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날아라 한국어

한글은 객관적인 과학적 가치,

수학적 가치, 철학적 가치,

음악적 가치와 더불어

예술적 가치와 사람다움의

인문 가치를 갖고 있다.

 

필자가 원장으로 봉사하고 있는 세종국어문화원에서는 575돌 한글날을 기념하는 한류 한글 학술대회를 열고(105) 세계인을 위한 훈민정음, 한글 이야기 3+5라는 소책자를 한국어판과 영문판으로 동시에 발간한다. 기초 원고는 필자가 썼고 영문 번역은 챔사이통 크리스다 한양대 영문과 교수가 맡았다.

 

필자가 이 소책자를 기획한 것은 한글에 담긴 보편적 가치를 전 세계인과 함께 나누기 위해서다. 보편적 가치는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는 가치를 말한다. 한류는 한국문화를 문화의 보편적 가치를 확산하는 것인데, 요즘 한류의 중심에 한국어와 한글이 떠오르고 있다. 특히 한글이 다른 예술 한류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한글이 누구에게나 객관적인 과학적 가치, 수학적 가치, 철학적 가치, 음악적 가치와 더불어 예술적 가치와 사람다움의 인문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대 식구들을 위해 <KNOU 위클리> 지면을 빌려 이 가치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현대 한글도 그런 가치를 충분히 갖고 있기는 하지만, 온전하게 드러내기 위해서는 15세기 훈민정음을 아울러 볼 필요가 있다. 훈민정음에 담긴 과학적 특성을 중심으로 그런 보편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살펴보자. 이번 소책자에서 필자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것은 한 시간 안에 배우는 한글 음절표다.

 

이 표는 가갸거겨고교구규그기로 시작되는 전통적인 한글 음절표를 활용해 한글 창제 원리와 자음과 모음 결합 원리를 한눈에 보여줘 한 시간 안에 자신의 이름을 적을 수 있게 한다. 한국어는 영어처럼 자음자와 모음자를 나란히 풀어쓰지 않고 음절자 단위로 사각형 안에 모아쓰기에 이런 바둑판식 배열이 가능하다. 바둑판 배열은 한글의 과학적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더 구체적으로 보면, 가운뎃소리글자 곧 모음자가 수평선과 수직선을 기준으로 구성돼 모음자 ㅡ ㅗ ㅛ ㅜ ㅠ/, /처럼 첫소리글자 아래에 이어 쓰고, ‘ㅣ ㅏ ㅑ ㅓ ㅕ/, /처럼 첫소리글자 오른쪽에 이어 쓰기에 가로, 세로 종횡무진 쓸 수 있다. 표 안의 훈민정음 28제 제자원리가 담긴 그림이 있어 조금만 설명하면 외국인도 훈민정음의 과학적 짜임새를 알 수 있다.

 

문자의 과학성은 체계적이고 규칙적인 도형성에서 찾을 수 있다. 거기다가 실용성이 있어야 하므로 누구에게나 쉽게 익힐 수 있는 간결성이 있어야 한다. 인류 문자 가운데 실제 이런 특성을 가진 문자는 훈민정음밖에 없다. 그 증거는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도형 특성에서 알 수 있다. 훈민정음은 점과 직선, 동그라미로만 되어 있다. 현대 한글은 모음자의 점(·)이 짧은 획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특히 직선이 70%를 넘는다. 수직선과 수평선을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이렇게 직선 위주로 되어 있어 간결한 것이고 누구나 쉽게 쓰고 배울 수 있다.

 

둘째, 훈민정음 28자는 여덟 자를 기본 상형자로 하여 만들었고 그 상형 방법이나 원리가 과학이다. 자음자 다섯 자(, , , , )는 발음 기관 또는 발음하는 모양을 본떴고, 모음자 세 자(, , )는 하늘과 땅과 사람을 본떴다. 자음 기본 상형자 가운데 ㄱ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모양, ㄴ은 혀가 윗잇몸에 닿는 모양, ㅁ은 입의 모양, ㅅ은 이의 모양, ㅇ은 목구멍의 모양을 본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냥 본뜬 것이 아니라 직선과 동그라미만으로 본떠 무척 간결하고 과학적인 짜임새의 바탕이 됐다는 점이다. 이렇게 자음자는 말소리를 내는 발음 기관의 모양과 소리의 세기와 특성을 정밀하게 관찰·분석해 만든 과학적 연구의 결과물이다.

