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현대 명저 106선 해제

『감시와 처벌』은 근대성과 계몽주의 사조에 대한 강력한 도전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은 인간의 죽음을 선언하고 인간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인간과 자유에 대한 통속적인 예찬에 숨은 권력과 지배의 움직임을 밝히려는 시도였다. 미셸 푸코(1926~1984)는 인문사회과학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현대 철학의 거장이다.『광기의 역사』,『말과 사물』,『성의 역사』같은 그의 저작들은 이미 현대의 고전으로 확고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에피스테메, 규율권력, 판옵티콘, 통치성, 주체화, 파레시아 같은 개념들은 인문사회과학 연구자들이 가장 널리 사용하는 용어들이 됐다.푸코는 1961년 국가박사학위 논문인『광기의 역사』로 학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고, 1966년 출간된 『말과 사물』이 마치 빵처럼 팔려나감으로써 약관 40세의 나이에 학계의 슈퍼스타가 됐다. 1970년 프랑스 학계에서 가장 영예로운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가 되면서 이미 그는 학자로서의 경력의 정점에 이르렀다.푸코 스스로 밝힌 “나의 첫 번째 책”하지만 푸코 스스로 ‘나의 첫 번째 책’이라고 불렀던 것은 1975년 출판된『감시와 처벌』이었다. 이미 여러 권의 저작을 출간한 푸코가 왜 이 책을 자신의 첫 번째 책이라고 불렀을까? 그것은 그만큼 푸코가『감시와 처벌』에 애정을 지니고 있었으며, 그 책이 이룩한 성과에 대단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1960년대에 푸코는 ‘고고학’이라는 방법론에 따라 저작을 집필했다. 『광기의 역사』는 이를테면 ‘광기의 고고학’이라고 불릴 만한 책이었고, 『말과 사물』은 ‘인간과학의 고고학’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었다. 그리고 『지식의 고고학』은 고고학이라는 방법론의 요체를 밝힌 저작이었다. 반면 『감시와 처벌』에서는 ‘계보학’이라는 새로운 방법론을 도입했다. 역사적 탐구의 방법론으로서 고고학이 주로 지식 내지 앎의 문제를 주제로 삼고 있었다면, 계보학은 지식과 권력의 관계를 새롭게 다루는 것을 과제로 삼았다.이러한 차이점을 이해하려면 『말과 사물』의 마지막에 나오는 유명한 문장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푸코는 이렇게 말한다. “사유의 고고학이 분명히 보여 주듯이 인간은 최근의 시대에 발명된 형상이다. 그리고 아마 종말이 가까운 발명품일 것이다.”인간의 죽음을 예고한 이 유명한 문장이 뜻하는 바는, 우리가 인간이라는 존재를 알게 된 것은 18세기에 등장한 ‘인간과학’ 덕분이라는 것이다. 이때의 인간은 물론 근대적인 의미의 주체로서의 인간이다. 데카르트가 코기토(cogito)라고 불렀고, 칸트가 초월론적 주체라고 명명했던 인식의 주체로서의 인간은 18세기에 만들어진 것이며, 그 주체 인간은 이제 사라질 지경에 놓여 있다는 것이 푸코의 논점이다.왜 인간이 사라질 위치에 놓이게 됐을까? 그것은 18세기에 등장한 인간과학의 시대가 종말을 고했으며, 새로운 담론 또는 에피스테메의 시대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푸코는 그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고고학은 그것에 답변할 수 있는 학문적 방법론도 아니다.반면 이제 ‘감옥의 탄생’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감시와 처벌』에서 푸코는 이렇게 말한다. “부르주아지가 18세기를 통해 정치적 지배 계급이 된 과정은, 명시적으로 명문화되고 형식적으로 평등한 법적 틀의 설정 및, 의회제의 형식을 띤 체제의 조직화에 의지한 것이다. 하지만 … 현실적이고 신체적인 규율은 형식적이고 법률적인 자유의 기반을 마련했다. 인간의 자유를 발견한 ‘계몽주의 시대’는 또한 규율을 발명한 시대였다.”(『감시와 처벌』, 322~23쪽)여기에서도 초점은 18세기에 이뤄진 변화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 18세기는 바로 프랑스혁명이 일어난 세기였다. 서양사에서 흔히 프랑스혁명은 근대의 탄생을 알린 위대한 혁명으로 기록돼 있다. 신분적 질서에 입각한 봉건적인 구체제를 무너뜨리고 모든 사람의 자유와 평등을 공표한 인권선언을 바탕으로 근대적인 공화정 체제를 수립한 것이 프랑스혁명이다. 따라서 프랑스혁명을 위대한 혁명으로 만드는 것은 구체제의 예속과 억압으로부터 사람들을 해방시켜서 자유와 평등을 누릴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이다. 푸코는 『감시와 처벌』에서 이러한 이해방식에 도전한다. 자유와 평등에 관한 도전적 해석그것은 한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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