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화제의 신간

치매는 일상 속에 깊이 들어와 있는 질병이다. 여기 두 사례가 있다.


사례1. 대학에서 은퇴한 A교수는 70대 초반 어느날 출근길에 목적지를 찾지 못하고 다른 길을 맴돌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바로 갓길에 차를 세웠다. 그는 곧장 대학병원을 찾아가 진료를 받고 치매 초기증상임을 알게 됐다. 두 달 동안 병원에 입원해서 집중 검사와 치료를 진행한 뒤 지금까지 꾸준히 관리하고 있다.


사례2. 자영업을 하다 은퇴한 B사장은 사회생활에 소극적이었다. 집과 한강변을 오가는 단조로운 생활이 전부였다. 80대 초반 어느날 말수가 줄고 행동이 어눌해져서 병원을 찾았더니 치매 치료를 안내했다. 그러나 그는 치료를 거부하고 평소 습관을 유지했다. 그는 1년 정도 지상의 시간을 살다가 운명했다.


100세 시대라고 말하지만 100년의 시간을 온전하게, 건강하게 살다가기란 어려운 일이다. 위의 두 사례에서 보듯 인생 후반에 치매 발병은 드문 일이 아니다. 요양병원 장기 입원 고령 환자 가운데 치매를 앓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렇게 가까운 가족, 특히 연로한 부모님이 이런 질병을 앓고 있다면 어떨까? 치매는 나와 무척 가까운 거리에 있는 질병이지만 의외로 치매에 대한 일반적 이해는 낮은 수준이다.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명예교수인 피터 V. 라빈스는 1978년부터 이 대학에 재직하면서 노인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수립했고, ‘알츠하이머병을 위한 리치맨 패밀리 교수직’에 최초로 임명됐다. 주로 치매 환자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연구에 매진해 왔다. 방송대출판문화원 교양도서 브랜드 ‘지식의날개’가 펴낸 『존스홉킨스 의대 교수의 치매 일문일답』은 그의 전작 『36시간 길고도 아픈 치매가족의 하루』와 함께 치매 환자를 둔 가족들에게 따뜻한 위안을 건네는 진솔한 책이다.


이 책은 네 가지 주제를 주로 다뤘다. △치매를 야기하는 질병에 관한 정보 △치매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치매 증상을 관리하는 방법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의 심리적·육체적 행복과 안녕을 개선하기 위한 조언 △최근에 나온 연구 성과에 관한 요약 등이다.


40년간 환자와 보호자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 97가지를 선정해 쉽고 간결하게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해 쉽게 잘 읽힌다. 노화에 따른 일반적인 기억력 감퇴와 초기 치매는 어떻게 구분하는지, 치매는 유전인지, 운동이나 식단관리로 예방할 수 있는지, 치료법 개발은 어느 수준까지 도달했는지 등 성인 독자라면 누구나 궁금해 하는 내용부터, 치매 환자의 약 복용, 수면 문제, 화장실 사용, 감정 관리, 요양시설 입소 등 환자와 가족이 흔히 겪을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친절히 안내한다.


질병에 관한 책은 언제나 그렇듯 환자들에게 희망을 갖게 한다. 그러나 이 책은 ‘희망’보다는 돌봄의 윤리를 환기한다고 하는 게 적확할 듯하다. 저자 역시 ‘독자에게 알림’을 통해 “이 책은 의학적, 법적 자문을 위한 책이 아니므로 이 책의 내용만을 바탕으로 의학적 치료나 법적 처리가 이루어져서는 안 됩니다. 치료의 계획은 당사자와 담당 의사 간, 혹은 권한을 받은 대리자와 담당 의사 간 대화를 통해 수립되어야 하며, 이 책은 그러한 대화를 돕기 위한 용도입니다”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 책을 추천한 박건우 고려대 의대 신경과 교수(대한치매학회 이사장)는 “치매에 대해 딱히 권할 만한 책이 없었다. 어려운 의학용어가 가득한 책들은 당장의 실질적 도움을 구하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적절하지 않고, 인터넷의 정보는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잘못된 권유를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에 담긴 치매에 대한 97개의 질문과 답은 답답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유용하고 믿을 만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특히 치매 어르신을 모시고 있는 보호자에게 적극 권한다”고 말한다.


대형 온라인 서점 리뷰란에 달린 독자의 글 하나가 인상적이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6장, 치매 환자의 가족들과 나눈 일문일답이었어요. 바람을 피운다고 의심하고, 도둑질한다고 의심하고, 죽은 사람을 살았다고 착각하는 환자의 곁에서 가족은 얼마나 힘이 들까요? 치매 환자와 가족을 40년이 넘게 치료하던 의사 선생님은 이 책을 쓰면서 혼란을 겪는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었을 것입니다.”(예스24 ‘khj2600’의 글 중에서)


5좋아요 URL복사 공유
현재 댓글 1
댓글쓰기
0/300
  • chye***
    2021-03-11 00:19:57

사람과 삶

영상으로 보는 KNOU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