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현대명저 106선 해제

우리 시사에서 자기 삶의 부족함과 비루함을 이처럼 어떠한 꾸밈도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준 시인은 없었으며, 동시에 자기 삶의 모순과 고통을 시대와 역사의 모순과 고통과 일치시켜 이를 시적으로 승화시킨 시인도 없었다. 바로 이 점이 이 『김수영 전집 1 시』가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몇 세대를 거치면서도 자기 자신과 시대의 고민을 일치시키고자 하는 젊은 지성들에게 여전히 현대의 고전으로 끝없이 다시 읽히고 있는 이유라고 할 것이다.   한국에서 중등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이라면 「폭포」, 「푸른 하늘을」,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풀」…. 아마도 이런 제목의 시들을 남긴 시인이 김수영이라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혁명의 고독을 노래한다거나 저항하지 못하는 비겁한 자기 자신을 탓한다거나, 바람보다 먼저 일어서는 민중을 기린다거나 하는 이 시들에 대한 교과서적 해설을 접한 적이 있다면 김수영의 이름 앞에 붙은 ‘저항시인’ 혹은 ‘참여시인’이라는 관형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수영 시인이 남긴 시들에는 어쩌면 위에서 열거한 교과서에 실려 유명해진 시들 만큼, 혹은 보다 더 높은 시적 성취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과연 그에게 ‘저항시인’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옳은가 싶게 만드는 「달나라의 장난」, 「눈」,「봄밤」, 「꽃」,「아픈 몸이」, 「절망」, 「사랑의 변주곡」과 같은 시들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시들을 한번 접한다면 김수영을 단순한 저항시인이나 참여시인이라 이름 붙이는 것이 전혀 엉뚱한 소리는 아니더라도 그것만으로는 한국 현대시사, 나아가 한국 현대 지성사나 정신사에 깊은 영향을 남긴 김수영의 넓고 깊은 시세계를 다 설명하기엔 부족하다는 생각에 이를 것이다.  1981년 첫 번째 시 전집 출간김수영은 생전에 180여 편의 시를 남겼다. 그리고 그 중에서 생전에 시집으로 묶인 것은 1959년에 간행된  『달나라의 장난』(춘조사)에 실린 40편이 고작이었다. 그 이후 그가 사망한 지 6년 만에 시선집 『거대한 뿌리』(민음사)가 나옴으로써 김수영은 비로소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시인이 될 수 있었고, 1981년 그의 첫 번째 시 전집 『김수영 전집 1 시』(민음사)가 간행돼 김수영 시 세계의 전모가 마침내 드러남으로써 김수영 시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촉진됐으며, 한국 현대시사에서의 그의 돌올한 위상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이 민음사 전집은 그 후 2003년의 1차 개정판을 거쳐 그의 50주기를 맞은 2018년 2차 개정판이 발간된 바 있다. 이 전집은 해방 직후인 1945년 예술부락지에 발표된 그의 첫 발표작 「묘정의 노래」부터 1968년 그의 사후 <창작과비평>에 유고로 발표된 「풀」까지 181편의 시를 수록했다. 「묘정의 노래」에서 「아버지의 사진」(1949)에 이르는 1940년대에 쓰인 그의 초기작들은 유교적 전통의식과 모더니즘적 시풍이 불안정하게 결합된 습작품들로 이 중에서는 ‘바로 본다’는 그의 세계를 향한 도전적 대결의식이 강하게 드러난 「공자의 생활난」(1945)이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남아 있다. 그의 시가 본격적으로 시대와의 가열찬 대결에 나서는 것은 전쟁 이후의 일이다. 한국전쟁 기간 동안 포로수용소에 수용됐던 그는 비로소 한 사람의 모더니스트 문학청년에서 자신의 존재와 세계의 불화를 본격적으로 고민하는 성숙한 지식인으로 거듭나게 된다. 그리고 시는 곧 이러한 고민을 수행하는 방법이자 도구로 자리잡는다. 주어진 비극적 삶을 이기는 정신의 힘을 지켜나가야 하는 자의 운명을 노래한 「달나라의 장난」(1953), 압도적인 현실을 따라잡는 내적 도약을 이루기 위한 엄청난 속도를 추구한 「더러운 향로」(1954), 죽음의 의식으로 그 속도를 팽팽하게 견제하는 「구라중화」(1954) 등이 이 시기 그의 시세계를 대표한다.195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전쟁의 상처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상대적으로 생활의 안정을 얻은 그의 시에서는 비애가 점차 사라지고 훨씬 경쾌한 속도감과 보다 넓고 넉넉한 시야가 확보된다. 「레이판 탄」(1955), 「폭포」(1957)가 비애를 넘어서는 속도감을 보여주고 있다면 「바뀌어진 지평선」(1956)과 「광야」(1957)는 동시대인들과의 ‘공동의 운명’을 생각하게 된 그의 확대된 시야를 보여주며, 나아가 민중을 현실의 스승이자 강력한 주체로 인식하는 「예지」(1957),  마침내 자유를 이행하지 않는 자기 자신을 질타하는 정치적 수준의 인식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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