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제45회 방송대문학상

본심에 올라온 여섯 작품은 몰입도가 높았다. 이야기 소재가 흥미롭고, 풀어나가는 입담도 남다르며, 밀도 있게 확장시키는 힘이 느껴졌다. 마치 가창력 좋은 사람의 노래를 들을 때면, 노래를 저렇게 잘 부르니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 이렇게 이야기 솜씨가 좋으니 노력하면 매력적인 이야기꾼으로 성장할 것 같아 반가웠다.
백승휘의 「골분」은 ‘땅개’라 불리는 무명 여자의 이야기로, 기망산, 화장막, 땅개탕 등과 같은, 현실 너머 풍문으로나 존재할 법한 설화적 공간을, 활달한 어휘력과 걸죽한 사투리, 질펀한 입담으로 거침없이 그려내고 있다. 
김수환의 「옥탑방」은 짝사랑하는 상대의 주거 공간을 몰래 훔쳐보고 침입하는 도발적인 설정으로 긴장감이 높고, 극적 상황과 심리를 마지막까지 집요하게 이끌어가는 몰입도가 높았다.
김이슬의 「마리사와 함께 춤을」은 사소한 거짓말이 마을 전체를 혼란과 공포로 몰아가는 상황을 그린다. 거짓말일지라도, 우리가 그 말을 믿으면, 실제로 작용함으로써 실재와 동일한 연쇄가 일어나는 아이러니를 흥미진진하게 전개하고 있다.
안자호의 「참외의 잘못」은 교통사고를 당한 주인공 ‘기선 씨’의 보상 문제를 통해, 뭐든 돈으로 환산하는 그악스러운 세태를 흡입력 있는 입담으로 실감 있게 다뤘다.
이고은의 「축문」은 가부장 세대를 살아온 할머니의 장례식을 치르는 이야기로, 성소수자인 손녀 ‘주연’의 시선을 통해, 세대 갈등 속에 내재돼 있는 성차 갈등까지 풀어내는 문제의식이 좋았다.
이주영의 「자라지 않는 머리카락」은 일본 괴담과 소설 ‘유리코’를 매개로, 인형의 머리카락에 대한 주인공의 남다른 호기심이 미스터리와 추리를 오가며 흥미롭게 전개된다.
하지만 이러한 매력에도 불구하고, 다 읽고 나면 조금씩 아쉬웠다. 「골분」은 인물들이 이야기꾼의 입담에 가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전근대적인 낡은 이야기 구조에 머물고 말았다.  「옥탑방」의 도발적 상상은 대담하고 심리 묘사는 집요해 작가적 역량이 느껴졌지만,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는 부분이 너무 불편했다.  「마리사와 함께 춤을」은 이야기 전개가 거칠고 작위적으로 느껴지면서, 살인 사건으로 번지는 중후반부터 설득력이 떨어졌다. 「참외의 잘못」은 인물들 반응이 너무 단순하고, 결말이 갑작스럽다. 「축문」은 개략적인 설정과 설명으로 이야기를 이끌면서 인물들 개성이 충분히 살아나지 못했다. 「자라지 않는 머리카락」은 이야기가 지나치게 인형 머리카락에 국한되면서, 후반으로 갈수록 공감과 흥미가 떨어지고 말았다.
이렇듯, 얼마간의 편차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너무 단순하고 거칠게 이끌어 갔다는 공통된 아쉬움이 느껴졌다. 재능과 열의는 있는데 충분히 연마한 것 같지 않았다. 흔히 작가를 괴롭히는 건, 자1992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의 시 부분에 당선됐고, 1998년 <문학동네> 동계문예의 소설 부문에 당선됐다. 2000년 『결혼은, 미친 짓이다』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한서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있다.신에게 재능이 있는가 하는 의문인데, 위의 응모자들에게서는 재능과 열의가 느껴지는 반면 연마가 부족한 것 같다. 얼마나 좋은 일인가. 노력만 하면 이룰 테니, 언젠가 작가로 재회할 것이다.
수상작으로는 백승휘의 「골분」을 꼽았다. 언어를 다루는 솜씨와 거침없는 입담, 미스터리한 분위기와 강렬한 여운을 남긴 결말이 인상적이다. 다만 지나치게 비속한 어휘와 섹슈얼리티 설정은 위험할 만큼 낡았다. 그러나 절차탁마한다면 빼어난 작가가 될 것 같아, 응원하는 마음으로 당선작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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