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대중문화에
빠져든 세계인들이
한글의 매혹에 공감하는 것은
'애민'이라는 보편성 때문이다.
독일의 한 김나지움(인문계 중·고등학교)에서 올해 10월부터 한국어를 정규(의무선택) 과목으로 채택했다. 이미 여러 해 전부터 유럽, 남미, 아메리카 등 전 세계 국가들의 초등학교 방과후교실, 중·고등학교 등에서는 한국어를 외국어 선택과목으로 지정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대학의 한국학과도 몰려드는 학생들로 ‘기쁨의 아우성’을 지르고 있다고 한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KNOU위클리> 커버스토리에서는 575돌 한글날을 기념해 전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는 한글에 대해 들여다본다. 1면에서는 한글 열풍 현상과 이유를 살펴보고, 2면에서는 모국어임에도 우리가 잘 몰랐던 한글의 창제 원리를 알아본다. 3면에서는 한국어를 통해 ‘민간 외교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인생 이모작 사례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틀리게 사용하고 있는 국어 표현에 대해 정리했다.
「강남스타일」, BTS,「기생충」
전 세계에 부는 한국어 열풍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그 시점을 따져보는 것은 쉽지 않다. 미풍으로 서서히 시작해 사그라지지 않고 지금의 태풍으로 발전됐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관심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은 오래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한국어가 본격적으로 세계인들에게 각인된 것은 10여 년 전부터라고 할 수 있다. 「강남스타일」이라는 한국 가요가 순식간에 미국의 팝 순위(빌보드차트) 7주 연속 2위에 올랐고,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는 세계 최초로 유튜브 조회수 20억 뷰를 달성했다.
이 노래가 대히트를 기록하면서 세계 어느 곳에서나 한국어로 부르는「강남스타일」을 들을 수 있게 됐고, 세계인들은 의미를 잘 모르면서도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이 가요는 세계 무대에서 한국 대중문화의 저력을 드러낸 하나의 사건이었다.「강남스타일」이후 한국과 한국문화는 전 세계인의 뇌리에 인상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가요로 촉발된 세계인의 관심은 영화, 드라마 등을 비롯한 다양한 한국 대중문화 부문으로 이어졌다. 이런 계기를 통해 세계인들은 한국 대중문화의 우수성을 알게 됐다.
여기에 화력을 더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의 활약이다. 올해 세 번째 유엔에서 연설한 방탄소년단은 한국어로 미래세대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달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영화에서도 약진이 두드러졌다. 봉준호 감독의「기생충」은 92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아카데미 영화상에서, 영어가 아닌 언어로 제작된 영화 중 최초로 작품상을 차지했다. 2020년에는「미나리」가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렇게 음악과 영화를 통해 한국어가 세계 무대에 등장하면서 한국어에 관심을 가지는 세계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소리 표현하기 편해, 쉽게 배울 수 있어요”
사실, 한글은 오래전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유엔은 1965년부터 매년 9월 8일을 ‘세계 문해의 날(International Literacy Day)’로 지정해 국제사회 문맹 퇴치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에 상을 주고 있는데, 1990년부터 상의 이름을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UNESCO King Sejong Literacy Prize)’으로 변경했다. 자음과 모음을 결합해 소리를 문자로 표현하는 한글을 창제해, 문해율을 높인 세종대왕의 업적이 상의 취지에 부합해서다.
한글은 독자적인 자신의 말은 있지만 표기법이 없어 고유어를 잃을 상황에 놓인 부족에게 손을 내밀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의 바우바우시는 지난 2009년 훈민정음학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찌아찌아족의 고유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찌아찌아족 학생들은 인도네시아어로 수업을 받고 있다. 그러나 고유어인 찌아찌아어는 한글 표기법에 따라 만든 교재로 배우고 있다.
이 사연을 처음 알게 됐다는 베를린 코미셔 오퍼(Komischer Oper) 바이올리니스트 마티아스 씨는 “음을 음표가 아니라 문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정말 신기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10여 년 전부터 베를린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주한 영국문화원에서 일했던 더글러스 씨도 “한국어 자음과 모음을 배우는 데는 2시간 정도 걸렸어요. 일단 한글 알파벳을 익히고 나면, 어떤 소리라도 문자로 표현할 수 있어 편리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우리에게 「대지」라는 소설로 널리 알려진 미국 작가 펄벅은 한글에 대해 “세계에서 견줄 상대를 찾기 어려울 만큼 간결하며 체계적인 문자”라고 말한 적이 있다.『세계의 문자체계』저자로 유명한 영국 서섹스대 명예교수인 언어학자 제프리 샘슨도 “한글은 소리와 글이 서로 체계적인 연계성을 지닌 과학적인 문자”라고 평가했다.
한국어, 한글의 미래
한글은 소리를 표현하는 언어 중 배우기 쉽고 편리한 최고의 문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창제 원리 즉, 과학성에 있다. 이 과학성의 바탕에는 한문이 지배권력의 도구였던 시기에 누구나 쉽게 한글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말길을 열어준 세종의 애민정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어의 기원과 변화 과정을 담은 A History of the Korean Language의 공동저자인 로버트 램지 메릴랜드대 교수는 한글의 우수성을 과학성뿐만 아니라 인본주의 정신에서 찾은 대표적 학자다. 그는 “세종대왕은 백성이 누구나 글을 읽고 쓰고 또 여성들까지도 글을 깨우쳐야 한다는 보편주의적 시대정신을 지니고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처음에는 K-pop이나 드라마, 영화에 빠져든 세계인들이 한글을 배우면서 또 다른 한글의 매혹에 깊이 공감하는 이유가 바로 이 애민정신이라는 보편주의적 시대정신 때문이 아닐까? 사회적 약자와 여성, 아이들에게도 자신의 언어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게 살폈던 세종의 애민정신과 사상은 그 어떤 글자의 탄생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가장 빛나는 정수일 것이다.
일제 강점기 탄압과 폭력의 역사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은 한글. 이제 한글은 세계 속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외국인이나, 재외동포의 한국어 사용 능력을 평가하는 TOPIK(Test of Proficieny in Koresa) 지원자가 지난해 83개국 총 37만 명이나 된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이러한 한글 열풍은 세계인을 위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이든 재외동포를 위한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이든 한국어를 제대로 전파하기 위해 한국어 교사를 체계적으로 배출해야 할 당위성을 야기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은퇴 3년을 앞두고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조금현 씨의 언급이 여운을 남긴다. “다문화 어머니들과 그 아이들을 위해 방송대 프라임칼리지 한국어교사 양성과정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없어져서 아쉽습니다. 국문학과에도 한국어교사 프로그램에 대한 특별한 설명이 없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