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모어(Saint Thomas More)의 정치철학 소설 『유토피아』속 삽화로 그려진 유토피아 섬의 모습.
2021년, 본격적 ‘워라밸’ 시작
여성, 퇴근 후 가정으로 ‘출근’
제도 이용에 대한 실효성 의문
생애주기 맞춤형 지원 개발돼야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유토피아’. 이 단어를 일상적으로 쓸 때 우리는 ‘천국과 같은 이상향’ 정도의 의미로 이해하고 사용할 것이다. 그러나 이 단어는 16세기 영국의 대법관을 지낸 토머스 모어의 소설 제목이다. 유토피아(utopia)란 그리스어 ‘ou(없다)’ 혹은 ‘eu(좋다)’와 ‘topos(장소)’의 합성어다. 그래서 유토피아의 뜻은 ‘이 세상에 없는 좋은 장소’로 파악하면 된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이 세상에 있는 좋은 장소’를 늘 추구해왔다.
이러한 지향은 ‘어떻게 사는가’라는 삶의 질과 관련되어 있다. 또 삶의 질은, 노동 시간 이외의 여가 시간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된 OECD의 통계(2017,「Better Life Index」)에 의하면, 조사대상 회원 38개 국가 중 우리나라는 ‘일과 삶의 균형’ 영역에서 35위를 차지했다. 우리 대학 지원자 중 ‘의료와 교육 전문직’을 제외한 직업인의 비율은 91.7%(2018년 기준)이다. 그래서 여가 시간에 공부를 하는 우리 학생들에게 ‘워라밸’은 중요한 이슈다.
시행 10년, 일ㆍ가정 양립에 관한 법률
‘워라밸’이란,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Work and Life Balance)를 줄인 콩글리시다. 이 단어를 쓰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지만, 이 의미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사회적으로 논의되어 법률제정에 영향을 미쳤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면서, 돌봄의 ‘짐’을 덜어주기 위한 육아휴직제도가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으로부터 시작되었다. 1995년에는 남성육아휴직을 법률로 명시했다. 2008년 배우자출산휴가와 남녀고용평등 및 일ㆍ가정 양립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고, 2012년에는 육아기근로시간단축 및 가족돌봄휴직 제도가 정립되었다. 2014년에 이르러 ‘일家양득 캠페인’ 등의 일ㆍ생활 균형 이슈가 부각되었다.
워라밸을 유지하기 위해서 제일 문제가 되는 요소는 바로 근로시간이다. 우리나라의 법정 주당 근로시간(연장 및 휴일근무 초 합)은 1950년대 48(60)→1989년 44(64)→2003년 40(68) 시간으로 변화되어 왔다. 2018년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오는 2021년부터는 5인 이상 사업장에도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다. 전체 노동자의 약 83% 이상을 차지하는 30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에게도 적용되면, 이른바 본격적인 ‘워라밸’이 시작된다.
삶의 질 높이는 실질적 제도 필요
가사·돌봄 노동뿐 아니라 공부까지 병행하는 우리 대학 학우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워킹맘’학생들은 “회사에서 퇴근하고 다시 집으로 출근한다”는 말에 강하게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그냥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통계와 조사보고서가 뒷받침 해주는 하나의 ‘사실 명제’가 되었다. 일생활균형재단의 「2017 직장인 일생활균형 실태조사」에 의하면, 자녀가 6세 이하인 기혼여성들에게는 직장에서의 장시간노동과 가사노동, 돌봄 노동의 압박이 일ㆍ생활 균형에 방해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워킹맘들을 위해 육아휴직(남성 포함) 등 다양한 지원과 제도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를 활용할 수 없는 기업문화 등으로, 실제 이 제도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는 한정적이다. 표면적으로는 육아휴직제도를 허용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임신을 하게 되면 자연스레 퇴사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인정해야만 하는 현실이다.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여성처럼 퇴사까지는 아니어도 인사상의 불이익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성큼 다가온 ‘워라밸’은 단지 ‘그림의 떡’일 뿐인가? 전문가들은 일과 생활의 불균형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먼저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공통적으로 언급한다. 이 밖에도 강력한 법적 운용을 통해 남성의 육아휴직(부모휴직) 사용을 권고함으로써 가정 내 역할 분업을 동등하게 하고, 국가적ㆍ기업적 차원에서 생애주기에 따른 다각적이고, 세분화된 지원제도가 개발돼 실질적인 혜택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유토피아인들은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눠 그중 여섯 시간만을 일할 시간으로 배정하고 있습니다. 정오까지 세 시간 일하고, 정오가 되면 점심을 먹으러 갑니다. 점심 후에 두 시간 쉬고 나서, 다시 세 시간 일합니다.”-토머스 모어 「유토피아」 중에서
여성, 퇴근 후 가정으로 ‘출근’
제도 이용에 대한 실효성 의문
생애주기 맞춤형 지원 개발돼야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유토피아’. 이 단어를 일상적으로 쓸 때 우리는 ‘천국과 같은 이상향’ 정도의 의미로 이해하고 사용할 것이다. 그러나 이 단어는 16세기 영국의 대법관을 지낸 토머스 모어의 소설 제목이다. 유토피아(utopia)란 그리스어 ‘ou(없다)’ 혹은 ‘eu(좋다)’와 ‘topos(장소)’의 합성어다. 그래서 유토피아의 뜻은 ‘이 세상에 없는 좋은 장소’로 파악하면 된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이 세상에 있는 좋은 장소’를 늘 추구해왔다.
