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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는 아베와 얼마나 다를까?
아베의 그림자라고 일컬어지고
실제 그를 계승하겠다고 천명했으니

지금으로는 기대가 난망일 듯하다.

정한론(征韓論)에 대해 모두 들어봤을 것이다. 1860년대 메이지 유신을 전후로 하여 일본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의 해결책이나 성장의 방법으로서, 이를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조선을 정벌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왜 ‘정한’인가? 당시 우리나라는 한국이 아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征朝論’이라 불렀으나, 朝가 ‘조정’(여기서는 일본 조정)을 뜻한다고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여겼으므로, 정한론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예전에 우리가 ‘구한말’이라는 용어를 잘 썼는데 아마도 이런 인식에서 나오지 않았나 한다.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는 정한론을 내세웠던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일본사상사 책을 보면 그는 양명학자였는데, 양명학은 실천성이 강한 유학이어서 이른바 일본 근대 개혁론자들의 정신적 이념이 됐다. “사람을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상대로 한다. 하늘을 상대로 자신의 몫을 다할 뿐, 남을 탓하지 않는다. 마땅히 내 자신에게 진실함이 부족한지를 물어야 한다.”


이렇게 그럴싸한 말을 한 자가 이웃나라를 침략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것은 무슨 일일까? 천부인권을 주장한 미국 제퍼슨이 집에서는 흑인노예를 부리는 것과 비슷할까? 구체적인 현실과는 유리된 사상인지, 현실욕망을 미화하기 위해 장착한 사상인지….


사이고보다 한발 앞서 양명학을 받아들인 인물이 아베 전 일본수상이 제일 존경한다는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이다. 그도 정한론, 대동아공영론을 주창했다. 몇 년 전 한창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문제가 됐을 때, 아베는 이웃나라의 눈이 두려워 야스쿠니 신사에는 가지 못하고 쇼인 신사, 곧 요시다 쇼인을 숭배하기 위한 신사를 참배했다.


요시다 쇼인도 당시 서구가 아시아를 넘보는 상황에서 중국 사상가들의 주장도 열심히 공부했다. 명말청초의 황종희(黃宗羲)는 군주를 가리켜 ‘천하를 막대한 재산으로 간주해 자손에게 대대로 세습하면서 끝없이 누리므로 천하에 가장 해로운 자’라고 하면서, ‘나는 천하의 백성들의 뜻에 따라 정치를 하지 도리에 맞지 않는다면 군주가 어떤 방법으로 강제해도 나는 그를 따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요시다도 이런 글들을 모두 읽었으니 “천하는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라는 말은 중국인의 말이다”라고 운을 띄었다. 그리고는 이렇게 뒤틀었다. “중국은 그럴지 몰라도 일본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 우리 위대한 일본은 천황 선조께서 만들어, 자손만대에 전하고 천지와 더불어 무궁하니, 그 한 사람의 천하라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우리의 천황이 혹시 걸주처럼 포학한 정치를 하더라도, 모든 백성은 마땅히 수령들과 함께 황궁에 나아가 엎드려 통곡하며 천황이 깨닫기를 기도할 뿐이다. 불행히도 천황이 진노해서 백성들을 남김없이 모조리 죽여, 한 사람도 남지 않게 되면 일본은 없어지는 것이다. 만약 한 사람이라도 생존하게 되면 대궐로 나아가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이런 때를 맞더라도 탕무가 걸주를 토벌하는 것과 같은 일은 일본사람에게 일어나지 않는다.”


마치 고대 초기로 되돌아간 듯하다. 당시 19세기 중반이라는 시점에서 세계 어느 구석에서 이런 주장을 한 사람이 있었을까? 놀랍기 짝이 없지만 지금도 남아있는 천황사상의 뼈대일 듯하다. 이러니 그의 위패가 야스쿠니 신사에 신위 1호가 됐을 것이다. 아베가 이런 구체적인 내용까지 수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를 가장 존경하고 계승하려는 인식은 분명한 듯하다.


아베의 뒤를 이어 스가 요시히데가 일본 수상이 된 지 꽤 됐다. 스가는 아베와 얼마나 다를까? 아베의 그림자라고 일컬어지고 실제 그를 계승하겠다고 천명했으니 지금으로는 기대가 난망일 듯하다. 따지고 보면 요시다 쇼인과 같은 시대착오적인 주장(또 이를 수용한 일본 주류사회)이 결국 일본 사회를 낙후시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뿐 아니라 일본의 양심적인 지식인들도 통탄할 듯하다.
뱀발. 처음 스가 요시히데라는 이름을 듣고 (토요토미) 히데요시를 떠올리고 ‘秀吉’을 뒤집은 ‘吉秀’인가 했는데 ‘菅義偉’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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