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근대서지학회(회장 오영식)가 지난 4월 1일부터 열고 있는 ‘한국 시집 100년’ 기념전을 보기 위해 기자가 인사동 화봉갤러리를 찾은 건 조금 늦은 20일 오전이었다. ‘한국 시집 100년’ 기념전이라는 제목에 혹해서다. 전시된 시집들은 희귀성만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평이다. 전시는 4월 30일까지 이어지지만, 코로나19 탓에 주말을 제외한 평일에만 관람이 가능하다.짐작하건대 ‘한국 시집 100년’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시집이자 번역 시집인 김억의 『오뇌의 무도』(1921)를 기점으로 잡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이번 기념전은 김억의 『오뇌의 무도』에서 100년의 시공을 변주해온 한국의 시집들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게 꾸린 자리라고 할 수 있다. 물론 1989년 기형도의 『입속의 검은 잎』이 맨 끝자락에 놓였다. 2000년대 신인의 시집이 올라갔다면 더 좋았겠지만, 분명 기획한 이들의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이 풍성한 한국 시집 축제의 자리는 조촐하지만 그러나 한없이 외롭게 느껴졌다. ‘외롭게 느껴졌다’라고 말한 것은, 이 축제의 자리를 찾아가는 길과도 관련되지만, 기념전이 놓여 있는 문화적 위상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인 염무웅 국립한국문학관 관장은 기념전에 맞춰 함께 간행한 『한국 근현대 시집 100년』(오영식·엄동섭 편, 소명출판)에 실린 「『한국 근현대 시집 100년』 출간을 축하하며」에서 이렇게 말한다. 기념전에 초대된 시집들의 의미“한 사람의 독자로서 문학작품을 읽으려 하거나 전문적인 학자로서 문학을 연구하려 하거나, 어느 경우든 올바른 텍스트에 근거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요구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당연한 상식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분단과 전쟁 같은 불운한 상황으로 인해 귀중한 서책이 흩어져 사라지는 것을 돌볼 겨를이 없었고, 그나마 인기 있는 작품은 출판사를 옮겨다니는 동안 변형되고 첨삭이 가해져 원작의 모습이 훼손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기념전에 초대된 시집들의 놓이는 문학사적 의미를 짚은 지적이다. 서로 다른 시간의 지층에서 태어난 시집들을 한자리에서 만난다는 것은 한 사람의 독자로서도, 문학연구자로서도 누구에게나 축복일 수 있다. 염무웅 관장은 이 시집들의 연대기를 보면서 깊은 회한에 잠긴다. 그러면서 그는 “스무남은 살 젊은이로 다시 돌아가 한국 근대시의 고난과 광휘의 역사를 새로 공부할 수 있다면 얼마나 가슴 뛰는 노릇일까”라고 말한다. 그가 ‘가슴이 뛰는 노릇’이라고 표현한 것은 아직도 풀지 못한 숙제가 있어서다. 그것은 우리 근대시가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는지를 짚어내는 일이다. 이번 기념전은 그런 맥락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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