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다(多)학과 재학생 온라인 좌담회

여기, 공부의 매력에 흠뻑 빠진 ‘찐’ 방송대인 4명이 모였다. 영문학박사 장웅상 학우(52·농학3, 이하 장)는 2006년 방송대 관광학과를 시작으로 국문학과중문학과일본학과교육학과문화교양학과법학과 등을 거쳐 올해 농학과에 편입해 15년째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영어를 좋아한 여고생이었던 송순지 학우(55·사복3, 이하 송)는 1998년 영어영문학과에서 영문학 전공의 꿈을 이룬 후 법학과, 중어중문학과를 거쳐 현재 사회복지학과에 재학 중이다.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이어받은 농사에 친환경 기법을 적용하려 2005년 농학과에 입학한 한희숙 학우(59·교육4, 이하 한)는 생활과학과(식품영양학·가정학 전공)를 졸업하고 현재 교육학과 마지막 학기에 매진하고 있다. 서울대 학부를 졸업하고 더 공부는 안 할 것이라던 홍남희 학우(44유·교2, 이하 홍)는 2008년 법학과에 입학해 일본학과생활과학과(식품영양학 전공)청소년교육과 및 대학원 일본언어문화학과 등에서 올해까지 13년째 쉬지 않고 공부하고 있다. 각자 다른 이유로 방송대를 찾았지만, 공부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적게는 3개 학과부터 많게는 7개 학과를 졸업한 이들. 주변에서 ‘학위 컬렉터’, ‘기인’이라고 말할 때면, “모르는 사실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라거나 “공부는 습관”이라고 답한단다. 이들이 공부하는 이유와, 이들이 생각하는 공부의 효용은 무엇일까? 2학기가 시작된 9월 2일,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좌담회에 모인 이들이 방송대 신·편입생에 전하는 진솔한 이야기와 공부 방법에 귀 기울여 보자.     


방송대에 입학해 졸업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도, 다른 학과에서 공부를 이어가는 이유가 있을까요?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걸 21일 동안 반복하면 습관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공부도 습관이고 관성이어서, 안 하면 허전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져요. 물론 공부하면서 얻는 즐거움과 쾌감, 성취감과 작은 성공들로 스스로 성장해가는 걸 즐기는 행복이 훨씬 크고요.
중독 가운데 가장 긍정적인 중독이 공부 중독이에요. 방송대 첫 학과인 관광학과를 졸업한 후 점점 공부에 흥미를 느꼈죠. 공부 영역을 넓히기 위해 공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학과 공부로 이어졌어요.

 

두 번째 학과부터는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세요?

스트레스로 당뇨 진단을 받고 약을 먹으면서 음식에 대한 절제가 필요해졌어요. 음식에 관심이 많아 당시 생활과학부(식품영양학 전공)를 선택했죠. 또 손자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보육교사 공부를 위해 가정학과에도 편입했고요. 대학원에서 농업생명과학과를 졸업하고는 자격증을 취득해 산림치유지도사로 일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저한테 학과 선택 기준은 첫째는 자격증, 둘째는 자격증과 관련된 공부, 셋째는 원하는 공부 순이에요. 나이 들어서 활동하려면 자격증이 매우 중요하거든요.
저는 그때그때 관심이 가는 학과를 선택하고 있어요. 생물·화학을 좋아해서 환경보건, 식품영양학을 선택했고, 일본 드라마를 즐기다 보니 일본학과에 입학하기도 했죠. 22개월 된 아기를 키우고 있어서, 육아에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에 유아교육과에도 편입했습니다.

 

고등평생원격교육기관인 방송대의 특징은 ‘유비쿼터스’.

말 그대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다. 휴대폰과 인터넷만 있으면

어디서든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온라인에 강한 대학이지만,

오프라인 모임도 활발하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스터디와 학생회다.

학과별로 수십여 개의 스터디가 자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방송대 공부에 적응하려면 스터디나 학생회 활동이 정말 중요한가요?

꼭 스터디에 참여하시기를 권합니다. 개인적으로 제 형이 전국총학생회장일 때 3년 정도 정책국장으로 일했어요. 매달 전국 지역대학을 돌면서 1학기에는 글쓰기, 2학기에는 대학영어 특강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했죠. 특히 주말에는 새벽에 KTX를 타고 가서 6시간 넘게 강의를 하고 밤늦게 기차를 타고 귀가했어요. 그런데 몸은 힘들어도 제 강의를 열심히 들으시던 학우님들의 눈동자를 잊을 수가 없어요.
저는 스터디에 참여해본 적이 없어요. 방송대 말고도 다른 학교를 동시에 다니는 경우가 많아서 스터디에 참여할 물리적 시간이 없었다는 게 첫 번째 이유고요, 두 번째로는 저 혼자 공부해도 큰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대신 대학원 다닐 때는 세미나 등 학과 행사에서 학술 논문을 읽고 해당 논문의 개선점을 지적하거나, 번역물을 발표하는 등의 활동을 했죠.
전 지금 인천지역대학 총학생회에서 교무부회장으로 봉사하고 있어요. 작년에는 스터디 팀장으로 학우들을 만났고요. 스터디나 학생회를 하고 안 하고는 본인의 선택 문제입니다만, 여건이 된다면 중심에서 더 능동적으로 학창 시절의 여러 추억과 의미를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스터디 찾는 방법으로는 일차적으로 학과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는 것입니다. 거기서 명단을 작성해 그 자료로 각 학우의 일정에 맞는 스터디팀을 결성하거든요. 혹시 OT에 참석 못하셨어도, 지역대학 학생회에 연락하면 연결될 수 있어요.


