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제44회 방송대문학상

1. 강아지 공주님
태양이와 저는 연년생 남매입니다.
저희 둘은 매일 싸우고 울고 혼나고 화해하는 게 일상입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학교에 가는 날이 일주일에 하루밖에 되지 않다 보니, 집에서 티격태격, 밖에서 투닥투닥이 더 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늘 붙어 다니다니, 정말 어쩔 수 없는 누나 동생입니다.

봄인가 싶었는데 금방 여름이 되었습니다.
놀이터에 가는 일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저희 집은 1층에 있기 때문에 현관만 나서면 바로 놀이터입니다. 오늘도 태양이와 놀이터로 나왔는데, 못 보던 작은 강아지가 산책을 나왔나 봅니다. 멀리서도 그 귀여운 몸짓이 우리를 부르는 것만 같았습니다. 태양이와 저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강아지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와! 너무 귀여워요! 만져봐도 돼요?”
“이름이 뭐예요? 몇 살이에요?”
숨도 안 쉬고 물어보는 저희들에게 강아지 주인은 미소를 머금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만져봐도 돼. 이름은 동동이고, 이제 5개월 된 아가야.”
우리는 동동이의 복슬복슬한 털을 만지다가 너무 예뻐서 사진도 찍었습니다.
“누나, 내가 찍을게.”
“아니야, 내 휴대폰이니까 내가 찍을 거야. 내가 더 잘 찍어.”
태양이와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내가 찍기로 했습니다. 연속으로 찍어도 모두 다 다른 모습으로 찍힐 것 같은 귀여운 강아지입니다.
“너희는 몇 학년이야? 이름은 뭐니?”
강아지의 주인인 아줌마가 우리에게 물어보셨습니다.
“저는 리원이고 4학년이에요. 얘는 제 동생 태양이고, 3학년이고요.”
“그렇구나. 너희는 서로 같이 놀아서 심심하지도 않겠다.”
“아니에요! 저희 맨날 싸워요. 제발 같이 안 다녔으면 좋겠어요!"
대답을 하면서도 저는 계속해서 동동이의 모습을 담기에 바빴습니다. 저만치에서 엄마가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저희 이제 가봐야 해요. 다음에 또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 헤어지기 싫다. 동동이는 연예인보다 더 멋진 것 같아요. 완전 공주님 같아요.”
털이 하얀 암컷 강아지에게 공주님이라고 하는 태양이의 말에 웃음이 터졌습니다. 어쩐지 동동이가 남자인 태양이에게 더 안아달라고 한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래, 나는 매일 산책시키러 나오니까 우리 다음에 또 만나자.”
“아~ 가기 싫어요. 동동이는 완전 개느님이에요. 너무 귀엽다!”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태양이를 겨우겨우 끌고 가면서 저도 인사를 했습니다. 
“동동아, 다음에 또 만나자. 자주 나와야 해~”
손을 흔들어 주시는 아줌마 그리고 동동이와 아쉬운 인사를 주고받으면서 우리는 뒤돌아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태양이는 동동이에게 얼굴을 비비며

좋아서 입을 크게 벌리고 웃었습니다. 수아와 저는

아줌마에게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한 후,

동동이 이모라고 저장했습니다.

아줌마라고 부르는 게 조금은 죄송스러웠거든요.

동동이를 내 동생이라고 생각하니,

이모라는 말이 저절로 쑥 나왔습니다.

 


2. 보들보들 포근해
그 후로 일주일 동안, 우리는 놀이터에 갈 때마다 동동이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놀이터 주변의 산책로까지 가봤지만, 동동이와 다시 마주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큰소리로 “동동아! 어디있니!” 하고 외치고 다니기까지 했습니다.
“도대체 동동이는 언제 산책 나오는 거야? 그 아줌마한테 전화번호라도 알려달라고 할걸.”
태양이는 아쉽고 섭섭한 듯 어깨가 축 처져 보였습니다.

