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성적을 확인했다. 학번을 기입하고 학사정보란에서 성적 조회를 클릭하면 곧 모니터에 성적표가 뜰 것이다. 이런 때 컴퓨터 로딩 시간은 더 길게 느껴지고, 괜히 초조하다. 다행이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졸업하기엔 충분한 성적이다. 야호! 졸업이다, 이제 곧 국가가 공인한 법학사 학위를 받을 것이다.
뿌듯한 기분으로 바로 학교 홈페이지 초기화면으로 돌아가 편입란을 살핀다. 이제 농학과에 편입할 예정이다. 졸업을 앞둔 충만함과 입학을 준비하는 설렘의 교차? 솔직히 이젠 그런 감흥은 별로 없다. 방송대에서만 8번째 학과를 지원하는 터라 덤덤하다.
나는 방송대를 다니면서 성적보다 ‘좋은 공부’를 하려고 했다. 나의 경우, 좋은 공부란 학문적 난이도나 우열이 아니라 호기심을 충족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에 공부할 농학도 최근에 과학 영역에 관심이 부쩍 늘고 있는 데다, 특히 식물을 가꾸고 수확하는 것에 대한 호기심에서 선택했다. 즉 일용할 양식에 대한 나날의 공부거리로 농학을 삼은 셈이다. 이런 것들이 나의 공부 이유다.
2020학번 학우들은 방송대에 처음 입학해서 오랜만에 하게 되는 공부라 사실 어렵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꾸준히 공부를 하다 보면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재미를 깊이 느끼실 것이다. 또한 2020학번 학우들 가운데는 컴퓨터를 다루는 데 어려움을 겪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원격강의라 컴퓨터는 필수적으로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잘 하려고 하지 말고 처음에는 컴퓨터를 켜는 연습부터 시작하고 그 후에 방송강의 보기, 과제 올리기 등 하나씩 하다 보면 컴퓨터에 점점 익숙해질 것이다.
그런데 한 학기를 보내다 보면,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분들을 꽤나 발견하게 된다. 특히 2020학번 학우 중에 지금 그런 고민을 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시간 관리 등 입학 때와 달라진 개인적 환경, 학업의 어려움, 때론 혼자 해야 하는 공부의 막연함과 외로움이 ‘장애물’일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이 들면, 차라리 졸업을 미루고 휴학을 하더라도 공부를 그만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국의 정치가 윈스턴 처칠은 “Never, never, never give up”이라고 말했다. 결코 포기하지 말라는 뜻이다. 중국의 명언 가운데 ‘불파만 지파참(不慢 只站)’이라는 말도 있다. 느린 것을 두려워말고 멈추는 것을 두려워하라는 뜻이다. 학위보다는 내가 즐겨서 하는 진정한 공부길이라고 생각하면 늦더라도 끝까지 갈 수 있다. 사람마다 형편이 다른데, 무조건 공부를 즐기라는 한가한 소리가 아니다. 처음 마음먹은 대로 지식의 욕구, 앎의 즐거움, 성취의 기쁨을 쉽게 포기하지는 말자는 말이다.
올해는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로 스터디 활동을 원활하게 하지 못한 점이 많이 아쉽다. 새내기들이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공부 동지들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어려움을 나누는 기회를 예전처럼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나 역시 방송대 스터디 활동을 통해 시험을 비롯한 다양한 학습정보를 얻었고, 토론과 인생을 배우는 또 다른 학교로 활용하기도 했다.
요즘 카페와 소셜 미디어(social media)를 통해 스터디 활동을 하지 못해서 부족한 부분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는데, 코로나가 종식되면 조만간 그런 호사를 다시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입학할 때 품었던 생각을 끝까지 실천하는 2020학번이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