‘공부의 달인’이신데요, 나만의 공부법이라고 할까요? 학습 팁 하나씩만 전수해주시죠.

가르치면서 하는 거예요. 가르칠 사람이 없으면, 한 사람이 옆에 있다고 가정하고 설명하듯이 이야기하면서 공부하는 거죠.
듣는 게 머리에 많이 남더라고요. 외우기보다는 이해하려고 하는 편이고요 이해하고 나면 잘 들려요. 강의를 듣고 나서 책을 보는 편입니다.
과목별로 공부 스타일이 다르지만, 어학은 반복이에요. 단어 암기를 비롯해 학습 분량이 많아서, 타 학과와 비교하면 열 배는 더 노력해 반복 학습하는 게 중요해요.
저는 여기 다른 분들처럼 학점이 좋아서 상 받아본 적이 없어요.(웃음) 오로지 졸업이 목표였는데요. 교과서에 밑줄 긋고 필기하는 분들이 많으신데, 저는 교과서가 깨끗해요. 대신 여러 번 읽는 게 제 나름의 공부법입니다. 책에 중요도 등은 표시하지 않지만 여러 번 통독하는 거죠.

 

누구나 슬럼프를 겪습니다. 다학과 경력의 재학생은 슬럼프 극복 방법도 남다를 것 같습니다.

방송대에 등록하고 첫 학기에 중도 포기하는 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저 역시 첫 학기에 일하면서 공부를 병행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누구나 처음 한 달은 열심히 공부합니다. 그러다 공부하기 싫은 유혹에 빠질 수 있어요. 이럴 때 저는 「學問之道無他 求其放心而已矣(학문지도무타 구기방심이이의」라는 맹자의 말을 되새깁니다. 학문의 도는 다른 것이 아니라 그 해이해진 마음을 바로잡는 것이란 뜻이에요. 저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공부합니다. 그렇게 방송대에서 첫해를 보내고 나니 그 후부터는 슬럼프가 와도 잘 극복할 수 있더라고요.
영문과 4학년 때, 학습지 회사에서 일했어요. 영어를 가르치면서 공부를 병행하려니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때 저를 잡아준 친구가 아니었더라면 아마 저는 공부를 중단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1998년에 만나 벌써 20년이 넘게 교제하고 있는, 그때 그 친구는 대학원 동기기도 하고요. 지금도 감사한 마음이죠. 이렇듯 각별히 챙겨주는 친구가 있다면 가장 좋은 슬럼프 극복 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봐요.
공부하느라 지인 결혼식이나 부모님 생신에 참여하지 못할 때면 ‘내가 무슨 영화를 보려고 이렇게 사나?’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시험 기간에 아기가 아프면 ‘절실한 것도 아닌데 계속 공부를 해야 하나?’는 생각이 들죠. 이런 고비가 있을 때마다 그걸 넘기고 12년을 쉬지 않고 공부해 왔어요. 누가 인정해 주는 건 아니지만, 제 학력에 만족하고, 자부심을 갖게 됐어요. 연세 많은 분들이 공부하신다는 기사를 볼 때면 올해 마흔넷인 저 자신에게 많은 자극도 되고요.
공부를 시작하고 슬럼프는 없었어요. 제가 스트레스가 많았을 때 공부를 시작했거든요. 공부로 스트레스를 풀었던 거죠. 공부하면서 몰입하게 되고, 그러면 다른 생각이 안 나거든요.

 

진로와 취업을 위해 하는 공부는 그 쓰임이 즉각적이다.

하지만 지적 성숙, 앎의 즐거움을 얻기 위해 하는 공부는

대적으로 기간도 길뿐더러, 그 효용의 정도를 측정하기도

쉽지 않다. 짧게 한다면 2년이면 될 방송대 학위 과정인데,

어렵게 마치고 또 다른 학과로 옮겨 십수 년째 공부하는

이들의 속마음이 궁금했다.

 

방송대 여러 학과를 졸업하면서 얻은 공부가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나요?

