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OTT 전성시대

씨네필. 영화(시네마)와 매니아(접두어 필)를 합쳐 만든 단어로, 영화를 지독히도 사랑하던 이들을 일컬던 용어다. TV가 탄생하기 전, 영화는 사람들을 마법처럼 영화관으로 불러들였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단성사, 서울극장 등에서 개봉일 첫 상영을 보겠다는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1990년대 명필름, 사이더스 등 프로듀서 제작사들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리며, 방화(邦畵)라 불리던 한국 영화에 다양성이 하나둘 생겨났다. 이 시기「은행나무 침대」로 데뷔한 신인 강제규 감독은「태극기 휘날리며」로, 오랜 기간 충무로 파워 ‘넘버1’이었던 강우석 감독의「실미도」와 함께 1천만 관객 시대를 열기도 했다. 불과 20여년 전 이야기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영화관은 가장 먼저 문을 닫았다.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거리두기로 인해 ‘영화관 한 관 전세 내고 영화 봤다’는 ‘웃픈’ 후기들이 올라온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필름에서 디지털로 넘어오면서 한 차례 대변혁을 겪고도 자리를 지켰는데, 이제는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에서 보는 OTT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영화는 제7의 예술’라는 명제에 의문을 품는 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전국에서 열리는 각종 영화제 역시 그들의 정체성을 확보하기도 전에 어떤 방식으로 생존할까를 고민하고 있다. OTT 전성시대에 영화관, 영화제 더 나아가 영화의 미래는 무엇일지 오동진 영화평론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코로나19로 영화관을 찾는 사람이 급감했습니다. OTT의 급격한 성장으로 사람들은 영화를 스마트폰으로 소비하고요. 조조할인, 어둠 속에서의 첫 키스와 같은 추억의 장소였던 영화관은 소멸할까요?

영화관 구조의 재편이나 개편 이슈와 관련해서 영화관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란 건 사실 10년 전부터 예고됐던 일이긴 해요. 한국 영화산업의 특징이 영화관산업과 콘텐츠 산업의 수직계열화 구조라는 건데요. 쉽게 말하면 영화판에서는 영화관을 소유한 사람이 영화 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수직 계열을 끊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오래전부터 나왔어요. 스크린 독과점 문제와 결부된 이슈인데, 대기업, 특히 CJ나 롯데의 저항이 심했죠. 영화관 사업을 못할 바에 왜 영화 사업을 하느냐는 불만이었죠. 하지만 이제는 대기업 쪽에서 먼저 수직계열화를 금지해달라고 요청할 거 같아요.

 

영화관에서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겠죠.
사업적인 판단이 바뀐 거죠. 롯데나 메가박스는 그 수가 적지만요, 점유율이 가장 높은 CJ의 경우 전국 169개 지점에 1천228개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어요(2020년 3월 기준). 개인적으로 보면 이 스크린 수가 절반으로 줄어 들 거라고 생각해요. 문제는 영화관 하나가 문을 닫으면, 그 안에 딸린 많은 업체도 영향을 받는다는 거예요. 예를 들면, 명동시네마라이브러리의 경우 도서관 실내장식에도 엄청난 비용을 투입했어요. 그런데 코로나19로 영화관이 문을 닫게 되면서 개점휴업 상태를 유지하는 하루하루가 적자예요. 임대계약을 해지하고 싶어도 원상복구를 해줘야 하는데, 그 비용만 수십억 원에 달해요. 전국에 이런 게 몇 개나 되나요? 임대료도 못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역으로 가면 더 하고요.

 

