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제44회 방송대문학상

예심을 거쳐서 제가 만나게 된 아홉 분의 작품이었습니다.

 

김현숙 님의 작품들은 한결같이 윤리적 입장이 시작점이 됩니다. 인간됨과 세계의 부조리함을 때로는 노엽게 때로는 날카롭게 응시하고자 하는 의지가 돋보였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급변하여도, 그래서 인간이 그 속에서 어떤 식으로 최적화될지라도, 인간다움에 대하여는 언제고 고쳐 생각하는 것이 문학의 태도라는 걸 한번 더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노수연 님의 작품들은 자신의 체험에서 자기 자신을 고달프게 바라보는 시선에 공감했습니다. 사소한 체험 하나하나가 쌓여 한 사람의 인생이 되어가는 현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다큐적 발상이 진솔하게 와닿았기 때문입니다. 문동혁 님의 작품들은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발상들을 출발로 삼고 있습니다. 그 자유가 읽는 이에게 시를 읽는 원초적 기쁨을 느끼게 합니다. 언어를 통한 신선함과 환기력과의 조우는 시를 읽는 데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시는 듯합니다. 박정주 님의 시는 참회의 자세가 시를 쓰는 원동력으로 읽혔습니다. 잘못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나의 잘못을 끝없이 바라보려는 의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삶에 대한 책임감으로 나아가는 자기반성과 그로 인해 가닿게 되는 선의가 아름답게 펼쳐졌습니다.

 

이강 님의 작품들은 타인이 나에게 선물해준 온갖 정서들을 꼼꼼하고 내밀하게 담아내었습니다. 타인에 대한 깊디깊은 애정이 없다면 불가능할 시도입니다. 타인에 대하여 끝없이 생각할 줄 아는 것, 그것은 시가 존재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이미옥 님의 시편들은 추억들로 영롱합니다. 영롱함이 전부일 리는 없는 우리의 누추한 추억들은, 선명하게 현재로 소환해내는 능력에 의하여 절로 영롱해집니다. 이일로 님의 오감이 동원된 시편들을 통해서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쳐왔던 순간들에 남다른 애착이 생깁니다. 인간의 감각은 인간을 생기있게 살게 하는 데에 큰 힘이 됩니다. 생의 감각에 깃든 생명력이 이일로 님에게 건네준 이야기들은 소중하게 교감됩니다.

 

이정미 님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라도 언어의 질감을 최대한 감각하게 해줍니다. 오차 없는 표현을 찾기 위해 애쓴 흔적과 문장의 리듬을 살리기 위해 한번 더 노력한 흔적이 매 시편들에 생기를 불어넣었습니다. 그중에 끝까지 할 말을 다 담아내어 마침내 감동을 자아내게 하는「울음의 질량」을 가작으로 선정합니다.

 

남택규 님의 시는 비범합니다. 생을 냉정하고도 온전하게 바라본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지혜가 탄탄하게 자리잡혀 있습니다. 말은 단 한 마디도 낭비하지 않고 진행됩니다. ‘벼린 언어’는 어떤 식으로 전개되는지, 읽는 이가 절로 느끼게 됩니다. 특히「칼 세이건, 리처드 도킨스, 그리고 나」는 인간에게 가장 최후에 남는 빛이 어떤 종류의 숭고함인지를 오래 생각하게 합니다. 많은 이들과 함께 이 숭고함을 교감하고 싶은 마음에 당선작으로 선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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