그리고 또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저는 단짝 친구인 수아와 놀이터 옆쪽 산책로에 있는 운동기구 앞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신나게 수다를 떨며 장난치고 있던 그 순간, 제 눈앞에는 동동이를 산책시키고 있는 아줌마가 보였습니다. 저는 벌떡 일어나 아줌마에게 뛰어갔습니다.
“동동아~! 내가 너를 얼마나 찾았는지 알아?”
마치 헤어졌던 동생을 찾은 듯한 저의 모습에 뒤따라온 수아는 얼떨떨한 얼굴로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수아야, 얘가 바로 동동이야. 내가 말한 강아지가 바로 얘야. 정말 귀엽지?”
호들갑을 떠는 저를 바라보며 아줌마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셨습니다.
“오랫만이네. 리원이라고 했었지? 태양이는 어디있어?”
우리의 이름을 기억해주는 아줌마도 반가웠습니다.
“태양이는 저쪽에서 놀고 있어요. 저 혼자 동동이 만났다고 하면 울고불고 화낼텐데.”
“그럼 태양이도 이쪽으로 오라고 해.”
수아는 어느새 동동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귀엽게 생겼다. 털이 구름같이 폭신하다.”
수아가 동동이를 쓰다듬고 있는 동안 제가 큰소리로 태양이를 부르자 태양이가 친구와 함께 달려왔습니다.
“어! 동동이다! 동동아~ 내가 너를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
태양이는 거의 울 듯하며 동동이에게 다가가서 안았습니다.
“보들보들하고 폭신한 동동이를 안고 있으니까 완전 행복해요!”
태양이는 동동이에게 얼굴을 비비며 좋아서 입을 크게 벌리고 웃었습니다. 수아와 저는 아줌마에게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한 후, 동동이 이모라고 저장했습니다. 아줌마라고 부르는 게 조금은 죄송스러웠거든요. 동동이를 내 동생이라고 생각하니, 이모라는 말이 저절로 쑥 나왔습니다. 친절한 아줌마, 아니 동동이 이모는 다음에 산책 나갈 때 연락을 주기로 하고 동동이와 함께 산책로를 따라 걸음을 옮기셨습니다.

수아와 저는 연락을 기다릴 인내심보다 먼저 연락할 용기가 더 많았나 봅니다. 동동이 이모에게 문자로 동동이 사진을 보내 달라고 하고, 전화로 지금 나오시면 안 되냐고 묻기도 하고, 통화가 안 되면 열 번이라도 계속해서 전화를 걸었습니다. 드디어 통화가 되어 이모와 만날 시간과 장소를 정하자, 수아가 말했습니다.
“우리 편의점에서 이모 커피랑 동동이 간식 사서 가자.”
“그래! 좋은 생각이야. 그럼 우리 반씩 돈 모아서 같이 사자.”
우리는 커피와 강아지 간식용 육포를 산 후 지난번 만났던 운동기구 앞에서 기다렸습니다. 곧 이모가 빨간색 산책줄을 맨 동동이와 함께 나타나셨습니다.
“안녕! 너희 주려고 냉동실에 있던 아이스크림 3개 가지고 나왔어. 태양이는 지금 없으니까 집에 가서 줘. 이건 녹아도 다시 얼리면 되거든.”
동동이 이모도 우리를 생각해서 아이스크림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우리는 강아지 이야기, 수아와 단짝이 된 이야기, 학교 이야기, 학원 이야기 등 여러 가지 얘기를 함께 나눴습니다.
“수아는 중학생 언니가 있어서 좋겠네.” 이모의 말에, 수아는 “언니라는 지옥이 있다는 건 언니 없는 애들은 몰라요.”라고 한숨을 내쉬며 대답합니다. 저는 말 안 듣는 말썽꾸러기 남동생보다는 저를 챙겨주는 언니가 더 좋을 것 같은데, 수아는 언니가 다 결정하고, 자신을 간섭하고 무시하는 게 싫은가 봅니다.
“나는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이 한 명 있는데,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동안에 너무 외로워해서 4월에 강아지를 입양하게 되었어.”
동동이 이모가 말씀하십니다. 이모 아들도 우리와 같은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네요. 다음에 만날 때는 강아지를 훈련시키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수아가 눈빛을 반짝입니다. 친구네 강아지를 통해 배웠다나요? 태양이 없이 우리끼리 동동이를 독차지 한 기분이 들어서 왠지 더 재미있고 신났습니다.

