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독서 분투기·방송대문학상 공모전 Tip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긴 하지만, 다시 독서분투기·방송대문학상 공모전의 계절이 돌아왔다. 방송대출판문화원은 올 여름 두 건의 공모전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하나는 ‘집콕시대, 슬기로운 독서생활’이란 타이틀을 건 ‘2020 방송대인 독서 분투기 대모집’이고, 다른 하나는 ‘제44회 방송대문학상 공모전’이다.
독서 분투기는 상금 총액을 500만원으로 올려, 좀더 많은 이들에게 수상의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문학상의 경우, 단편소설 부문은 200만원으로 상금을 인상했고, 각 장르별 당선작과 가작 상금도 소폭이지만 상금 액수를 키웠다. 코로나19 시대, 방송대 가족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해서다.
그런데 마음은 공모전에 도전하고 싶은데, 왠지 자신감이 없다는 학우들이 있다. 독서 분투기 예심을 진행하는 출판문화원 편집자들의 글쓰기 조언, 최종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을 들어본다면, ‘그래 한번 해보자!’ 하고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문학상의 경우, 지난 제43회 당선자들의 체험적 조언을 훑어보고 작품을 응모하는 것도 유용하겠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코로나19로 밖에 나가기 조심스러운 요즈음, ‘집콕’하며 책 읽기를 통해 나와 세계의 거리를 좁히고 있는 여러분의 멋진 지식 탐험기를 보내 주세요!” 2020 방송대인 독서 분투기 대모집  안내 문구다. ‘나와 세계의 거리를 좁히고 있는 지식 탐험기’라는 대목이 눈에 쏙 들어온다. 책 읽기의 궁극적인 목적은 독자마다 다양하겠지만, 이 행위의 본질적인 공통점은 ‘나와 세계의 거리’를 좁혀가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책을 통해 나와 세계의 거리를 좁혀가는 바로 그 지식 탐험의 여정, 그리고 그 끝에 도달한 목적지에서 ‘나’는 무엇을 발견했는지, 혹은 어떤 ‘나’로 변화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분투기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글을 써야 할까? 어떤 이들은 바로 이 ‘어떻게’에서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 하고, 밤새 컴퓨터나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다가 에라 모르겠다, 포기하기도 한다.

글은 간결, 정확, 명쾌하게
영어권 글쓰기의 대명사로 불리는 책은 46년 동안 코넬대 영문과에서 가르쳤던 윌리엄 스트렁크 『스타일의 요소들(The Elements of Style)』이다. 저자는 특히 글쓰기의 3C를 기본적으로 강조했는데, 간결(concise), 정확(correct), 명쾌(clear)가 이에 해당한다. 자신의 글이 ‘간결, 정확, 명쾌’라는 3요소를 지키고 있는지 확인하는 데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독서 분투기의 대상 도서를 기획, 편집했던 방송대출판문화원 편집자들은 어떤 조언을 할까. 일단, 심사기준부터 살펴보자. △주제파악 △감상표현 △문장력 및 맞춤법 등 세 가지다. ‘주제파악’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나 상징들을 얼마나 잘 파악했는지를 평가한다. ‘감상표현’이란 책 내용을 자기의 감정이나 생활과 연관해 얼마나 잘 표현했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문장력 및 맞춤법’은 글자 그대로 문장의 표현력과 맞춤법 및 외래어 표기법 등을 평가한다.
제작기획팀의 신경진 편집자는 “대체로 자기 글이 아닌 책 내용을 그대로 갖다 쓰거나 요약하기만 한 글은 떨어졌다. 책을 온전히 다 읽지 않아서 책 내용과 관련이 없는 주장을 펼치거나, 자신의 생각만 드러내는 글들도 예심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문법이 맞지 않거나 호응이 안 되는 문장이 많으면 그것도 제외했다”고 귀띔했다.

