 성격, 만남, 운, 사람들이 말하는 팔자라는 것도 어느 정도는 자신에게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서 그 척도는 다르겠지만 이 나이에 이르러 내 생각은 이렇다. 성공한 삶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삶이다. 성실함과 올바른 판단력으로, 하늘의 지혜를 구하면서. 설령 거기에 역경이 따를지라도 그렇게 꾸준히 노력하고 산 사람은 그 일을 통해서 정서적 안정과 보람된 생을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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