3. 수아의 거짓말
누나들끼리만 동동이를 만나고 자신은 부르지 않았다며 울며 따지는 태양이는 제가 나갈 때마다 귀신같이 알고 따라 나섭니다. 매일 만나는 수아와 말 안 해도 아는 우리만의 만남의 장소로 갔습니다. 마스크 때문에 수아의 얼굴이 전부 보이지는 않았지만, 약간 시무룩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우리 엄마가 동동이 이모한테 연락하지 말래. 어른한테 자꾸 연락해서 귀찮게 하는 거 아니라고 혼났어. 그리고 나보고 아이스크림 주면 모르는 사람도 따라가겠다면서 비꼬는데, 엄마가 동동이 이모를 유괴범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나 봐.”
“어? 동동이 이모는 나쁜 사람 아닌데… 너희 엄마가 오해하시나 봐. 우리 아파트 주민이고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도 있다고 말씀드려.”
“우리 엄마는 무섭다고 지하주차장에도 혼자 가지 말라고 하시잖아. 겁이 많으시니까 뭐든지 의심하는 것 같아.”
저는 수아의 말을 들으면서 왠지 동동이와 멀어지게 될까 봐 두려워졌습니다. 수아 엄마의 오해 때문에 앞으로 동동이를 못 만나게 되면 어떡하지?

누리 온라인 수업도 챙기시랴, 퇴근할 남편분 저녁거리도 준비하시랴 할 일이 많으신지 전화를 여러 번 해야 겨우 통화가 되는 동동이 이모에게 오늘도 시간이 있는지 여쭤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항상 동동이 이모의 목소리를 듣게 되면, 만나고 싶은 마음에 “시간 있으세요?” 대신에 “지금 나오세요!”라고 말하게 됩니다. 그래도 귀찮다거나 버릇없다고 하지 않으시고 기꺼이 나와주시는 동동이 이모가 고맙게 느껴집니다.
오늘은 태양이가 친구네 놀러가기로 한 날이라서, 수아와 둘이서만 나갑니다. 태양이 없이 가려니까 홀가분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마음이 여러 가지입니다. 우리가 ‘제1의 장소’라고 이름 붙인 운동기구 앞에서 동동이와 이모를 만난 후에, 동동이를 걷게 하려고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인라인장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에 보이는 102동이 바로 수아네 아파트입니다. 수아네에서 내려다보면 인라인장이 훤히 보입니다. 막 인라인장에 도착해서 등나무 의자에 앉았는데, 갑자기 수아의 휴대폰이 울립니다.
“어? 우리 엄마다. 동동이 이모, 죄송한데 혹시 지금 온 길 반대쪽으로 동동이랑 가주실 수 있어요? 우리 엄마가 이모랑 있는 것 알면 저 또 혼나거든요.”
같이 있으면 혼날 것 같다는 수아의 다급한 말에 동동이 이모는 급히 동동이를 데리고 자리를 일어났습니다. 이모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아 보이는 것이 신경 쓰이기도 하고, 동동이와 놀지도 못하고 이대로 보내는 게 아쉽기도 해서, 저는 이모를 따라 걸었습니다. 수아가 통화하는 소리가 점점 작게 들립니다.
“엄마, 나 어디냐고? 여기 놀이터지. 누구랑 있냐고? 리원이랑 있지. 엄마 왜 자꾸 물어봐? 나 못 믿어?”
동동이 이모의 표정을 살펴보니 수아가 거짓말을 하는 것에 대해 기분이 언짢으신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수아를 생각해서 반대편 산책로로 나가십니다.
“리원아, 수아에게 엄마께 거짓말하면 안 된다고 전해줘. 잘 설명드려서 허락을 받으면 되는데, 이모는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만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
“알겠어요, 이모. 수아에게 전해줄게요.”
저는 왠지 죄송한 마음으로 인사하면서 아쉽게 동동이와 이모를 보냈습니다.

