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제44회 방송대문학상

기쁘기보다는 부끄러움이 앞서는 시간입니다. 저는 무기수 수감자로서 만 22년 징역을 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속수무책, 감당이 되지 않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요. 이런 저를 드러내게 되어서 정말 두렵고도 미안한 일입니다.

 

누구를 원망하겠습니까. 고소해라, 참으로 어리석은 이여. 저의 인생을 설명하면 어리석음과 부끄러움, 이 두 단어가 해당될 것 같습니다. 어떠하겠습니까.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것을.

 

이 비루하고 비참한 삶이나마 긍정해야 했습니다. 조금의 희망이라도 발견하기 위해 시를 썼습니다. 울주 반구대에 암각화를 새긴 선사인의 심정이 이와 같았을까요.

 

좋은 시 한 편 쓸 수 있다면, 이런 소망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한 편의 시를 쓰기 위해서는 천 편의 시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시의 길뿐이겠습니까. 삶도 자유도 지난한 대장정입니다.
저는 어디쯤 왔을까요. 저는 시를 쓰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시는 무엇일까요, 작은 벌레조차도 연민하는 그 어떤 것.

 

그동안 인터넷 자료를 찾아주고, 손으로 시를 써서 밖으로 보내면 예쁜 컴퓨터 글씨로 옮겨준 조카에게 작은 선물 하나 마련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교정기관에 대학 분교가 설치되도록 애쓰신 분들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은 하늘이 좀 낮습니다. 모악산이 가깝습니다. 창살 없는 세상을 꿈꿉니다. 고맙고 미안합니다.

 

남택규 학우·국어국문학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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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isu***
    마음을 울립니다..!
    2020-10-22 23:22:14

사람과 삶

영상으로 보는 KN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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