‘독서분투기 수상집’도 좋은 길잡이
같은 팀의 박혜원 편집자 역시 “의외로 책의 주제나 저자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감상문을 쓰는 경우가 많다. 책을 성의껏 읽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하면서 “글의 완성도와 맞춤법은 기본이다. 심사 배점의 20%를 차지한다. 특히 수상작으로 선정되면 전자책으로 출간돼 수많은 독자가 읽게 되므로 반드시 여러 차례의 퇴고를 거친 후 제출해야 한다”고 꼼꼼히 주문했다. 
그는 또 “온라인 서점에 게재되는 도서 소개 글이나, 신문 서평 기사의 자료가 되는 신간 보도자료는 담당 편집자가 직접 작성해 배포한 것이다. 이들이 추후 예심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런 자료는 베끼지 않는 것이 좋다. 반드시 들킨다!”고 주의를 당부하면서 “인터넷교보문고에서 전년도(2016~2019) 『방송대인 독서분투기 수상작품집』을 무료로 내려받아 읽어보면, 좋은 감상문을 쓰는 데 참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편집팀의 신영주 편집자는 글쓴이의 지나친 감정 이입을 경계했다. 그는 “글쓰기가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자주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너무 많이 책에 이입해서 실제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객관화하는 데 실패한다는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색다른 느낌’ 전달 중요
그렇다면 최종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방송대 교수들은 어떻게 접근했을까. 2018년 독서 분투기 심사위원이었던 변지원 교수(중어중문학과)는 ‘색다른 느낌의 전달’을 관건으로 보면서, ‘중언부언하기보다는 자연스럽고 군더더기 없이 쓴 글’을 높게 평가했다. “어렵다고 해서, 또는 글의 분량이 길다고 반드시 좋은 글이라 할 수 없다. 독서는 일종의 구도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즉 자신이 가졌던 마음속 질문을 책읽기라는 행위를 통해 구현할 수도 있다.”
“독서는 인간의 삶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목적 없이 그 자체로도 의미 있는 일이다”라고 말하는 선영아 교수(불어불문학과)와 주경필 교수(청소년교육과)는 2016년 독서 분투기 심사위원을 지냈다. 두 교수는 당시 심사평에서 “책의 내용에 눌려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한 글이나 반대로 자기 목소리가 너무 커 책이 전하는 주요한 목소리를 덮어버리는 글을 좋은 서평이나 독후감으로 권할 수는 없을 것이다. 책의 내용을 길게 나열한 뒤 직관적인 인상이나 간단한 소감만을 덧붙인 글, 책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신변잡기적 이야기만을 늘어놓은 글 역시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새롭게 문을 두드릴 2020 방송대인 독서 분투기는 어떤 모습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2020 방송대인 독서 분투기 대모집 

http://press.knou.ac.kr/customer/common/noticeView.do?condAnnnMtrUn=2451

 

 

독서 분투기 주요 심사평

 

이번 심사를 통해서 저는 글 자체의 수준도 물론 고려하였으나 이번 공모전의 취지를 살려 누가 더 분투하였는가도 살펴보았습니다. 제가 발견한 분투의 종류는 여러 모양이었습니다. 없는 시간을 쪼개어 책을 읽느라 노력하신 분들도 있고, 그 내용 자체의 이해를 위해서 노력하신 분들도 있습니다. 또한 책의 내용 자체가 내 삶의 좋지 않았던 기억들을 헤집어 내는 바람에 그것을 견디며 책을 읽어내느라 노력하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다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심사를 하면서 약간의 두려움을 맞이하게 되었고 비장한 각오를 다지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진짜 싸움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이 진짜 싸움은 우리가 책을 읽기 위해 노력한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우리를 힘들게 만드는 싸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마주한 두려움이 무엇이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여러 책들이 우리가 마주하게 될 미래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복지, 교육 등의 여러 영역에서 우리는 현재와는 다른 미래를 맞게 될 것이라고 우리에게 말해줍니다. 심지어 어떤 저자는 우리로 하여금 부모마저 버려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약간의 과장이 담겨있는 표현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우리에게 익숙한 많은 것들을 버려야만 하는 시대가 닥쳐올 수도 있다는 경고처럼 저에게는 들렸습니다. 익숙한 교육제도를 버리는 일, 익숙한 경제체제를 재조직하는 일, 낯선 문화의 세계로 들어가는 일 등등, 사실 그 모든 것들이 우리가 이제까지 형성한 를 버릴 것을, 그것을 버리고 새로운 를 입을 것을 요청하고 있는 듯합니다.

우리는 이 싸움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을까요? 과거의 나를 버리고 새로운 나로 태어날 준비가 되었을까요? 지난 여름 뜨거웠던 여러분들의 독서분투가 바로 이 싸움에서의 승리를 위한 귀한 자양분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권영민 교수(교육학과), 2019년 독서 분투기 심사위원

 

북미(Book-Me)’라는 독서 분투기 제목부터가 발칙하기 그지없다. 마침 역사적인 북미회담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어서 더욱 그러한 듯싶다. 독서 감상문의 내용은 하나같이 사뭇 진지하다. 지난여름의 혹독한 열기를 잠재우기에도 충분했다.