4. 휴대폰도 없고 만날 수도 없고
숙제하다가 심심해서 수아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음성이 들립니다. ‘왜 꺼놨지? 배터리가 다 되었나?’ 궁금함을 눌러놓고 이따가 학원에 갈 때 만나서 같이 가니까 그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드디어 출발할 시간이 되어서 집을 나섰습니다. 수아와 제가 만나는 장소인 돌계단 앞 나무의자에 앉자마자 바로 앞에서 수아가 터덜터덜 느리게 걸어오는 것이 보입니다. 저는 벌떡 일어나 수아 쪽으로 먼저 다가갔습니다.
“수아야, 왜 전화기 꺼놨어? 아까 전화하니까 꺼져있더라.”
“나 전화기 뺏겼어. 엄마가 나 거짓말한 거 아시고 그 벌로 일주일간 전화기 쓰지 말래.”
“뭐라고? 어떻게 아셨는데?”
“그때 동동이 이모랑 같이 있는 것을 엄마가 아파트 창문으로 다 내려다 보고 계셨대. 내가 너랑 둘이서 놀이터에 있다고 했었잖아. 엄마가 왜 거짓말을 하냐고…….”
“엄마가 괜히 쓸데없이 걱정하실까 봐 그런 거잖아.”
“엄마는 부모님한테까지 거짓말하는 건 진짜 나쁜 거라고 하면서 혼내셨어.”
“그랬구나. 그럼 앞으로 동동이 이모랑 만나는 건?”
“만나지 말래. 그때 얘기한 것처럼 오해하시는 것 같아.”
“하아~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지? 동동이가 보고 싶으면 창문 앞에서 동동아! 하고 불러야 하나?”
저는 수아가 휴대폰을 뺏긴 것보다 앞으로 동동이를 만나지 못하게 될까 봐 더 마음이 어두워졌습니다. 

 

“이모! 강아지 좀 잡아주세요!”
때마침 수아 엄마가 그 장소를 지나가고 있던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수아 엄마는 무거운 장바구니를 손에서 내려놓지도 않은 채,

전력질주로 뛰어 내려오는 동동이가 바로 앞을 지나갈 때,

아주 가볍게 오른발로 강아지 목줄을 정확하게 밟았습니다.

동동이는 더는 앞으로 뛰어나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5. 동동이를 잡아라!
단짝인 수아의 엄마가 동동이 이모에게 연락하지 말라는데, 제가 연락할 수도 없었습니다. 저와 수아는 늘 붙어다니는데, 제가 연락해서 동동이를 만나게 되면 수아도 같이 만나게 될 것이고, 그러면 수아는 엄마께 약속을 안 지켰다고 또다시 혼이 날테니까 말이에요. 

시간이 금방 지나가서 벌써 7월도 한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로 누가 같은 반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등교하는 날이 적었기 때문에, 곧 다가올 방학이 신나지도 않고 기다려지지도 않습니다. 태양이가 아까부터 쭈볏쭈볏 하면서 제 주위를 맴돌더니, 제 눈치를 보는 것처럼 표정을 살핍니다.
“야, 너 나한테 뭐 할 말 있어?”
“어, 누나, 있잖아… 나 동동이 이모 전화번호 알려주면 안돼?”
평소 같았으면 눈을 흘기거나, 꿀밤을 먹이거나 했을텐데, 오늘은 태양이의 말이 정말 한줄기 태양처럼 느껴졌습니다.
“바로 그거야! 태양아, 네가 연락하면 우리 모두 동동이랑 만날 수 있어!” 저는 얼른 태양이에게 동동이 이모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었습니다. 엄마가 일하시는 날도 있어서 3학년인 태양이도 자신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었거든요.