CJ의 경우 2010년 전후 공격적으로 중국 진출에 나서기도 했어요.
중국 인구수가 어마어마하니까 여지가 남아있긴 하지만, 현재 시진핑 주석 체제하에서 정상적으로 중국과 거래하는 영화사나 산업체가 전무하다시피 해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항저우 등 연안 지역 위주로 CJ가 영화관 사업을 펼쳤는데요. 여기에 13억 인구 중 6억 명 정도가 분포돼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제는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아세안 국가들과의 교류에 노력해야 할 시기입니다. 문재인 정부 정책 중 신남방 정책과도 맞닿은 부분인데요. 사실 영화계에서는 시장 다각화에 대한 논의가 오래전부터 나왔는데, 이번 코로나19 한 방으로 급선회하게 생긴 거죠. 다행히 한류 열풍이 강하기에 2~3년이면 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다만, 해외시장을 다양하게 확보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자체도 다양화해야 해요.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지금은 다양한 콘텐츠, 장르, 자본의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즉, 콘텐츠 시장의 다양성 확보 직전 단계에 진입한 것 같아요.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되면 그래도 희망이 있지 않을까요?
안 될 거라고 봐요. 왜냐면 이제는 모든 영화 산업체들이 OTT 플랫폼을 만들려고 해요. 작은 영화제도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콘텐츠의 주된 탑재 기능은 OTT로 갈 수밖에 없다는 거죠. 이럴 때 영화관은 과연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이른바 마켓의 유도기능을 할 것인가, 마켓의 최종 종착기능을 할 것인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인데요. 제가 보기에는 마켓 유도기능 정도로 축소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씨네필이나 마니아, 그리고 아직도 와이드 스크린으로 영화를 봐야만 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기간과 영화관의 존속 기간은 함께 갈 겁니다. 이 상황이 앞으로 약 5~7년 사이에 일어날 거로 예상해요. 영화관이라는 공간 자체가 소멸될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프랑스는 파테, 고몽 등 두 거대 영화사가 영화를 유통하면서, 한편으로는 시네마테크의 역할을 작은 예술영화전용관들이 하고 있는데요. 이런 방식으로 변화될 가능성은 없을까요?
수익이 나지 않는 예술영화상영관을 과연 누가 맡을 것이며, 또 어떻게 지속이 가능할까요? 민간영역에서 이렇게 전환하기는 어렵다고 봐요. 하지만, 이렇게 되도록 정부가 정책적으로 유도해주는 방법이 필요하겠죠. 예술영화상영관으로 바꾸는 민간사업자에게는 운영자금을 지원한다든가, 또는 국가가 나서서 몇 관을 인수해 운영하는 방식으로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영화관은 스크린만이 아니라 그 안에 수많은 매장들이 결합한 복합문화공간인데요, 이걸 민간업자들이 다 떠안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에요. 대기업조차 수직계열화로 인한 손실을 감당하고 있는 중이니까요. 한편으로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저절로 정리가 되는 두 가지가 같이 진행될 거라고 봅니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그 시간과 방식이 너무 폭력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죠.

 

코로나19와 OTT 시장의 성장이 영화관 소멸을 가속화한다는 지적이군요.
생각해보면, VHS 테이프에서 DVD, 그리고 USB로 전환하기까지 15~20년 정도 걸렸거든요. 영화관에서 OTT로의 전환은 그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일어날 겁니다. 요즘은 USB로도 영화를 안 보잖아요. 저만 해도 어떤 영화제에서 심사용 영화 파일을 보낸다고 하면, 왜 파일로 보내느냐, 그냥 링크로 보내달라고 하거든요. VHS 테이프에서 링크로 오기까지 약 20여 년이 걸렸는데, 단계가 많았잖아요. 코로나19 같은 급박한 상황도 없었고요. 그러니까 영화산업 변화가 비교적 조용히 연착륙할 수 있었던 거죠. 그런데 이번엔 달라요. 매우 급격하게 경착륙(hard landing)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여기서 과연 누가 버틸 수 있을까요?

 

코로나19, OTT로 영화판 지형 자체가 달라지고 있군요.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 이들은 감독, 촬영감독, 배우들이죠. 더 바빠지고 몸값도 많이 올라갈 거예요. 국내 시장을 넘어서 해외에서까지 러브콜이 오는 상황이니까요. 하지만 프로듀서, 영화관 운영자, 유통업자들은 적응할 시간조차 없어요. 유통업자라고 하면 이른바 배급업자를 말하는데요. 예전에는 영화를 영화관에 ‘꽂는’ 것이 배급업의 기본 핵심 사항이었죠. 시기와 규모, 예산을 결정하는 사람이기에 시장에 대한 감각과 촉이 엄청나게 좋은 사람이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어요. 그런데 시장이 바뀌기 때문에 배급업도 다른 형태로 전환되고 있어요.

 

영화제의 미래는 어떻게 전망하세요?
저 역시 ‘들꽃영화제’를 비롯해 여러 영화제를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어요. 하지만 앞으로는 영화제를 기획하는 사람들도 계속해서 영화관에서 영화제를 열지, 온라인으로 전환할지 고민해야 해요. 영화관이 소멸적 단계로 나가는데, 언제까지 영화제가 영화관과 연대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거죠. 그럼에도 영화제가 일종의 페스티벌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걸 눈여겨봐야 해요. 사람들이 면대면으로 만나서 놀고, 소통하기 위해 공간이 필요하다면, 그 장치적 요소로 영화관이 아직 유효하다고 판단된다면, 영화제와 영화관은 결합할 소지가 있겠죠. 그리고 나서도 이에 대한 이윤 추구는 어떤 방식으로 할지가 관건이 되겠고요. 이런 부분에 대해 학자들이 선구적인 연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영화도 사라질까요?
영화 자체는 절대로 망가지지 않아요. 일순간 사라지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겠죠. 영화는 그 이름을 오히려 ‘콘텐츠 산업’이라 명명하면서 역설적으로 굉장히 전성기를 맞고 있죠. OTT가 그 길을 더 넓게 열어줄 것이고요. 노장은 죽지 않습니다. 사라지는 척 다시 돌아오죠. 영화는 노장입니다. 늘 그래 왔죠. 지성은 세계를 비관해도 의지는 세상을 낙관해야 합니다.


3좋아요 URL복사 공유
현재 댓글 0
댓글쓰기
0/300

사람과 삶

영상으로 보는 KNOU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