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제44회 방송대문학상

김가인 희곡 「약속」은 치매에 걸린 노부부가 자신들의 집에서 상대방을 처음 본 사람처럼 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치매를 앓고 있는 노부부가 서로를 몰라본다는 설정은 흥미로우나 이러한 상황이 다소 인위적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두 주인공의 내면적 갈등을 좀 더 심화해 그려냈다면 좋았을 것이다.

 

문채라의 희곡 「세이렌을 찾습니다」는 ‘대박 골프장’이라는 곳에 설치돼 있는 세이렌 동상의 실종 사태를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세이렌 조각상을 각자의 꿈을 상징하는 매개체로 내세운 것은 흥미롭지만 중심인물인 김윤주의 내면적 갈등과 외적 갈등이 치열하지 못하고 단면적으로 처리된 것이 아쉽다.

 

김성택의 뮤지컬 「나의 소원은…」은 안중근, 유관순, 이봉창, 윤봉길, 김구 등을 차례대로 등장시키며 이들이 일제에 저항했던 상황들을 나열하는 형식의 창작 뮤지컬이다. 독립정신과 애국심 고취라고 하는 주제의식과 메시지는 명확하나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입체적이지 못하고 평면적으로 처리된 것은 이 작품의 활력을 가로막는 원인이 됐다.

 

김기훈의 시나리오 「단 한 번의 기억」은 어머니가 치매에 걸린 사실을 모른 채 서로 모시지 않으려고 형제자매끼리 떠넘기다가 나중에야 어머니의 친구를 통해 알게 되어 딸이 모시는 이야기이다.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가 빠져 있고 각 신(scene)마다 공간이나 시간에 대한 소개가 없어 구체적인 장면을 떠올리기 힘들었다. 어머니에 대한 딸의 심경 변화에 설득력 있는 개연성이 부족했다.

 

김명의 시나리오 「악마의 미소」는 연쇄 살인범과 그를 잡기 위해 노력하는 형사들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주제의식이 모호하고 작가의 전지자적 시점 문장들이 자주 보였던 점이 아쉬웠다.

 

김영주의 시나리오 「소년 소녀를 만나다」는 불우하게 청소년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강표와 천소영의 비극적인 이야기이다. 두 주인공의 내면적 고통이 어디에서부터 유래했는지 모호하게 처리돼 있어 작품의 메시지를 알기 힘들었다.

 

이명근의 시나리오 「가족」은 AI 로봇을 소재로 하여 가족의 의미를 밝히고자 한 작품이었지만 상황의 개연성이나 플롯의 인과성이 다소 자연스럽지 못해 공감하기는 어려웠다.

 

응모한 시나리오들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장르적 장치들이나 표현 기법, 그리고 작품의 메시지 구축 등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따라 희곡 작품인 김가인의 「약속」과 문채라의  「세이렌을 찾습니다」 두 편을 최종까지 살펴봤다.  약속은 극중 상황 설정이 다소 작위적이라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극적 반전 기법을 통해 등장인물들이 처한 상황을 효과적으로 표현한 작품이었다. 김가인의  약속을 당선작 없는 가작으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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