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동물권

반려인 1천만 명 시대. 동물이 좋아서, 가족들이 원해서 또는 우연한 계기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 수는 계속해서 증가 추세다. 하지만 반려인이 늘어날수록 유기되는 반려동물 수도 비례한다. 1면에서는 명절 연휴가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던 반려인의 이야기와 반려동물 시설의 허점, 반려인 자격시험 등을 알아본다. 2면에서는 ‘의(依)’ 관점에서 동물의 털, 가죽을 사용하지 않는 옷을 만드는 소상공인 이야기를, 3면에서는 ‘식(食)’ 관점에서 채식주의자이면서 돼지 목장을 운영하는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18년 키웠던 반려견 마르티즈 이름이 ‘서울이’었어요. 초기에는 명절에 데리고 시댁에 갔죠. ‘서울아, 엄마한테 와’ 이러면 시어머니께서 ‘너는 개00 엄마라서 좋겠다’며 핀잔을 주기도 하셨어요. 친척 중에 강아지 싫어하는 분들도 있다 보니, 그 이후부터는 명절이 되면 강아지호텔에 맡겼어요. 그런데 이 서울이는 낯선 곳에 가면 적응을 못해요. 버려졌다고 느껴서 분리불안이 생기기도 하고요. 말로 설명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지난해 11월에 떠나보냈는데, 친구들이 ‘상주’ 노릇 잘했느냐고 묻더라고요. 다시 반려견을 키우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어딜 가지 못하니까요. 명절에도, 여행갈 때도 맡길 곳을 찾는 게 제일 힘들거든요.”  ― 유은주 학우(영문 3)

 

반려인에게 명절은 고민
민족 대이동의 명절, 설 연휴가 지났다. 코로나19는 명절 풍경을 많이 바꿔놓았지만, 많은 이들이 오랜만에 고향을 찾는다는 즐거움, 떨어졌던 가족을 다시 만난다는 설렘으로 긴 이동 시간을 기꺼이 감내했을 테다. 하지만 명절이나 긴 연휴, 집안의 큰일들이 닥치면 반려인(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고민에 빠진다. 반려동물과 함께 갈 수 있을까? 동행이 어렵다면, 믿고 맡길 곳은 있을까? 2020년 공기업 시험 응시차 상경한 반려인이 진주시의 한 애견호텔에 맡긴 사모예드가 쇠창살에 찔려 피를 흘리며 12시간 동안 방치됐다가 죽은 사건을 떠올리면, 이동 자체가 망설여진다. 명절뿐만이 아니다. 여행, 출장 때면 반려인들은 늘 이런 고민에 맞닥뜨린다. 그리고 명절 등 장기 연휴 기간에 유기동물 수는 급증한다. 반려인 1천만 명 시대에 감추고 싶은 민낯이다.

 

정부가 보호관리 중인 유기동물 통계를 제공하는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 따르면, 2021년 추석 연휴 직전인 9월 13일부터 17일까지 5일간 발생한 유기동물 수는 전국에서 2천84건으로 집계됐다. 일주일 전인 9월 8일부터 12일까지 발생한 유기동물 수 1천542건과 비교해 한 주 만에 약 35%p가 늘어난 것. APMS는 지난해 전국에서 고의로 버려지거나 주인을 잃은 채 발견된 동물은 총 11만7천46건이라고 밝혔다. 등록되지 않은 반려동물 수를 고려하면 버려지는 동물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토록 아끼던 반려동물을 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APMS가 전국 지역별성별연령별 비례표본으로 추출한 24~64세 성인 5천 명 대상 ‘2021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려인의 26.1%가 양육을 포기하거나 파양하는 것을 고려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육 포기 또는 파양 고려 이유로는 △물건 훼손·짖음 등 동물의 행동 문제(27.8%) △예상보다 지출이 많음(22.2%) △동물이 질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함(18.9%) △이사·취업 등 여건 변화(17.8%) 순이었다.

 

반려동물을 돈으로 보는 시각
양육 포기 이유 중 두 번째인 ‘지출’에는 생각보다 비싼 의료비가 차지하는 부분도 크다. 10년간 키웠던 마르티즈를 지난해 떠나보낸 동용애 학우(영문 4)는 동물병원만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난다. 시름시름 앓던 반려견을 동물병원에 데리고 갔다가 심장병 판정을 받았다. 1년 동안 심장약을 복용했지만, 약을 먹을 때뿐이었다. 어느 날 복수가 차자 놀란 동 학우는 그간 받았던 처방과 약 이름을 알기 위해 동물병원에 차트를 요구했는데 ‘없다’라는 황당한 대답을 들었다.