사회적으로 역사적 전환기를 예고하는 사건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우연히 일어나기도 한다. 인류는 이런 사건들을 통하여 어제와 다른 오늘을 맞이하였고 오늘과 다를 미래를 꿈꿀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역사를 관통해야 하는 개인의 역사는 획일적인 면이 있을 것 같지만, 실은 개인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양상을 띤다. 이들의 연대기에는 과연 역사적 사건에 비견할 만큼의 어떤 획기적 전환이 있었기 때문일까. 한 개인에게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가장 흔한 계기는 아마도 독서를 통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이번 독서분투기를 통하여 다시 한 번 더 해 볼 수 있었다.

제목부터가 도발적이어서인지, 예상대로 역시 가장 많은 편수가 접수된 것은 이제는 부모를 버려야 한다였다. 저자 역시 쉽게 쓸 수 없었다고 밝혔지만, 많은 독자들이 불편함을 감수하며 읽어낸 책이었다. 사이토 다카시의 진정한 학력이 그 뒤를 이었다. 이 두 책이 모두 일본인 저자의 책이었던 점은 의미심장하다. 한국과 유사한 것 같지만 분명 다른 점이 있음을 찾아낼 수 있는 혜안을 갖춘 이라야 아마도 보이지 않는 면까지 읽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몇몇 감상문에서는 이 두 책에서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일본 역사에 대한 추가적인 면모까지도 거침없이 쏟아낼 수 있는 공력이 엿보이기도 하였는데, 이는 평소 일반인으로서의 교양 수준을 뛰어 넘어 일본학에 대한 전문적 학업이 이를 뒷받침해 준 경우였다. 반면 저자의 사고방식에 자신의 생각을 꿰맞추고자 한 경우도 있어, 이러한 점은 다소 아쉽다는 느낌이 들었다.

독서 감상문 역시 글쓰기의 일종이므로, 자신이 읽은 책을 색다른 느낌으로 전달할 수 있다면 이는 성공한 글쓰기라 할 수 있다. 중언부언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우면서도 군더더기가 없도록 쓴 글이 좋은 글이다. 어렵다고 해서, 또는 글의 분량이 길다고 반드시 좋은 글이라 할 수 없다. 독서는 일종의 구도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즉 자신이 가졌던 마음속 질문을 책읽기라는 행위를 통하여 구현할 수도 있는데, 바로 이 점에서 이번 최우수작이 주목을 끌었다. 더구나 선택한 책이 여러 명의 저자들이 쓴 책이었음에도, 수상자는 전체를 관통하는 맥락을 끝까지 담담하게 유지할 수 있는 덕목을 보여주었다.

심사자의 입장에서는 너무 많은 종류의 책에 대하여 너무 많은 감상문이 접수된다는 점이, 즐거운 고통이다. 대략이나마 책의 내용을 꿰뚫어야 하니 그 많은 책을 억지로라도 읽어내어야 한다는 점이 즐거움이요, 이 즐거움을 느긋하게 나만의 것으로 보존하지 못하고 결국은 평가의 도구로 써야 한다는 점에서는 고통이다.

북미(北美)회담의 결과가 어떻게 이어질지 모르겠으나 우리 북미(Book-Me)’의 성과는 명확해 보인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이 쉽게 바뀌어도 문제이겠지만, 남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 고집과 편견만큼이나 위험한 것도 없다. 독서가 사람을 쉬이 바꾸지는 않겠지만, 좋은 독서는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작가라는 타인의 이야기에 몰입함으로써 그 새로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 이것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당신이 보기에 나는 어때?”라고 묻는 것보다 백배는 더 정확한 진단이 될 것이다. 사람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고 난 후에 변화하지 않을 수 없다. 변화라면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 자기 자신의 새로워진 모습에 긍정할 것이며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북미에 대한 기대가 점점 높아지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변지원 교수(중어중문학과), 2018 독서 분투기 심사위원

 

