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평생 7~9개의 직업을 가져야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재교육은 절대적이다. 또한 인공지능(AI), 빅데이터로 인한 일자리 감소로 생기는 여가 시간의 확대는 인간이 주변보다 자신에 더 집중하게 만들기도 한다. 스스로를 계발하려는 욕구가 점점 높아지면서 ‘평생교육’이 각광받고 있다. 1면에서는 우리나라 성인 평생학습 수요 및 지표와 함께 지자체, 대학, 언론기관 부설 평생교육기관의 차이점을 알아보고, 2면에서는 평생교육의 새 지평을 열고 있는 대학과 지자체의 대표 사례를 소개한다. 3면에서는 전국 13개의 캠퍼스를 가진 방송대가 지역과 상생하며 평생교육 선두주자가 될 방안을 지역대학장 3인에게 들어본다.

○○평생교육진흥원 「우리 마을 역사와 문화 탐방」 강좌, △△대학 평생교육원 「경찰·공공행정」 과정 수강생 모집, □□언론 부설 평생학습관 「저널리스트 글쓰기 입문」 특강…. 평생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조금만 검색을 해봐도 수많은 평생교육 기관과 프로그램들이 주변에 넘쳐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기관이 ‘평생교육’이라는 기치 아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든 평생교육 시스템에 닿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어떤 기관에서 무엇과 관련된 평생교육을 들어야 할까? 프로그램 종류도 기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정부가 평생교육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면서 그야말로 ‘우리 동네 평생교육’이 가능해진 지금, 남는 시간을 보내려거나 남들에게 뒤처지기 싫다는 이유로 무작정 수강 신청부터 할 것이 아니라 내게 맞는 기관과 프로그램을 찾는 일이 우선이다.
전국 평생교육기관 수는 4천541개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 1월 발간한 「2020 평생교육통계 자료집」에 따르면, 평생교육기관 수는 4천541개로 전년 대비 246개가 증가했다. 유형별로는 언론기관 부설 평생교육 시설이 1천98개, 원격 평생교육시설 1천48개, 평생학습관 475개, 시민사회단체 부설 평생교육시설 474개 순이다.
프로그램 현황을 살펴보면 1개월 이상 운영된 프로그램 수는 19만4천772개로 전년 대비 1만558개가 증가했으며, 이중 온라인 프로그램은 9만1천850개다. 평생교육 학습자 수는 2천439만7천282명으로 전년 대비 804만8천440명이 증가했다. 무려 49.2%가 늘어난 수치다. 특히 온라인 학습자 수는 2천15만2천690명으로, 전년 대비 65.7%p 증가한 799만560명이 늘어났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의 평생학습 참여율은 40%다. 만 25~79세 성인 10명 중 4명이 평생학습에 참여하고 있다. 여성(40.3%)이 남성(39.7%)보다, 청년층(25~34세, 50.2%)이 노년층(65~79세, 29.5%)보다, 고소득층(월평균 가구소득 500만 원 이상, 45.4%)이 저소득층(월평균 가구소득 150만 원 미만, 29.7%)보다 높았다. 남녀노소, 소득 차이가 있음에도 높아지는 평생교육에 대한 참여율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국립평생교육진흥원장을 지낸 윤여각 방송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매일 똑같은 일을 똑같은 수준에서 하면 정체되고, 뒤처지고, 결국 낙오합니다.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것을 배우든가, 자신이 아는 수준을 높여가지 않으면 안 되죠. 현대 사회는 정년퇴임을 하더라도 배움을 중단하기 어렵게 변했어요. 빵만 먹고 사는 게 아니란 말을 합니다. 개인의 내면을 풍부하게 채우고 싶은 갈증은 계속 남아 있거든요. 여러 기관에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지역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고개를 끄덕이며 삶을 되돌아보면서, 그나마 조금이라도 편히 눈을 감을 준비를 하는 게 필요한 것 아닌가 싶어요.”
