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문화생태계의 기반 동네책방

다양한 종류의 동네책방이 존재한다. 그 가운데서도 제주도에는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탓인지 지역 주민과 소통하는 동네책방의 약진이 뚜렷하다. 2019년 7월 문을 연 ‘아무튼 책방’은 ‘사람, 장소, 환대, 연대’라는 기치를 내걸고 문화생태계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제주지역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출판인 김미정 학우(일본학과) 등이 단골이다. 이곳 책방지기인 강영선 씨를 이메일로 만났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동네책방은 주민들이 산책하면서,
혹은 혼자서 때로는 지인과 함께 들러서
언제든지 책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꼭 책이 아니어도 책방이라는 장소가 주는

아늑함과 사람들이 건네는 따뜻함이

서로에게 힘이 되는 공간이다.

 

 

 

 

 

 


이름이 재밌는데, ‘아무튼책방’이라고 한 까닭은?
누구나 생각만 해도 설레는 일, 하나쯤은 갖고 있다. 일상을 살아내느라 놓치기도 하고, 언젠가는 할 수 있겠지 하며 과제로 남겨놓지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일 하나. 책방을 하면, 유지할 수는 있을까? 책방도 사업인데 내가 할 수 있을까? 걱정은 가지에 가지를 치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앞뒤 재지 않고 해 보고 싶은 마음에서 책방 이름을 ‘아무튼’으로 했다.  

언제부터 ‘아무튼책방’을 시작했나? 책방을 열기 전에 어떻게 준비했는지?
2019년 7월 25일 첫 문을 열었다. 그동안 하던 일(제주생협)이 2019년 2월에 정리가 예정돼 있어서 2018년부터 고민을 시작했다. 서울에 볼일 있을 때면 독립서점, 동네책방을 기웃거리면서 작은 규모인 서점들이 어떤 책을 큐레이션 하는지를 중심으로 봤다. 동네서점 운영 관련 책들을 많이 접했고, SNS를 통해 동네책방이 운영하는 프로그램, 각 책방만이 갖고 있는 색깔들을 접했다. 막상 책방을 준비하면서는 책을 좋아하는 것과 책방을 운영하는 것은 가까운 일 같지만, 가장 거리가 먼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책방을 하고 싶어서 무작정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장소를 구했고, 몇 년 전부터 책방을 운영하는 선배 한 분이 계셔서 책방 운영, 책 주문 등 실무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다. 책방 창업 관련 프로그램에 참석한 적은 없지만, 오히려 좌충우돌 했던 그 시간이 많은 도움이 됐다.
책방을 오픈하기까지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은 동거인이다. 아무튼 시작할 수 있게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힘을 주었고 책방 인테리어 등 묵묵하게 뒤에서 버팀목이 됐고, 지금도 여전히 응원해주고 있다.

책방을 열기 전에 어떤 일을 했나?
책방을 열기 전 6년 정도 협동조합(제주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일을 했다. 친환경 유기식품으로 가족의 건강과 사회 안전기준을 높이고, 더 나아가 환경과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협동조합이다. 나는 조합원 교육, 조합 활동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4년 동안 이사장으로 활동하다가   2019년 2월 퇴임했다.

왜 책방을 선택했나?
거침없이 달려온 30대, 40대를 보내면서 50대에는 책과 좋은 사람들과 벗삼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또한, 여성이 나이 들어갈수록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집안이 아니라 함께 책 읽고, 이야기 나누고, 각자 하고 싶었던 일을 기획하고 만들 수 있는 공간. 이 두 생각이 만나서 ‘책방’이란 공간을 선택했다. 책방지기로 살아 온 지 아직 1년 8개월밖에 되지 않아서 앞으로 겪어야 할 일들이 더 많을 듯싶다. 아직은 처음처럼 여전히 설렌다.

