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에게 행복의 진가가 무엇인지
모국어인 한국어를 통해
알려줄 수 있어,
행복을 심어줄 수 있어,
더더욱 행복하다.
내 인생을 둘로 나누면, 젊은 시절엔 공직에서 외교 업무를 담당했고, 은퇴 후엔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다. 젊은 시절에도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는 지금 그때보다 훨씬 더 막중한 사명감을 가지고 보람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만약 우리말인 한글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은퇴 2년 전부터 한국어 교원 자격증 취득 등 인생 이모작을 준비했다.
2005년 파키스탄 북부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의료봉사단 방문시 의료기기 및 약품 통관 등 주재국과 긴밀히 협의해 현지인들이 무사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 경험, 가정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에 갈 수 없는 어린아이들에게 학문과 기술을 가르치기 위해 학교가 없는 가난한 지역에 우리나라 교육봉사자가 ‘성산 학교’를 설립하는 데 적극 지원한 경험이 내가 은퇴 후 개발도상국가 사람들을 위해 봉사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됐다.
해외에서 한국어 교원으로 활동하기 위해 한국어 교원 3급 자격증을 서울대 평생교육원에서 취득하고, 국제교류재단 한국어교실 등 국내에서 외국인 대상으로 한국어 강사로 꾸준히 봉사했다. 2013년부터는 국내의 한 사이버대학원에서 글로벌한국학을 전공했다. 석사과정을 통해 한국어 교원 2급 자격 이수 과목을 수강하고 석사 학위와 동시에 한국어 교원 2급 자격증도 취득했다.
한국어 교원 자격증을 취득한 후에는 각 대학교에 개설된 한국어 어학당에서 한국어 교원으로 활동할 수 있으며 해외에서도 활동할 수 있다. 나는 2017년 하반기 세종학당재단에서 선발하는 파견교원에 합격했다. 파견 국가 언어 공인 자격증이 있으면 선발 시 가점이 있는데, 파견되고 싶은 나라의 언어를 반드시 미리 배워둬야 파견지에서 한국어 교원 활동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100세 시대, 인생 이모작을 위해 방송대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점점 증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어 교사로 활동하고 싶은 방송대 학생들도, 방송대 국문·중문·영문학과 그리고 일본학과 등에서 어학을 공부하고, 한국어 교원 자격증을 취득하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원격대학의 장점을 이용해 은퇴 전부터 수업을 들으며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
모국어에 대한 한국어의 새로운 이해와 자격증 취득, 봉사활동 등을 통한 실습을 거쳐 교사로 활동하면서 힘든 일도 많았지만, 세계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친다는 자부심과 긍지 그리고 ‘교육’적 차원에서 한 사람을 발전시킬 수 있는 역할에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나는 세종학당 국외 파견 한국어 교원에 합격해 2018년부터 베트남 하노이1 세종학당에서 학생과 일반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한식, 사물놀이, 민요, 세시풍속 등 한국문화를 학생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그동안 다양한 개발도상국에서 일했지만, 베트남 하노이에서 만난 꾸잉과의 인연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K-pop을 좋아하는 꾸잉은 열아홉 살 직장인이었다. 예술고등학교에서 민요를 전공한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화재로 인해 가세가 기울어 대학을 포기한 후에 생활비를 벌기 위해 전자 부품 조립회사에서 일하게 됐다. 그는 매일 같은 일만 반복해 너무 힘들고 재미없다고 했다. 그는 친언니의 권유로 회사를 그만두고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새로운 꿈을 찾기 시작했다고 한다.
꾸잉은 세종학당에서 공부를 열심히 한 결과 한국어 실력이 눈에 띄게 늘어 학당 선생님의 소개로 한국인이 운영하는 여행사에도 취직할 수 있었다. 그는 본격적으로 한국 문화에 관심을 두게 됐다. 꾸잉은 재작년 11월 우리 학당에서 개최한 K-pop 경연대회에서 3등으로 입상하고, 베트남에서 코로나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된 뒤에 지난 6월 우리 학당에서 개최한 말하기 대회에서 1등도 차지했다.
꾸잉은 이번 말하기 대회에서 “직업이라는 것이 꿈이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잘 사는 것도 아닙니다. 제 꿈은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스스로 저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만약에 한국어를 공부하지 않았으면 지금 아직도 꿈을 못 찾고 매일 반복되는 일만 했을지도 모릅니다. 한국어가 제 인생을 바꿨습니다. 지금은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라고 다시 찾은 행복에 대해 말했다.
그는 지금 하노이 인근 박린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국어 학원에서
한국어 초급반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류 확산으로 전 세계에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세종학당은 현재 전 세계 82개국 234개소에 퍼져 있다. 세종학당 교원으로서 외국인에게 한국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세계에 전파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무척 뿌듯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 사람이라도 그에게 행복의 진가가 무엇인지 모국어인 한국어를 통해 알려줄 수 있어, 행복을 심어줄 수 있어 더더욱 행복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