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2020 방송대인 독서 분투기

『우리의 더 나은 반쪽』은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많이 알려지지 않은 책이기도 했지만, 내용 자체가 매우 논쟁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독서 분투기에 응모하면서도 수상에 대해 기대를 하지는 않았는데, 예기치 못했던 결과에 큰 기쁨을 느낍니다.


저에게 이 책을 읽는 것은 말 그대로 ‘분투’의 과정이었습니다. ‘남녀가 평등하다’(혹은 평등해야 한다)는 명제는 이제 보편적인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여성이 남성보다 근본적으로 우월하다는 주장은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오래된 통념 못지않게 불편하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이 책은 그 내용의 당위성을 떠나, 제 마음속에 감지되는 불편함의 의미에 대해 곰곰이 곱씹어보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아마도 그 불편함의 핵심은 제가 단지 생물학적 남성이기 때문이 아니라, 오랜 세월 스스로 부여해 왔던 남성으로서의 정체성이 손상당하는 느낌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이런 깨달음을 확장해서 지난 세월을 반추해 보니, 살면서 경험했던 내적 고통의 상당 부분은 생애의 한 단락에서의 경험을 보편적인 조건으로 잘못 설정한 채, 과거의 기준을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남은 생애에서도 여전히 붙들고 있었던 것에서 연유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움의 근본적인 목적 중 하나는 나에게 이미 존재하는 프레임을 단순히 정교화하고 강화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깨고 새로운 정체성의 형성을 돕는 데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특히나 장년에 들어선 남성으로서 새로운 정체성을 탐색하고자 하는 저에게 이 책은 큰 도전이자 중요한 도약대를 제공해준 고마운 책이기도 합니다.


이런 기회를 통해 의미 있는 독서의 경험을 제공해준 것에 더해,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과분한 칭찬까지 해주신 방송대 관계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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