아무튼 책방은 어떤 책방인가?
아라동 간드락 마을 입구에 자리잡은, 누구든 언제라도 들를 수 있는 동네점빵(구멍가게)이고 싶다. 책방지기가 토박이라 아직은 지인들이 주로 오신다. 책방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서, 여기에도 참여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제주책방지도가 있어서 가끔 관광객들이 찾아올 때도 있다. 특징이라면, 제주 4·3 관련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4·3 책 읽기, 4·3콘서트, 아라동 다크투어(4·3 유적지) 등.
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색깔로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필사 모임, 글쓰기 모임, 그림책읽기 모임, 고전읽기 모임, 영화 모임, 페미니즘 읽기 모임, 심야책방 등이다. 책방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만의 공간, 책을 사고파는 매장이 아니라, 동네 사랑방이고 문화공간이며 서로에게 말을 걸고 응답하는 ‘아무튼, 공간’이기를 지향한다.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도 많을 것 같다.
그나마 도서정가제(부분이지만)가 시행되고 있어서 어렵지만 동네책방이 운영될 수 있는 기본 토대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서점에서 정가 10%할인 + 적립 5% + 무료배송까지 합치면 20% 할인이라 가격에서 경쟁이 되지 않는다. 작은 규모라 다양한 책을 구비하기도 어렵고, 필요한 책을 주문 받더라도 온라인 서점만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없는 구조다. 그래도 동네책방을 아끼고 지속가능할 수 있게 힘을 실어주는 분들이 계셔서 어렵지만 운영하고 있다. 동네책방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할 수밖에 없고, 공모사업에 의존하게 된다. 더구나 다른 지역에 비해 제주에는 동네책방이 압도적으로 많은 편이다. 좋은 현상이지만 동네 구석구석에서 지역주민과 함께 문화공간으로 지속가능할 수 있는 책방들이 버틸 수 있는 여건은 여의치 않다.

2020년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아무튼 책방은 어땠나?
아무튼 책방은 다양한 모임 운영으로 참여자분들이 오시고 그 분들이 책도 구매하는 비중이 좀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작년 12월부터 올 3월 초까지 모임을 진행할 수 없었다. 그 외에도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책방에 직접 찾아오시는 걸 꺼리는 분위기로 손님이 많이 줄었다. 다른 책방 대표님들과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코로나가 심각한 시기에는 일주일, 열흘정도 책방 문을 닫는 경우도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


어려움도 있지만, 보람도 있을 것 같다. 언제 보람을 느끼나?
제주 동네책방 대부분은 외곽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외곽지역 동네책방에서 진행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힘든 상황이었는데, 시내에 있는 책방에서 준비한 (부족하지만) 다양한 모임과 의미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어서 좋다는 말씀과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책방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하다는 동네주민을 만났을 때 보람을 느낀다. 그 누군가를 위한 모임이 아니라 책방지기가 평소 하고 싶었던 모임, 프로그램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을 때도 보람을 느낀다.


동네책방의 존재 의미는 무엇인가?
동네책방은 동네주민들이 산책하면서, 혹은 혼자서 때로는 지인과 함께 들러서 언제든지 책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일상에 치인 삶이지만 삶과 세상을 다양한 창(窓)으로 바라보며 자신을 마주할 수 있고,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타인에게 말을 걸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책방이라는 장소가 주는 아늑함과 사람들이 건네는 따뜻함이 서로에게 힘이 되는 공간이다.

동네책방은 문화적으로나 교육적으로도 무척 중요한 교두보다. 따라서 출판계나 관계 당국(지자체)의 지원이나 정책적 고려가 있어야 할 텐데, 동네책방을 좀 더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 같은 게 있다면?
현재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도서정가제를 완전도서정가제로 바꾸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같은 책을 어느 곳은 할인하고 어느 곳은 정가를 받는 것 자체가 동네책방이 생존할 수 없는 조건이다. 작은 규모로, 오프라인에서, 정가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동네책방이 온라인 서점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전자책 대중화, 참고서 판매 위주의 대형서점이 동네책방 프로그램을 흡수하는 상황에 대응하기가 쉽지가 않다.
동네책방이 동네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실질적인 재정지원이 필요하다. 아직 초보 책방지기라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출할 수 없지만, 주민들이 살고 있는 동네 구석구석에 아무튼, 책방들이 자기 색깔을 갖고 지속가능할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해본다. 

앞으로 책방을 어떤 곳으로 키워 갈 생각인가?
아무튼 책방은 책방이 위치한 아라동에서 ‘사람, 장소, 환대, 연대’ 네 가지 키워드로 (거창하지만) 세상을 향해 질문을 던지는 공간이고 싶다. 책(책방)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이면서도, 세상이 만들어 놓은 기준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우리들의 언어로 질퍽하게 놀 수 있는 ‘아무튼, 놀이터’를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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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yu1***
    아무튼 편안한 곳! 좀 느리면 어때? 우린 모두가 , , , 가 필요해~~
    2021-04-09 13:55:28

사람과 삶

영상으로 보는 KN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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