저는 방송대에서 공부를 시작하고 자격증을 취득한 후 취업해 활동하고 있어요. 자격증 하나하나가 전부 쓰이는 건 아니지만, 여러 개를 취득하다 보니 그중 하나라도 쓰게 되는 거죠. 중년이 돼 시작한 공부가 내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계속 공부하면서 내가 가치 있는 사람임을 느끼게 됐고, 잘하는 일을 찾게 됐으며, 함께 어울리면서 삶이 풍성해졌죠.
공부의 유용성은 그야말로 끝이 없어요. 저는 공부(지식)는 누가 훔쳐 갈 수도 없는 가장 안전한 자산이며 ‘돈’이라고 생각해요. ‘지식이 돈이다’라고 늘 외치며 살죠. ‘돈’은 ‘자유’잖아요.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게 해주고, 하고 싶지 않은 걸 하지 않아도 되게 하는 자유요. 그 자유는 곧 행복이니까요. 행복은 우리 모두가 평생 추구하는 ‘가치’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공부를 사랑해요. 그리고 실제로 공부는 삶에서 당연히 그 돈과 자유, 행복이라는 달콤한 녀석과 직선으로 연결해 주거든요. 그래서 공부를 하지 않고는 못 사는 겁니다.

 

계속해서 공부하는 힘의 원천이 궁금합니다.

제가 계속해서 공부하는 힘의 원천은 뚝심과 호기심입니다. 저는 IQ가 높지 않아서 중학교 때 공부한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공부를 안 하면 머리가 화석이 될 것 같아서 뭐든지 뇌에 쑤셔 넣기로 작심했어요. 또 저는 새롭고 신기한 것을 접하고 탐구하는 데 취미가 있습니다. 그렇게 공부하다 보니 박사를 포함해 열 개의 학위도 취득하고 타로 1급 심리상담사, 바리스타 자격증을 포함해 9개의 자격증을 취득했거든요. 펜을 놓는 날까지 공부는 계속하려고 합니다.
저는 취미라고 할 만한 것이 없는 사람이고 활동적이지도 않아요. 어려서부터 새로운 것을 아는 것이 즐거웠는데, 20대에는 공부도 지겨워지더라고요. 그러다 30대가 되면서 다시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어요. 일본학과 선배들과 번역에 참여했던 책이 ‘세종도서우수도서’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즐거움, 배워서 알게 되는 즐거움이 계속 공부하는 힘의 원천이죠.
성장을 꿈꾸는 마음인 것 같아요. ‘나는 날마다 모든 면에서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가 제 좌우명이거든요. 주태홍 시인은 “결코 아는 자가 되지 말고 언제까지나 배우는 자가 되어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언제나 활기에 넘치고 열정적으로 빛이 난다”라고 했어요. 저 역시 죽는 날까지 공부할 계획입니다.
알고자 하는 욕망인 것 같아요. 공부는 하면 할수록 모르는 부분이 많아지더라고요. 그리고 아들과 손주들에게 자극이 되고 싶기도 해요. 공부하는 엄마, 할머니로 기억되고 싶은 소망입니다.

 

방송대 공부는 마라톤처럼 긴 레이스입니다. 올해 신·편입생에게 ‘이것만은 놓치지 말라!’고 조언하신다면요.

지금은 코로나19 시대죠. 온라인이라도 꼭 스터디에 참석하세요. 그리고 방송대를 무사히 마치려면 삼심(三心)이 필요합니다. 1학년 때는 ‘초심’으로 노력하고, 2학년 때는 ‘열심’으로, 3, 4학년은 ‘뒷심’으로 가는 거죠. 단지 학위 취득이나 성공을 위한 공부가 아닌 성장을 위한 공부에 힘쓰시길 바랍니다. 무심히 공부하면 무심히 얻어져요!
제 주변에도 제가 공부하는 것 보고 방송대가 아무것도 아닌가 보다 하고 도전했다 제적당한 이들이 꽤 돼요. 하지만 학위 하나 따는 게 어렵지 따고 나면 가속도도 붙고 요령도 생깁니다. 다만 코로나19 시국에 과제물을 미리미리 안 하면 후에 과제물 폭탄을 맞을 수 있으니 조금씩 준비하시면 좋아요. 그리고 저처럼 아기 키우며 일도 하면서 공부하는 엄마들을 응원합니다!
그냥 즐기세요. 학위를 딴다는 게 아니라 모르는 걸 아는 즐거움을 누리세요. 마음속으로 기준을 세우면, 그 기준을 넘으려고 마음이 스스로 노력해요. 내 기준을 넘을 때 성취감이 생기거든요. 그다음에는 더 기준을 높이 세우면 되겠죠? 일단 즐기세요!
정말 지식을 쌓는다는 건 즐기는 마음 습관이 중요해요. 성장하는 기쁨을 알아가는 게 가장 큰 기쁨이고요. 코로나19에 다들 어렵지만, 온라인으로라도 학우들과 연대해서 정보를 공유하고 어려움을 극복하세요!


2좋아요 URL복사 공유
현재 댓글 0
댓글쓰기
0/300

사람과 삶

영상으로 보는 KNOU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