그렇다면 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지자체 평생학습관,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들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윤 교수는 “아무래도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은 대학 교수와 강사들을 자원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기 때문에 수준이 높은 고등교육 콘텐츠 중심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면서 “지자체 평생학습관 또는 지역 평생진흥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들은 이와 달리 지역 시민들의 요구를 읽어내야 한다는 차별점이 존재한다”라고 설명했다. 지자체 산하 평생교육기관들은 지역의 다양한 학습자 층을 대상으로 교양 프로그램, 특강, 자격증 취득 강의 등을 포함한 폭넓은 강의를 제공한다.
학점은행제 평생교육원 운영하는 대학들
반면 대학 평생교육원은 전문성을 활용해 맞춤형 고등교육 과정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물론 서울대, 고려대 등 일반 대학도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평생교육 교양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최근 대학가 평생교육원에서 보이는 경향은 학위 취득을 보장한다는 점이다. 중앙대 평생교육원의 경우 △인문사회(경영·심리·사회복지·행정) △IT(컴퓨터공학·정보보안·소프트웨어 디자인) △예체능(사진영상·공연기획제작·연기예술·체육) 계열에서 신·편입생을 모집하고 있다. 대학 평생교육원을 학점은행제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능이나 내신 없이 100% 면접으로 입학하고, 통상 80학점 이수시 전문학사, 140학점 이수시 학사 졸업장을 총장 명의로 발급한다. 저출산으로 학령인구 감소 속도가 빨라지면서 위기를 맞은 대학이 평생교육원을 통해 찾은 돌파구 중 하나인 셈이다.
한국전쟁 발발 70년 만에 세계가 부러워할 만큼 빠른 산업화와 세계화를 이룬 근원적 힘이 된 교육. 그중에도 대학은 시민과 산업 역군 양성의 산실이었다. 이제는 변해버린 시대에 (특히 지방에서) 그 기능을 상실하고 있는 대학들이 평생교육의 소임을 맡는다면?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밀집된 우리나라에서, 늙어가고 소멸해가는 지방마다 좋은 평생교육기관이 생긴다면 이 또한 수도권-지역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교육적인 해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13개 지역대학의 새로운 역할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방송대는 평생교육 시대에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익명을 요구한 방송대 A교수는 “방송대가 사이버대보다 나은 점은 지역대학이 있어 출석시험 및 특강 등을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긴 하지만, 원격 고등교육기관이 평생교육을 한다고 댄스 교실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교육이 주력인 방송대 특성상 오프라인 평생교육 프로그램은 서비스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방송대가 ‘평생교육 선도주자’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전국 13개의 지역대학 캠퍼스를 가진 그야말로 ‘전국구’ 평생교육기관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평생교육에 목말라 방송대를 찾은 이들이 벌써 80만 명을 넘었으니 말이다. 윤 교수 역시 “방송대 교수야말로 전국구 아닌가요? 지역대학에 가보면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많이 만납니다. 바로 생활 지근거리에서, 삶터에서 뭔가를 하고 있는 거죠. 이분들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교육적 요구와 필요가 있는데 담아낼 곳이 없거든요. 각 시도 평생학습관과 대학, 방송대 지역대학이 각각 +1로 힘을 보태는 작업을 해야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지난해 사상 초유의 개학 연기 사태를 맞은 우리나라 상황도 여전하다. 수천 명이 모여 눈물과 웃음으로 가득했던 졸업식에는 일부 학생만 강당에 참석하고 대부분 학생들은 집에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집에서 공부하던 아이들 상황만 보며 혀만 ‘쯧쯧’ 찰 일은 아니다. 시국이 어수선하다고 당신의 공부를 게을리 할 텐가. 우리 동네 평생교육 프로그램은 뭐가 있으려나? 2천500년 전 공자님께서 말씀하신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를 나지막이 읊조리며 집을 나서보자.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