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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의 경제분석과 정책 수립은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빅데이터에 기반한

세밀한 경제 현상 모니터링과 결과 중심의

머신러닝 모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20세기에는 조사, 실험을 통해 소수의 양질의 데이터를 얻고, 이를 이론 또는 규칙을 이용한 통계분석 방법을 적용해 문제를 해결해 왔다. 체계적으로 설계된 절차에 의해 데이터가 구해졌고, 분석과정이 공정하다면 그 결과가 옳다고 생각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여론 및 정책조사, 품질혁신, 국가통계 작성 등 20세기의 사회, 경제 발전의 소프트 인프라를 구축해서 의사결정을 내려왔다.

 

21세기 들어서 스마트폰, 인터넷, 센서, SNS를 통해 품질은 떨어지지만 크고 다양한 데이터가 빠르게 축적·공유되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축적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추천시스템과 같은 머신러닝 모형의 도움으로 의사를 결정하고 있다. 머신러닝 모형은 인공지능의 일종인데, 입력 데이터로부터 뚜렷한 절차 없이 결론을 도출해가는 빅데이터와 답(레이블)으로 학습시켜 만든 모형이다.

 

머신러닝 모형은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설명할 수 없지만, 그 예측 결과가 통계모형보다 획기적으로 좋다. 머신러닝을 이용한 바둑과 기계번역의 예를 보면 이를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바둑 경기에서 어떤 기사가 둔 수가 기존 바둑 기보에서 전혀 볼 수 없던 이상한 수였어도 결과적으로 그 선수가 경기에서 이겼다면 그 수는 좋은 수로 판단한다. 기계번역에서 외국어 문장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이를 우리말로 번역한 문장이 그럴듯하면 그 기계번역은 좋은 번역이라고 생각한다.

 

21세기 들어서 나타난 데이터의 성격과 판단모형의 변화는 그동안 옳다고 생각해왔던 좋은 데이터에 공정한 규칙 기반 통계모형을 적용해 얻은 결과가 최상이라는 우리의 판단 기준을 무너트리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2016, 2020년 미국 대선과 영국의 브렉시트(Brexit) 관련 여론조사가 실제 예상과 매우 달랐다. 또한 모토로라, GE 등 절차 중심의 품질혁신을 추구했던 기업들은 사라지거나 기존 방식의 사업모형을 버리고 있다.

 

경제분석도 규칙 기반 양질의 데이터를 이용한 통계 기반 빅데이터를 이용한 딥러닝 모형 기반으로 발전해 왔던 기계번역의 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의 경제분석은 사고실험을 통해 경제 현상을 수리적으로 표현해 설명하거나, 조사 기반 경제통계에 통계모형을 적용해 경제변수 간 인과구조를 만들고, 그 모형을 이용해 경제를 예측, 분석하는 것 중심이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시대의 경제분석은 경제활동 과정에서 구해지는 텍스트, 이미지, 센서 데이터 등 빅데이터로 경제 현상을 빠르고 세밀하게 모니터링하고, 머신러닝 모형을 이용해 경제 현상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방식의 경제분석은 기존 이론과 통계모형 중심의 경제분석과 정책 수립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것이다.

 

정책당국은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정책을 세우는데 그 정책(규칙)수가 지나치게 많으면 기계번역의 역사에서 보듯이 그 규칙 간 상충 작용과 쏠림으로 경제 문제가 정책 수립 때 생각했던 절차와 같이 해결되는 방향으로 가지 않고, 오히려 문제의 불확실성을 크게 할 가능성이 크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시대의 경제분석과 정책 수립은 절차를 누적하는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빅데이터에 기반한 세밀한 경제 현상 모니터링과 결과 중심의 머신러닝 모형을 통해 이뤄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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