독서는 마음의 양식.” 20대까지는 별생각 없이 이 말을 받아들였다. 솔직히, 독서가 마음의 양식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독서를 하는 사람은 남들에게 양식이 있는 사람으로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양식이 있는 사람이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혹은 내가 스스로에게 달아준 지식인이라는 알량한 이름표를 즐기기 위해서 늘 한 손에 적당한 두께의 책을 들고 다녔다. 그리고 그 책들은 언제나 표지가 바깥을 향해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흘끔흘끔 볼 수 있게 드러내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그러다 어찌어찌 그 책 속의 글을 눈으로 쫓아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하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이제 나는 그 책을 안다고 생각했다. 그 책의 마지막을 본 그 때의 나는 남들과 그 책에 대하여 토론하고 남들에게 그 책을 추천하거나 혹은 추천하지 않을 자격이 있다고 여겼던 것이다. 생각해 본다. “그 때의 나에게 그 책은 어떤 의미였을까? 지금의 나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도 내가 독서를 한것이 아니라 무언가 모를 압박감에 그저 글씨를 읽었기때문일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독서는 눈으로 글을 따라가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독서라는 행위는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는 여행과 같을지 모르지만, 독서를 통해 무언가를 아는 것 혹은 깨닫는 것은 오지를 탐험하는 것만큼 어려울지도 모른다. 진정한 독서의 과정에서, 우리는 저자들의 사상을 좇기도 하고 때로는 그들의 생각을 나의 것과 비교하기도 하며 때로는 나를 침범하려는 그들의 목소리를 쫓아내기도 할 것이다. 물론 어떤 책을 선택하고 어떤 목적으로 그 책을 읽는가에 따라 그 책을 읽을 때의 마음가짐이나 태도가 다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서를 통해 앎과 지혜 그리고 깨달음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는 책 속에 나열된 활자들을 맛보는 것을 넘어 책 자체를 씹어 먹어야 함은 분명하다. 영국의 철학자 존 로크가 말하였듯이, “독서는 단순히 지식의 재료를 공급할 뿐이다. 이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은 사색의 힘이다.” 그제야 독서가 마음의 양식이 된다.

이번 독서분투기 응모작들은 그러한 진정한 독서의 의미를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찬사를 받기에 부족하지 않다. 응모자들의 생각과 감정을 따라가면서 심사자로서의 입장을 순간 잊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또한 같은 책에 대한 응모자들의 다양한 감상을 읽으면서 마치 같은 재료로 만든 여러 훌륭한 음식들을 맛보는 것과 같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응모작들이 박수를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는 가운데, 특히 본 심사자의 눈길을 끈 것은 배우는 법을 배우기를 읽으면서 느낀 점을 방송대 학생으로서의 자신의 삶에 진정성 있게 녹인 서미옥(영어영문학과) 응모자의 글이었다. 같은 책(배우는 법을 배우기)에 대하여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해준 김창숙(국어국문학과) 그리고 그건 혐오예요의 주제의식에 맞게 오늘날 우리사회의 소외된 우리들에게 우리들이 가하는 차별과 혐오 그리고 우리들사이의 혐오를 표현한 이지영(중어중문학과)의 독서분투기 역시 그 못지않게 훌륭한 감상문이었다. 미처 언급하지 못한 다른 응모작들 역시 각각의 장점이 있으며 본 심사자에게 지극한 즐거움을 주었음을 강조하고 싶다.

이번 심사과정에서 응모자들의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자 즐거움이었다. 어서 책을 한 권 골라야겠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먼저 책표지를 볼 수 있게 집어 들어야겠다.

김태한 교수(청소년교육과), 2017년 독서 분투기 심사위원

 

유난스러웠던 폭염에도 불구하고, 방송대인들이 벌인 지적 분투가 풍성한 결실을 거두었다. 한 권의 책을 읽고 서평이나 독후감을 작성하여 겨루는 대회란 독서를 독려하기 위한 행사이지만, 부러 그런 행사를 벌여야 할 만큼 책 한 권을 온전히 읽기 힘든 현실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이번 독서 분투기에 총 315편이 응모되어 응모작 수가 작년도에 비해 28%나 증가했을 뿐더러 전공 분야와 관계없이 학부 전체가 한 학과도 빠짐없이 참여했다고 하니, 해를 거듭할수록 이 행사로 이는 반향이 반갑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방송대인들이 각자 서 있는 자리와 시간 속에서 책 읽기를 통해 하나가 되는 모습이 미소짓게 한다.

