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화제의 신간

벤 바레스 스탠퍼드대 교수는 어릴 때부터 수학 천재 소녀로 불렸다. MIT에서 화학·컴퓨터과학을 공부했고, 하버드대 의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42세에 그녀는 성전환 수술을 했다. 머리가 벗어졌고 수염이 자랐다. 남성이 된 그는 여성이 지속해서 맞닥뜨린 장애물을 넘어섰고, 미 국립아카데미(NAS) 회원이 됐다. 그가 쓴 에세이 성별이 문제가 되는가?(Does gender matter?)는 2006년 <네이처>에 실렸다. 2017년 췌장암으로 사망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 뜻대로 살았다. 성별을 바꾸고 싶었고 그렇게 했다. 과학자가 되고 싶었고 그렇게 했다. 나는 진정 멋진 삶을 살았다.” 두 개의 X염색체에 부여된 특권여성은 진정 남성보다 열등한가? 다소 극단적인 바레스 교수의 사례를 언급한 이유는, 오랜 역사 속에서 여성이 받아온 부당한 대우에 저항한 한 명의 존엄한 ‘인간’이 있었던 사실을 환기하기 위해서다. 부계 중심 사회에서 여성은 그동안 신체적으로 약하고 정서적으로도 불안하다는 인식으로 주변인의 삶을 살았다. 하지만 최근 밝혀진 사실들이 있다. 여성은 남성보다 오래 산다, 여성은 면역계가 더 강력하다, 여성은 발달장애 가능성이 더 낮고, 세상을 더 다양한 색채로 본다, 심지어 암을 더 잘 극복한다 등이다. 『우리의 더 나은 반쪽』의 저자이자 세계적인 유전학자인 샤론 모알렘은 의대 재학시절 남성이 더 강한 성별이라고 배웠다. 하지만 임상과 유전학 연구로 위와 같은 반대의 결과를 목도했다. 실제로는 왜 남성이 더 약한가라는 의문을 품은 그에게 동료가 건넨 한 마디가 이 책을 탄생시켰다. “질문을 바꿔야지. 남성이 약하다는 게 아니라, 왜 여성이 강한가 아닐까?” 인류가 직면한 최대의 난관 중 하나는 지구에 들끓는 다양한 병원균을 극복하는 것이다. 저자는 두 개의 X염색체를 가진 여성이 면역학적으로 특권을 누린다고 설명한다. 그는 변신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의 생명을 앗아갔던 결핵, 극심한 세균성 감염증, 인플루엔자 A의 최신 변종 등을 물리치는 것이 모두 여성에게 유리한데, 그 이유는 전적으로 두 개의 X염색체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X염색체 없이는 그 누구도 태어날 수 없으며, 뇌의 형성과 유지, 면역계의 구축에 필요한 토대를 마련하기 때문이다. 남성의 X염색체도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두 개를 가진 여성 수준의 대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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