 

“개를 키우는 것도 사람이랑 똑같아요. 병원비가 얼마나 비싼데요. 하지만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렇게 1년이나 통원 치료했는데, 우리 개 차트가 없다는 건, 결국 개를 하나의 생명체로 보는 게 아니라 그냥 돈으로 봤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동물병원에 와서 오히려 개가 더 나빠졌다 싶은 생각까지 들어서 먼저 떠나보낸 개한테 어찌나 미안했는지 몰라요.”

 

마음만 먹으면 쉽게 반려동물을 살 수 있는 문화와 더불어, 동물을 ‘상품’으로 취급하며 ‘공장’에서 ‘생산’해 ‘유통판매’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김진주 마포구 반려동물관련사업 민관협치위원은 “생명체를 펫숍 등에서 ‘구입’함으로써 ‘내 돈 주고 샀으니, 내가 부담스럽거나 싫증나면 버릴 수 있는 물건’이라는 인식도 강화된다. 또한 T컵 강아지(성장 억제 호르몬을 투여해 머그컵에 들어갈 정도로 작게 만든 강아지)처럼 해당 동물의 건강과 복지는 고려하지 않고 소비자의 기호에 맞춘 생명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과연 이렇게 취급되는 동물이 건강할까?”라고 지적했다.

 

현행 민법은 법 적용 대상을 ‘인간’과 ‘인간이 소유한 물건’ 등 두 가지로 나누고 있다. 동물은 ‘물건(민법 98조)’으로 간주돼 왔다. 잔인한 방식으로 목숨을 잃은 반려견 ‘토순이’, 반려묘 ‘자두’, 인천 진돗개 모녀견, 화성 시껌스 사건의 학대범들은 징역형을 받았지만, 이들이 처벌받은 근거는 ‘재물손괴’였다. 그나마 이 사건들은 동물보호단체와 시민의 노력으로 언론에 장기간 노출됐기에 학대범들이 처벌받을 수 있었다는 게 반려인들의 시각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동물을 물건이 아닌 생명체로 독립적인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하지만 번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고, 그 사이 많은 동물들이 버려지거나 목숨을 잃었다.

 

희망은 있다. 최근 KBS 대하사극 「태조 이방원」 촬영장에서 발생한 말[馬] 사고가 발단이 됐다. 낙마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강제로 말을 쓰러트려 동물 학대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 해당 말이 촬영 일주일 뒤 사망하면서 동물권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영화, 드라마, 광고 등에 등장하는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민법 일부개정법률안도 지난해 9월 28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상태다. 동물 그 자체로서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자는 취지다.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 강도가 세지고, 동물 피해에 대한 배상 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강제성 없는 ‘반려인 능력시험’
이런 상황이다 보니 명절, 연휴마다 늘어나는 반려동물 유기를 막기 위해 반려인의 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동물등록제도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독일은 대부분의 주(Land)에서 강아지를 키우기 전에 ‘반려견 면허시험’(HundefuHrerschein)에 응시해야 한다. 입양 후에는 반려견 입양 1년 이내에 ‘실기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이렇게 의무화된 ‘면허증’을 취득해야만 반려견을 키울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독일의 반려견 파양률은 2%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시에서 2019년부터 ‘반려인 능력시험’을 시행하고 있다. △질병 △영향 △행동학 △제도 등 4개 영역 총 50문항으로 구성된 시험이지만,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약 8,000년 전 동물의 가축화가 시작된 이후, 고고학자들은 적어도 5,000년 전의 고대문명에도 애완동물(pet)이 있었음을 밝혀냈다. 역사학자 키스 토머스에 의하면 애완동물에게 사람 이름을 붙이기 시작한 것은 18세기에 이르러서였고, 19세기가 돼서야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방식으로 애완동물을 기르기 시작했다. 이때서야 비로소 사람들이 동물을 반려 목적으로만 기르는 데 충분히 사용 가능한 자원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복지, 권리에 대한 인식은 오랜 반려동물 역사에 비하면 아직도 한참이나 뒤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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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iol***
    김하연작가님 사진 보고 클릭하였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년 키운 아이를 잃고 길고양이에게 관심을 갖은 후 사실상 고양이 학대가 더 많다는것에 충격을 받아 이런 기사 보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어요. 그냥 지나치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 집고 넘어가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2-02-19 04:06:06
  • wwpo***
    기여운 고우앵이
    2022-02-18 15:28:49
  • yeli***
    반려동물은 사랑입니다^^ 공감가는 글 잘 읽었습니다
    2022-02-17 11:05:37
  • bbun***
    김하연 작가님을 여기서 만나뵙게되니 너무 반갑네요! 늘 응원합니다.
    2022-02-16 10:02:30

사람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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