읽는 책의 분야마다 사정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우리가 독서를 하는 이유는 대개 삶에 유용한 지식을 획득하기 위해서이다. 많은 이들이 책에서 필요한 정보와 지혜를 구한다. 하지만 독서는 인간의 삶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목적 없이 그 자체로도 의미 있는 일이다. 책을 읽는 동안 잠시나마 일상적이고 상투적인 사고를 내려놓으며, 사람을 이해하고, 세상을 읽고, 내면의 지평을 넓혀나간다. 따라서 독서는 글과 대면하며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극히 개인적인 일이지만, 한편으론 세계와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책을 읽으려는 욕구 안에는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들여다보려는 소망과 우리가 발 딛고 선 세계 속에서 설 자리와 갈 길을 모색하려는 의지가 내재해 있다. 그런 점에서 책 읽기는 우리가 이 시대를 살아가며 과거, 현재, 미래의 다른 이들과 소통하는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서평과 독후감은 책을 읽고 난 후 논리적 평가와 개인적 느낌을 적는 글이지만, 일기장에 끼적이는 사적이고 은밀한 이야기가 아닌 책과 소통하며 길어낸 의미와 울림을 정리해보는 작업이다. 저마다의 관심, 책을 읽고 받아들이는 방식, 또 그것을 드러내는 접근이 다르듯, 잘 쓴 독후감에 대한 기준 역시 심사자의 저울에 따라 다를 것이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54편의 글들은 모두 저마다의 장점을 지닌 글이었다. 어떤 일률적 기준을 두고 줄을 세우기 힘들 만큼 한 편 한 편이 다 저마다의 개성을 지닌 소중한 글들이었다. 그러나 책의 내용에 눌려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한 글이나 반대로 자기 목소리가 너무 커 책이 전하는 주요한 목소리를 덮어버리는 글을 좋은 서평이나 독후감으로 권할 수는 없을 것이다. 책의 내용을 길게 나열한 뒤 직관적인 인상이나 간단한 소감만을 덧붙인 글, 책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신변잡기적 이야기만을 늘어놓은 글 역시 마찬가지이다.

정해진 심사 기준에 따라 책에 대한 이해도와 개인적 감상 표현 양쪽에 똑같이 무게를 두고 가능한 한 객관적 심사를 진행한 다음, 몇 편의 후보작을 놓고 두 심사자 간 토론을 벌였다. 잘 다듬어진 글보다는 서투르더라도 진심이 담긴 글을 뽑으려 노력한 결과, 마지막까지 마음을 잡은 두 편의 글은 모두가 행복해지는 교육의 신세계를 기대하며(배재선, 중어중문학과)교실이데아(이정수, 법학과)였다. 케빈 캐리의 대학의 미래를 읽고 쓴 배재선의 글은 책에 대한 이해력과 글의 구성력, 문장력을 고루 갖춘 글이다. 대학 입시를 위해 악전고투하는 딸을 둔 어머니로서 단순히 책에 말해진 것을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문제를 자신의 삶으로 끌고 들어와 소박하지만 진지한 질문을 던졌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체계적이면서 어렵지 않은 단어 선택과 문체로 자연스럽게 잘 읽힌다는 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글은 역시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울림이 있고 빛이 나는 것 같다. 다음으로 조너선 코졸의 교사로 산다는 것을 읽고 쓴 이정수의 글은 자기주장과 개성이 명확한 글이다. 학교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을 진지하게 풀어나가면서도 글쓰기에 있어서도 자유로움을 충분히 발휘한 것으로 평가했다. 뽑고 보니 두 편 모두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교육 문제와 관련되어 있었다. 오랜 고민 끝에 배재선의 글을 최우수상으로 선정하였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글이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심사에 오른 좋은 원고들이 있으나 일일이 언급하지는 못했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해 분투한 응모자들에게 격려와 감사의 말을 전한다. 이번에 수상하지 못한 분들에게는 다음 기회에 꼭 다시 도전하기를 권해본다. 세상에 가치 있는 일 치고 땀 흘리지 않고 얻어지는 것이 없듯이 글을 읽고 쓰는 일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부지런히 읽고 꾸준히 쓰면서 성장한 자신의 능력을 맘껏 뽐낼 다음 여름을 고대하시길!

선영아 교수(불어불문학과주경필 교수(청소년교육과) 2016년 독서 분투기 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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