태양이가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동동이 이모에게 같이 산책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 나서 우리는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동동이 이모도 집에서 아홉살짜리 아들의 온라인 수업과 숙제를 챙겨주시느라 바쁘실테니까 전화보다는 문자로 여쭤보는 게 나을 것 같았습니다. 지난 번에 그렇게 보내드려서 죄송하고 조심스러운 마음도 있었구요. 답장을 기다리면서 책상 위에 세워둔 모래시계가 다섯 번은 물구나무를 섰다가 제자리에 다시 서기를 반복한 후에, 드디어 기다리던 답장이 왔습니다.
“와! 동동이 이모가 10분 후에 놀이터에 나오시겠대! 아, 드디어 동동이를 다시 만나는 거야? 내가 오늘 진짜 많이 놀아줄 거야!산책도 내가 다 시켜줄 거야! 신난다!”
태양이는 얼마나 신이 났는지, 들떠서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작은 입이 따라가 주지를 못하는 것 같습니다. 발음이 다 새는 바람에 치아 사이로 침은 잔뜩 나오고, 말은 겨우겨우 삐져나오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우리는 마스크를 쓰고 신발을 재빨리 찾아 신은 후 놀이터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에 아파트 후문 계단에서 수아네 엄마가 장바구니를 들고 올라오시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뛰어가서 수아 엄마께 수아가 집에 있는지 여쭤보았습니다. 그리고 수아에게 놀이터로 나오라는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다시 놀이터 쪽으로 달려가는데, 멀리서 “거기 서! 뛰지 말고 멈춰! 이리와, 동동아! 이리 오라니까!” 하는 다급한 외침이 들렸습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놀이터로 내려오는 언덕에서 강아지 목줄을 손에서 놓친 동동이 이모와 아들 누리가 땀을 뻘뻘 흘리며 동동이 뒤를 쫓아 뛰어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동동이는 생애 처음으로 자유를 맛본 탈옥수처럼 신이 나서 전속력으로 뛰어 내려옵니다. 강아지가 발이 안 보일 정도로 달리면 치타만큼 빨리 달릴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와, 육상 선수 같다. 우사인 볼트보다 더 빨라. 올림픽 나가도 되겠네.” 태양이는 관중석에서 넋을 놓고 관람하는 것처럼 말했습니다. 저는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그 언덕은 차가 오가는 길이기 때문에 동동이를 발견하지 못한 차가 속도를 줄일 수 없다면……. 그 이후의 상황은 제 입으로는 차마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수아 엄마를 보고 저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외쳤습니다.
“이모! 강아지 좀 잡아주세요!”
때마침 수아 엄마가 그 장소를 지나가고 있던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수아 엄마는 무거운 장바구니를 손에서 내려놓지도 않은 채, 전력질주로 뛰어 내려오는 동동이가 바로 앞을 지나갈 때, 아주 가볍게 오른발로 강아지 목줄을 정확하게 밟았습니다. 동동이는 더는 앞으로 뛰어나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곧이어 동동이 이모와 누리가 달려왔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정말. 어머, 동동아, 너 이렇게 뛰어가면 어떻게 하니? 하아, 하아, 정말 감사드려요. 덕분에 강아지가 살았어요.”
동동이 이모가 가쁜 숨을 내쉬며 한 단어 한 단어 숨을 가쁘게 쉬며 말했습니다.
“우리 동동이는 정말 말괄량이예요. 여자 강아지인데도 용감하고 모험심이 많아요.”
옆에서 누리가 안심이 된 표정으로 밝게 말했습니다. 수아 엄마는 멋쩍은 표정으로 말씀하십니다.
“다행이에요. 마침 강아지가 제 앞으로 지나가서, 발로 목줄을 잡을 수 있었어요.”
수아 엄마가 동동이 이모와 동동이를 직접 만난 것은 처음입니다. 옆에 서 있던 귀여운 누리를 한번 보고, 동동이 이모의 인상좋은 얼굴을 한번 보고, 다시 한번 열심히도 꼬리를 흔들고 있는 하얗고 부드러운 동동이의 모습을 쳐다본 후, 수아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저희 수아가 말한대로 동동이가 정말 귀엽네요. 집에 가서 수아보고 놀이터로 나가라고 할게요. 저희 아이들과도 놀아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가슴과 코가 뻥 뚫린 기분이 들었습니다. 수아 엄마의 오해가 풀린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이제 마음껏 동동이를 만날 수 있겠지요? 물론, 누리가 숙제를 다해서 동동이 이모가 누리와 동동이를 데리고 나오실 수만 있다면요. <끝>

 

김경한  청소년교육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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