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장웅상의 공부야, 놀자

“아는 것이 힘이다.”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의 유명한 경구다. 귀납법, 경험주의 철학의 비조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철학적 태도는 오늘날 공부의 목적과 방법에 빗대도 하나도 모자람이 없다. 발견과 탐색, 객관화, 끝없이 의심하고 분석해 진정한 앎을 통해 미혹에서 벗어나는 것이 곧 진정한 힘이란 것이다. 서양 근대철학의 방향을 바꾼 성찰이지만, 어떤 면에선 서양의 근대적 공부론을 제시한 게 아니었을까 싶다. 이 말은 그의 묘비명에도 쓰여있다. 자신의 죽음에도 이를 새겨 훗날에 경계를 주는 것은 과연 ‘배우고 아는 사람’ 즉 지식인답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묘비명이 있다. “재주가 남만 못하다 스스로 한계를 짓지 말라. 나보다 어리석고 둔한 이도 없겠지만, 결국에는 이룸이 있었다.” 바로 조선 중기의 문인 김득신(金得臣)이다.


그는 어려서 천연두를 앓아 늘 남보다 배움에 뒤졌다. 즉 머리가 나빴다. 그러나 쉼 없이 반복 공부를 했다고 한다. 『노자열전』 2만 번, 『백이열전』은 11만 3천 번을 읽었다고 스스로 기록하고 있다. 이후 59세에 대과에 급제해 성균관에 들어가고 동지중추부사를 역임했다. 이런 배경에는 그의 아버지 김치(金緻)가 있다. 그 자신이 경상도관찰사였으나 이런 아들을 포기하거나 답답해하거나 윽박지르지 않고, “늦는다고 성공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반복해서 읽으면 반드시 외울 수 있을 것이다”라며 늘 아들을 격려했다. 오늘날 부모교육으로도 참고할 만하다.

 

김득신은 어려서 천연두를 앓아 늘 남보다 배움에 뒤졌다.
그러나 쉼 없이 공부를 했다.
『노자열전』 2만 번, 『백이열전』은 11만 3천 번을
읽었다고 스스로 기록하고 있다.

 


하긴 김치의 아버지는 진주대첩의 명장 김시민이다. 공부는 부모의 아이큐를 물려받는 것보다 가풍이 더 중요한 것 아닐까 싶다. 이후 공부 바보 김득신은 ‘노력의 아이콘’이 된다. 그러나 당대의 지식인인 이식(李植)으로부터 ‘최고의 시인’이라는 칭송을 얻을 만큼 학문적 성취도 높았다. 다산 정약용이 “글이 생긴 이래 상하 수천 년 동안 독서를 부지런히 하고 독서가 뛰어난 이로 김득신을 제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내게도 학우들이 가끔 공부 요령을 묻는다. 시험은 몇 개의 요령이 있지만, 진정한 공부는 그저 반복밖에 방법이 없어 잠시 망설이다가 곧 ‘반복이 곧 요령’이라고 답해준다. 특히 김득신 급(?) 머리를 가진 내겐 반복이 최선이다.


오래전 영문학과 4학년 시절, 「셰익스피어 Ⅱ」 과목의 기말고사 문제가 독특했다. 셰익스피어의 한 작품을 선정해서 원어로 60행 이상 외워서 쓰라는 것이었다. 그 과목에서 혼자 A+를 받았는데, 친구들이 100시간을 한다면 난 300시간을 투자하겠다는 각오로 공부를 했던 기억이 있다.


공부는 행위 자체가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바꾸는 활동이다. 우리의 뇌는 반복을 통해 장기저장을 하므로방송대에서만 일곱 번째 학과인 법학과에 다닌다. 『공부가 하고 싶은 당신에게』를 썼다. 복습은 필수다. 이는 외우는 공부뿐만이 아니다. 베이컨처럼 끝없이 파고들어 의심하고 분석하고, 이해하고 지평을 넓히는 것도 반복학습이다. 물론 복습은 어려운 일이다. 때론 지치고 그만 두고 싶다. 그러나 묘비명 하나를 더 빌리자면, 미국 낙농산업의 아버지로 불리는 연유 발명가 게일 보든이 남긴 말을 곱씹겠다. “나는 시도하다 실패했다. 그러나 다시 또 다시 시도해서 성공했다.”


한 여름, 힘들면 잠시 쉬더라도 다시 책을 펴는 게 중요하다.


2좋아요 URL복사 공유
현재 댓글 0
댓글쓰기
0/300

사람과 삶

영상으로 보는 KNOU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