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장웅상의 공부야, 놀자

25년 전 나의 첫 직업은 보습학원 강사였다. 석사과정 학생이다 보니 공부를 하면서 돈을 벌고, 시간과 지역 등을 선택할 수 있는 학원 강사 자리를 구하기로 했다. 다행히 전공이 영문학이라 학원 강의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학생들 마음에 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수강료를 내고 듣는’ 수업이라 강사에 대한 수강생들의 평가는 야박할 정도로 엄정했다. 수업 중 공부만 강요해 지루하면 안 되고, 선생이라고 일방적이면 더더욱 안 됐으며, 졸리지 않게 재미있어야 하고, 특히 실력이 없으면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중학생들이지만 보는 눈은 무척 예리했다. 학생들은 첫 시간부터 어려운 질문으로 실력을 간보기도 한다. 어리바리한 만큼 매사 준비성 하나는 뛰어난 나는 수업을 앞두고 엄청난 노력을 했다. 강의실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예상 상황별 시나리오를 서너 개쯤 상정하고 강의를 구성했다.  다행히 수업은 대체로 무사히 진행됐다. 이런 강의에 나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이 있다. 남보다 머리가 나빠 이해력이 부족한 탓에 어릴 때부터 ‘박박 긴’ 내 공부법은 낮은 클래스 사람들의 눈높이를 잘 맞춘다. 이 수업에서 그 탁월한 장점을 발휘했다고나 할까. 평상시에는 말이 어눌하고 처음 본 사람 앞에 수줍어하는 성격이지만, 이상하게 강단에만 서면 신들린 듯 말이 술술 나오는 내 성격도 한몫했을 것이다. 아무튼 첫날부터 수업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고 문틈으로 참관했다는 원장님 말씀이 있었다. 그러나 아이들도 탐색을 늦추지 않고 틈만 나면 아주 어려운 질문을 준비해왔다. “선생님 영어 ‘enormous’가 무슨 뜻이에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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