이러한 지향은 ‘어떻게 사는가’라는 삶의 질과 관련되어 있다. 또 삶의 질은, 노동 시간 이외의 여가 시간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된 OECD의 통계(2017,「Better Life Index」)에 의하면, 조사대상 회원 38개 국가 중 우리나라는 ‘일과 삶의 균형’ 영역에서 35위를 차지했다. 우리 대학 지원자 중 ‘의료와 교육 전문직’을 제외한 직업인의 비율은 91.7%(2018년 기준)이다. 그래서 여가 시간에 공부를 하는 우리 학생들에게 ‘워라밸’은 중요한 이슈다.
시행 10년, 일ㆍ가정 양립에 관한 법률
‘워라밸’이란,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Work and Life Balance)를 줄인 콩글리시다. 이 단어를 쓰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지만, 이 의미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사회적으로 논의되어 법률제정에 영향을 미쳤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면서, 돌봄의 ‘짐’을 덜어주기 위한 육아휴직제도가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으로부터 시작되었다. 1995년에는 남성육아휴직을 법률로 명시했다. 2008년 배우자출산휴가와 남녀고용평등 및 일ㆍ가정 양립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고, 2012년에는 육아기근로시간단축 및 가족돌봄휴직 제도가 정립되었다. 2014년에 이르러 ‘일家양득 캠페인’ 등의 일ㆍ생활 균형 이슈가 부각되었다.
워라밸을 유지하기 위해서 제일 문제가 되는 요소는 바로 근로시간이다. 우리나라의 법정 주당 근로시간(연장 및 휴일근무 초 합)은 1950년대 48(60)→1989년 44(64)→2003년 40(68) 시간으로 변화되어 왔다. 2018년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오는 2021년부터는 5인 이상 사업장에도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다. 전체 노동자의 약 83% 이상을 차지하는 30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에게도 적용되면, 이른바 본격적인 ‘워라밸’이 시작된다.
삶의 질 높이는 실질적 제도 필요
가사·돌봄 노동뿐 아니라 공부까지 병행하는 우리 대학 학우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워킹맘’학생들은 “회사에서 퇴근하고 다시 집으로 출근한다”는 말에 강하게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그냥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통계와 조사보고서가 뒷받침 해주는 하나의 ‘사실 명제’가 되었다. 일생활균형재단의 「2017 직장인 일생활균형 실태조사」에 의하면, 자녀가 6세 이하인 기혼여성들에게는 직장에서의 장시간노동과 가사노동, 돌봄 노동의 압박이 일ㆍ생활 균형에 방해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워킹맘들을 위해 육아휴직(남성 포함) 등 다양한 지원과 제도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를 활용할 수 없는 기업문화 등으로, 실제 이 제도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는 한정적이다. 표면적으로는 육아휴직제도를 허용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임신을 하게 되면 자연스레 퇴사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인정해야만 하는 현실이다.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여성처럼 퇴사까지는 아니어도 인사상의 불이익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성큼 다가온 ‘워라밸’은 단지 ‘그림의 떡’일 뿐인가? 전문가들은 일과 생활의 불균형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먼저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공통적으로 언급한다. 이 밖에도 강력한 법적 운용을 통해 남성의 육아휴직(부모휴직) 사용을 권고함으로써 가정 내 역할 분업을 동등하게 하고, 국가적ㆍ기업적 차원에서 생애주기에 따른 다각적이고, 세분화된 지원제도가 개발돼 실질적인 혜택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유토피아인들은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눠 그중 여섯 시간만을 일할 시간으로 배정하고 있습니다. 정오까지 세 시간 일하고, 정오가 되면 점심을 먹으러 갑니다. 점심 후에 두 시간 쉬고 나서, 다시 세 시간 일합니다.”-토머스 모어 「유토피아」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