 

모음 기본 상형자는 하늘의 둥근 모양(), 땅의 평평한 모양(), 사람의 서있는 모양()을 본떴다. 는 양성을, ㅡ는 음성을, ㅣ는 중성(양음)을 뜻한다. 이렇게 만든 까닭은 양성은 양성끼리 음성은 음성끼리 어울리는 우리말의 특성, 이른바 모음조화 특성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었다.

 

셋째, 획을 더하고 합해 만들었다. 기본 상형자를 만든 뒤, 자음자의 경우는 획 더하기, 모음자의 경우는 기본자 합하기 규칙을 적용했다. 자음 기본 상형자 ㄱ, , , , ㅇ의 5개 소리는 거세지 않은 소리다. 이 소리들보다 입김을 많이 내어 세게 소리를 내면 거센소리가 된다. 곧 ㄱ, , ㅍ 등과 같이 소리가 세어지는 정도에 따라 획을 더해 9자를 더 만들었다. 이 밖에도 이체자(글자의 짜임새가 다른 글자) , , 3자가 더 있어 훈민정음의 기본 자음자는 모두 17자다. 이러한 이체자도 가획 원리는 같다. 다만 다른 가획자는 획이 더해지면 소리가 더 세진 것인데, 이 세 자는 그런 원리에서 벗어났다. 다만 소리의 실상을 그대로 반영하기 위한 전략이므로 과학적 원리를 잘 반영했다.

 

모음자의 경우는 기본 상형자( ㅡ ㅣ)를 한 번씩 합쳐 ()의 네 자를 만들었다. ㅡ에 를 위아래로 합쳐 (ㅗㅜ)를 만들고, ㅣ에 를 바깥쪽과 안쪽에 합쳐 (ㅏㅓ)를 만든 것이다. ()는 를 두 번씩 합쳐 만들었다. 자연의 이치로 보자면 아래아( )가 위쪽과 오른쪽에 붙을 때 양성모음, 아래쪽과 왼쪽에 붙을 때 음성모음이 된다.

 

이렇게 한글은 최소의 문자로 기본 상형자를 만들고, 나머지는 기본 상형자에서 규칙적으로 확대해 간 문자이므로, 간결하고 배우기 쉬우며 쓰기에 편하다. 한글의 과학적 특성은 자연 철학과 연결돼 더욱 빛을 발한다.

 

넷째, 훈민정음에는 음양오행 철학이 담겨 있다. 훈민정음에는 천지자연, 우주 만물의 음양오행 이치가 담겨 있다. 이런 이치가 담겨 있는 문자를 쓰는 백성은 하늘의 백성이라는 의미에 따른 것이다.

 

다섯째, 첫소리 글자와 끝소리 글자를 같은 모양으로 만들었다.

 

여섯째, 소리와 글자가 서로 짝을 이룬다. 소리 성질과 글자 모양이 규칙적으로 서로 짝을 이룬다. 예사소리 ㄱ, , , , 된소리 ㄲ, , , , 거센소리 ㅋ, , , ㅊ이 규칙을 가지고 서로 짝이 된다.

 

일곱째, 한 글자에 한 소리가 난다. 한글 한 글자는 하나의 소리로, 한 소리는 하나의 글자로 대부분 일치한다. 영어에서 ‘a’ 글자는 여러 가지로 소리가 난다. 하지만 한글의 아버지’, ‘아리랑과 같이 하나의 소리로 난다. ‘[]’ 소리는 글자로만 쓰이고, ‘글자는 ‘[]’ 소리로만 난다.

 

여덟째, 모아써서 편리하다. 첫소리 글자, 가운뎃소리 글자, 끝소리 글자를 모아쓰면 가로, 세로 어느 쪽으로든 쓸 수 있고, 뜻을 드러내기에도 좋다. 그 덕분에 글자를 빨리 읽고 쓸 수 있다. 만약 한글하ㄴㄱㅡㄹ과 같이 풀어썼다면 쉽게 이해할 수도 없고 읽는 속도도 느렸을 것이다. 한글을 풀어쓸 때보다 모아쓸 때 2.5배 더 빨리 읽는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이렇게 한글(훈민정음)이 과학적, 철학적 보편성을 띤다고 할 때, 국어 연구로 상명대, 동국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훈민정음 해례본’에 관한 연구로 연세대에서 세 번째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은 책에는 『훈민정음 해례본 입체강독본』등 다수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다움의 가치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반포한 것도 한문 권력에서 소외된 백성을 고려한 것이었고, 궁극적인 목적은 평민이든 양반이든 쉬운 문자로 지식과 정보를 나누라고 한 것이니 결국 과학적, 철학적, 인문학적 가치가 융합된 문자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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