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대는 제주도를 포함해 전국 13개 지역대학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물론 온라인원격강의가 그 첫 번째 소임이지만, 지역대학과 학습관을 통해 오프라인에서의 학습과 만남의 장을 제공한다. 그렇다면, 방송대 지역대학이 지자체 및 대학 부설 평생교육기관과 상생하며 지역주민들의 삶에 더 스며들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출석시험이나 특강 등을 제외하면 남는 지역대학 공간을 지역주민과 함께 활용할 방법은 없을까? 이를 통해 방송대는 전국구 평생교육의 선도 주자가 될 수 있을까? 고민과 더불어 실천사례를 제시한 전현직 지역대학장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열정 있는 재학생동문이 주축되면
온라인 평생교육 확장 가능성 있어”

지역대학장으로 부임하면서 어떻게 하면 지역 평생교육에 도움이 될지 고민이 많았다. 특히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여러 상황에서 제약이 많았다. 연세가 많은 재학생과 지역주민을 위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인지능력 향상 등의 강좌를 운영해왔다.
신체활동이 강의에 포함되기에 면대면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지역주민들의 호응이 좋았던 평생교육 프로그램인 ‘웰다잉’ 강좌와 진주시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진주를 잇다’ 강좌도 코로나19로 포기할까 하다가 결국 지난해 11월부터 온라인(줌)으로 개설했다. 인지능력 향상 강의 중에 컵을 쌓고 옮기는 ‘컵타’ 같은 활동은 면대면으로 강사가 시연해야 하는데, 아쉽지만 온라인으로 송출해야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코로나19 시대에 집 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난 아이들을 부모가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가에 대한 평생교육 온라인 강좌를 개설했다. 2~3주 과정에 6회 분량 강의였다. 처음에는 진주시와 경남지역으로 한정해 수강 신청을 받았지만, 타 지역에서도 수강요청이 많아 전국에서 접속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금세 수강신청이 많아져서 천안, 공주, 부산 등에서도 온라인 강의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생겨났다.
진행하면서 방송대 지역대학에서 평생교육 온라인 강좌를 확대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제에 따라 사람들의 관심은 다르기 마련이다. 경남지역으로 국한했더니 신청자도 많지 않았다. 많은 강좌에 방송대 동문 중 지역사회 노인복지센터나 사회기관에서 봉사하는 분들이 강사로 참여하고 있는데, 이분들의 공통점은 학교에 대해 열의가 많다는 점이다.
평생교육 강좌에 자신이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학생 중에는 기존에 학위가 있는 분들도 많아 운영할 수 있는 강좌 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아울러 외부 강사를 초빙해 평생교육 강의의 다양성을 높이고 있다.
생각도 깊어졌다. 평생교육이란 것을 보면, 방송대뿐 아니라 우리 주변의 일반대나 지역평생교육원도 다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강좌도 여러 가지다. 경남지역대학도 그런 프로그램 가운데 한두 개를 해왔다. 이제는 그걸 넘어서서 방송대의 역할을 높여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재학생과 동문이 능력을 발휘해 지역 주민에게 기여할 수 있는 점이 많기 때문이다. 평생교육 관점에서 졸업생들이 뭘 하는지 찾아보고, 이들에게 부탁해서 강좌를 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해본다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말이 있다. 서울이나 수도권보다 학생도 적고 예산도 적은 게 현실인 지역대학에서 이런 부분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큰 과제다.
