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어떤 아이돌의 추락

Paul Klee(1879~1940), 「Gespenst eines Genies(Ghost of a Genius)」, 골판지 위에 수채와 유화, 35.4×50cm, 1922.

“색은 우리의 생각과 우주가 만나는 장소다.”라는 명언을 남긴 스위스 태생의 화가(국적은 독일) 파울 클레는 1921년부터 10년간 바우하우스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1931년에는 뒤셀도르프에 있는 미술학교의 교수가 됐지만, 나치에 의해 독일에서 추방당한 경험을 했다. 히틀러는 그를 가리켜 ‘타락한 예술가’라고 비난했다. 클레는 표현주의, 입체파, 초현실주의 등의 영향을 받아 기하학적 세계를 완성했다. 형태보다도 형태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이 형태의 형성 과정을 추적해 어떤 미적 체험에 이르도록 했다는 평을 받는다. 기괴하게 큰 머리와 눈, 푸른색의 눈동자, 좌우대칭을 이루는 몸, 그러나 이것은 아직 완전한 형태가 되지 못하고 있다. 클레가 이 그림의 제목을 ‘한 천재의 유령’이라고 명명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바로 이 ‘기괴한 불완전성/불안정성’을 꼽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 한국 대중문화의 한 부분에서 균열을 일으키고 있는 ‘아이돌의 추문’은 우리 시대의 기괴한 불완정성/불안정성을 그대로 노출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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