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밀레니엄 세대는 누구인가?]

강수택 경상대 교수·사회학
필자는 독일 빌레펠트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대하는 인간, 호모 솔리다리우스』, 『연대주의』 등의 저자이며, 한국사회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기존의 학교 제도는 밀레니얼 세대나 Z세대의 독립적, 개방적, 수평적, 협력적, 감성적, 유희적, 관용적 문화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들 교사와 학생들은 학교 바깥에서 자신들에게 맞는 새로운 유연한 사회적 관계와 활동의 장을 찾는 경향이 크다



근대 사회를 분석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개발된 가장 중요한 개념은 마르크스가 19세기 중엽에 주목한 ‘계급’이었다. 그런데 사회학자 칼 만하임이 1920년대에 ‘세대’를 새로운 개념으로 끌어들이면서부터 계급과 함께 세대가 중요한 개념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대 개념은 오랫동안 큰 관심을 끌지는 못하다가 생산 중심의 자본주의 사회가 본격적으로 소비 중심의 자본주의 사회, 곧 소비사회로 전환되면서 세대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게 됐다. 그것은 새로운 상품 소비자를 끝없이 찾아야 하는 기업에 새로운 세대의 특성이 언제나 새로운 소비의 잠재력을 제공해준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마케팅의 차원에서 새로운 세대가 기존 세대와 다른 점을 일찍부터 부각시켜 새로운 세대 정체성을 제공하면서 새로운 정체성에 적절한 소비를 부추기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세대에 대한 커다란 관심은 단지 기업의 소비전략 때문만은 아니다. 하지만 세대 담론, 특히 미국에서의 세대 담론은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 주도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서구와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

그런데 이전의 많은 세대 담론과 달리 밀레니얼 세대 담론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일반적으로 세대의 특징은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시대 경험에서 가장 크게 비롯되는데 밀레니얼 세대가 공유하는 중요한 시대 경험은 지역적·국가적으로 제한된 것이 아니라 글로벌한 것이다. 즉, 급속한 세계화와 정보화로 인해 일찍부터 인터넷 같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글로벌 심성의 세대가 탄생했는데 이들이 바로 밀레니얼 세대인 것이다.
게다가 밀레니얼 세대는 서구사회의 경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 탄생한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인데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도 한국전쟁 직후에 탄생한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서구사회, 특히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이전에 비해 경제적 풍요, 높은 교육수준 등을 배경으로 탈권위적이며 탈물질주의적인 가치관을 형성해 자녀들에게 전수한 결과 개방적이며 관용적인 밀레니얼 세대가 탄생하게 됐다. 이와 달리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경제적인 사정이 나아지고 교육수준도 향상됐지만,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세대가 아니었고 인성 형성에서 중요한 시기를 오랜 권위주의 군사정권 아래에서 보낸 세대였다. 그래서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는 부모로부터 강한 물질주의 가치관과 권위주의적인 양육의 영향을 받았다.
서구의 밀레니얼 세대 담론에서는 이 세대의 특징으로 부모와의 깊고 좋은 관계, 자기 중심성, 높은 기대치, 인정 욕구, 권능감, 독립성, 의미 추구, 속도감, 소셜 네트워크, 첨단 기술에 대한 친숙감, 사회적 관계에 대한 욕구, 협력의 능력 등이 자주 거론된다. 그래서 이런 특징들을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글도 많이 발견된다. 물론 서구사회든 한국사회든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세계화, 정보화, 포스트모더니즘 등의 시대적 배경에서 기인하는 많은 공통점이 있다. 그렇지만 부모 세대의 영향이나 한반도 분단 상황 같은 한국사회의 특수한 경험에서 오는 한국 밀레니얼 세대의 고유한 특징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가 이전의 세대들과 구별되는 중요한 특징은 디지털 환경과 밀접히 관련돼 있다는 점이다. 정보 접근, 자기 표현, 쌍방적 소통, 사회적 관계의 형성과 단절 등이 비교적 쉬운 디지털 환경은 밀레니얼 세대가 자기표현을 중시하면서 이에 능한 세대, 사회적 관계를 중시하면서 인정 욕구가 강한 세대, 변화와 속도에 민감한 세대 같은 특징을 지니도록 했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을 기술적인 환경의 면에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밀레니얼 세대가 곧 N세대 혹은 모바일 세대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급속한 세계화라는 새로운 사회현실적 환경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출현이라는 새로운 정신적 환경 속에서 탄생한 세대이기도 하다. 그 결과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는 전반적으로 글로벌 시각, 문화적·인종적 차이에 대한 관용 등과 함께 강한 경쟁심과 소비 욕구를 특징으로 하는 세대가 됐다. 한편 가정에서는 교육열이 강한 권위적인 부모 세대로부터 강한 물질주의 가치관을 주입받으면서 양육됐다. 그러다 보니 서구의 밀레니얼 세대와 달리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는 가정에서의 세대 갈등이 심해서 부모와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밀레니얼 세대와 교육의 혁신

부모 세대의 현실주의 가치관은 이들의 성장기를 지배해온 신자유주의적인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이들이 경쟁 지향적인 세대로 형성되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이들의 디지털 환경은 부모 세대의 권위적인 문화, 현실주의 가치관, 경쟁 지향적인 사회관과 충돌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는 표현적·개방적·협력적인 디지털 환경과 물질주의적·억압적·경쟁적인 현실의 문화 사이에서 매우 큰 혼란을 겪어온 세대다.
밀레니얼 세대의 이런 특징은 새롭게 출현하고 있는 Z세대, 즉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를 이어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등장한 개방적인 X세대의 자녀 세대로서 디지털 환경에 훨씬 더 친화적인 세대와 구별된다.
어쨌든 밀레니얼 세대는 지금 사회의 각 분야에 진출해 조직의 가장 활동적인 층을 이루고 있다. 교육계에서도 이들은 20~30대의 젊은 교사들로서 윗 세대 교사들과는 불편하지만 학생들과는 어떤 면에서 오히려 잘 통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존의 학교 제도는 밀레니얼 세대나 Z세대의 독립적, 개방적, 수평적, 협력적, 감성적, 유희적, 관용적 문화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들 교사와 학생들은 학교 바깥에서 자신들에게 맞는 새로운 유연한 사회적 관계와 활동의 장을 찾는 경향이 크다. 이런 경향이 탈학교화 혹은 교육의 탈제도화 대신에 학교 교육의 혁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이해와 사회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런데 앞에서 지적했듯이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모순된 이중적 특성이 공존한다. 따라서 이들이 한국의 학교 교육을 진정으로 혁신할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올바른 교육철학으로 자신을 굳건히 할 필요가 있다. 그럴 때 비로소 한국의 교육계를 여전히 지배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교육관에서 온전히 벗어나 미래를 향한 교육혁신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0좋아요 URL복사 공유
현재 댓글 0
댓글쓰기
0/300

사람과 삶

영상으로 보는 KNOU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