“365일 24시간 돌아가는 시스템 구축돼야
지역 평생교육 허브로 기능할 것”

3월 1일자로 울산지역대학장에 부임했지만, 직전까지 부산지역대학장으로 경험하고 느낀 점들을 설명하겠다. 일단 부산지역대학이 시행한 지역주민을 위한 평생교육 강좌 중 ‘영화를 통한 힐링’(10주 과정, 2019년)은 100명 이상이 수강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오프라인으로 하다가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11월 ‘영화와 다큐멘터리로 만나는 인문학’(10주 과정, 주 2회 수업) 온라인 강좌는 학교 홈페이지와 지역에 모집 공고를 냈는데, 최대 수강인원인 100명이 금새 마감됐다. 인기가 좋아 계속 사업으로 추진 중이며, 국립대 육성지원사업 예산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 4년째 이어가고 있는 외국어 무료 강좌도 있다. 동문 중에 영어, 일본어 고수들이 있는데, 이들이 지역주민을 위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으로 무료 외국어 강의를 해주고 있다. 회화 위주로 15주간 진행되는 수업에서는 언어는 물론 문화적인 부분도 수업한다. 부산지역대학은 평생교육과 관련해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지역대학으로서 지역 평생교육에 기여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웹 스튜디오’를 준비하고 있다. 요즘 유튜브를 비롯해 1인 방송, 소규모 좌담, 실시간 토론 방송이 많아졌다. 그런데 지역대학에는 이런 활동을 할 공간이 없었다. 카메라와 컴퓨터 등 장비는 구입을 완료했고, 이제 공간을 확보해 올해는 스튜디오를 2개 만들 계획이다. 재학생이든 동문이든 여기 스튜디오에 와서 마음껏 찍고, 온라인 스터디 활동도 하면서 학습교류할 공간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 ‘웹 스튜디오’야말로 지역 평생교육의 네트워크로 최적이라고 본다. 개인 수익 활용 목적 이용 배제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한다면 지역주민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려고 한다. 또한 부산 지역 여러 대학 교수들을 초빙해 양질의 영상 콘텐츠를 찍어 지역대학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고, 부산지역대학을 부산 지역의 디지털 지식 허브로 키울 예정이다. 강의실에서 소수만 듣기에는 아까운 부산대, 동아대 등의 명품 강의들을 부산지역대학에서는 무료로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구체적인 계획이다. 좋은 콘텐츠 편집을 위해 DMC와의 협업도 필수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대학을 주말에도 개방해야 한다. 사실 방송대는 직장인 재학생이 많은 특성상, 주말에 공부하는 사람이 많지 않나? 웹 스튜디오를 사용하든, 스터디 공간으로 이용하든 방송대는 평일만 운영해서는 안 되는 대학이다.
지금은 비록 힘들더라도, 추후 주말에도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방송대는 방송대라는 이름(open university)이 의미하는 것처럼 365일 개방하고, 시스템도 24시간 돌아가야 한다. 더 나아가 이제 대학은 궁극적으로 캠퍼스의 경계는 물론 지식의 경계 역시 뛰어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국립대 육성사업 지자체 평생교육
공모사업에 학생들과 적극 참여해야”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우선, 지역대학장은 해당 지역 주요 행사에 참석해야 한다는 기준을 정한 업무 매뉴얼을 만들면 좋겠다. 중요 행사에 관할기관에서 지역대학장에게 초대장을 보내는데, 참석하면 자연스럽게 기관소개가 이뤄진다. 이건 방송대를 소개하는 기회다.
지역 주요 행사를 가보면 이른바 ‘중간지원조직’들을 접하게 된다. 예를 들어 ‘공익활동지원센터’는 구청과 같은 ‘관’과 시민단체, 마을공동체 등과 같은 ‘민’의 사이에서 교량 역할을 하는 지원조직이다. 이곳에서도 방송대 학생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다.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공모사업에 학생들이 공식 기관 소속이든, 비공식 조직 소속이든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예산 문제 때문에 대부분 공모사업은 일정 자격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마을공동체 활동가 양성 프로그램들의 경우 일정 시간 이상 교육을 받으면 수료증을 받을 수 있다. 나 역시 우리 지역에서 어떤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마을교육강사 양성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지자체 공모사업에 지역대학이 연계되면 위상이 높아진다. 재학생·졸업생 활동가들이 공모사업을 위해 지역대학과 업무협약을 맺으면, 지역대학은 이들에게 유휴시설을 제공할 수 있다. 여러 팀이 공모사업에 참여해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지역대학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된다. 학생에게 공간을 제공하고, 지역주민을 위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연중 운영할 수 있는 셈이다.
두 번째는 국립대육성사업을 적극 활용하자는 것이다. 지역대학과 4개 학습관에서 다문화 가정을 중심으로 언어·문화를 교육하는 ‘레인보우 프로그램’을 시행했는데, 재학생뿐 아니라 지역주민들도 참여해 성공적이었다. 이걸 계속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역 평생교육기관에 예산을 신청할 수 있다. 예컨대 우리 해남학습관의 재학생들은 학습관의 공간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스스로 기획해 전남평생교육원으로부터 강사비를 지원받는 ‘동네방네 배움틈-틈새학교’에 지원해 선정된 바 있다.
또 지역 도서관이나 박물관 등 공공시설과 연계해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순천시그림책도서관과 협업했던 ‘꿈 아지트’ 그림책 창작 과정 사업은 참여도가 높아 방송대 재학생과 지역주민 반으로 나눠 운영했는데, 수강생 만족도가 무척 높았다. 향후 방송대 예산을 쓰지 않더라도 지역 평생학습기관과 연계성을 높이는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방송대는 정말 학생이 보배다. 성인이 다시 교육받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 않나? 지역은 다른 게 아니라, 이들이 바로 지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